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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사가 Mar 19. 2022

일주일 간의 학교 생활

- 초보엄마의 관찰기 -


학교에 오롯이 일주일을 다녔다. 8살짜리 꼬맹이가 6시 반에 일어나 준비하고 7시 50분에 버스를 탄다. 6교시 마치고 2시 45분에 다시 버스를 타고 집에 오면 3시가 넘는다. 고된 일정이다.

다행히 학교가 재미있나 보다. 맨 앞줄에 앉아 선생님 말씀을 귀 기울여 듣고, 또 수다쟁이 본능을 숨기지 못해 자꾸 말도 걸고 그런 눈치다. 버릇없음과 귀여움은 한 끗 차이라 매번 외줄 타기 같지만 혼나면서 배우는 것도 있을 거라 믿고 있다. 뭘 하고 다니는지 잘은 모르겠지만 담임선생님께 전화 안 받은 게 어딘가 생각한다.

수요일엔 등교를 했더니 엄마가 자주 치는 뚜루루라라라 곡을 선생님이 틀어놓으셨단다. (뚜루루라라라가 무슨 곡인지 한참을 고민했는데 쇼팽 왈츠였다. 중간에 비슷한 부분이 나오긴 한다.) 그래서 이거 우리 엄마가 잘 친다고 굳이 이야기를 했단다. 선생님은 피아노를 못 친다 답하셨는데, 거기다 대고 따님이 "그럼 선생님도 떴다 떴다 비행기부터 배우셔야겠네요?"라 대꾸했단다.

오늘은 4학년 오빠와 5학년 오빠가 복도에서 뛰다 부딪혀서 4학년 오빠의 코뼈가 부러졌단 이야기를 해주셨다고 한다. 이야기의 핵심은 복도에서 뛰지 말자가 분명한데, 따님은 부러진 데에 꽂혔다. 또 가만히 있질 못하고 "우리 엄마는 목뼈가 부러졌어요."라고 말했단다. 선생님은 엄마가 많이 아프셨겠다 하셨다는데, 일일이 반응해주셔야하니 정말 극한직업이 따로 없다.

그렇게 tmi를 방출하다못해 잔소리까지 선생님께 해대서 결국 혼났나 보다. 음악 선생님이 코로나 확진이 되셔서 줌으로 수업이 바뀌다 보니 의사소통이 좀 안 되었던 것 같은데, 그걸 또 못 참고 "선생님 그럼 담임선생님께 카톡으로 알려주셨어야죠!" 한 소리해서 버릇없는 말을 했다고 혼났단다.

아직은 혼나고 잘못한 걸 말해주는 꼬마 아가씨라 다행이다. 엄마한테 말해줘야 같이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 매번 일러준다. 오늘도 "학교 가서 엄마 이야기 좀 그만해애애~ 선생님께 부끄러워어어~ "라며 돼먹지도 않은 애교를 부렸다. 그리고 선생님은 친구가 아니니 늘 예의 바르고 공손하게 말씀드려야 한다고 타일렀다. 침대에 함께 누워 눈을 바라보고 등을 쓰다듬으며 말하니 "당연하지! 잘못했다고 이야기했고 이제 안 그럴 거야!"라며 의지를 불태운다.

다음 주에는 무슨 일이 있을는지. 환하게 뛰고 춤추는 따님을 보며 머릿속이 복잡하다. 제발 무탈히 잘 보내길, 오늘 밤에도 기도가 끊이질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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