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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사가 Mar 11. 2022

부모 되기

- 틀릴 때가 많다 -


"엄마, 학교에 가면 시험을 봐? 시험은 고칠 수 있어? 100점 맞고 싶은데 어떻게 해?"


아이는 불안하고 잘하고 싶다. 주변의 모든 상황에 예민해지고 익숙지 않은 것에 실수할까 무서워한다. 아직 입학도 하지 않은 학교가 벌써부터 걱정돼 폭풍질문을 한다. 일일이 답하기도 버거울 정도다.


남편은 성인이 된 지금도 시험을 앞두면 장이 과민해진다. 같이 산 10년 동안 자격증 시험을 5~6번 정도 본 듯한데, 그때마다 화장실을 들락거리며 내 신경을 긁었다. "대체 왜! 그게 그럴 일이냐고! 떨어지면 다음에 또 보면 되잖아!" 소리를 빽 질렀다가 남편은 화장실 귀신이 됐다. 그럴 시간에 공부를 더 하겠다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지만 꾹꾹 참았다.


학교에 가라면 가고, 모르면 물으면 되고, 할 수 있으면 하고 못하면 말고, 친구 없으면 혼자 놀면 되고, 단순하게 생각하는 나와는 둘 다 딴판이다. 뭐 그런 걸 다, 하는 사람은 절대 이해할 수 없는 세계다. 그렇게 고민한다고 달라질 게 없는데 왜 그리 소모적인 일에 시간과 감정을 낭비하는지 잘 모르겠다.


그러나 가족일이다 보니 모른 척하기가 어렵다. 특히 아직 어린 따님은 더욱 신경 쓰인다. 뭐든 잘하고 싶어 하는 아이가 못한다고 소심해질 모습이 안타깝다. 못 하는 경험이 쌓여 스스로 부족하다는 생각을 가질까 학습지를 풀리고 영어학원을 보냈다. 솔직히 사교육에 기대고 싫고 어린 나이부터 많이 시키고 싶지 않았다. 그렇다고 무방비상태로 던져지면 상처받을 게 뻔한 아이를 그냥 둘 수도 없다. 미리 준비시켜 불안을 낮춰줘야 할 필요가 있다. 설사 내 소신에 어긋난다 하더라도, 그게 부모의 역할이라 생각했다.


아이는 학습지를 풀며 안심하고, 재미있게 영어를 배운다. 더 일찍 시켜주지 않은 것에 오히려 미안함이 들 정도다. 자기도 이제 할 수 있다며 자신감이 하늘을 찌른다. 그 모습을 보며 너무 내 생각에만 사로잡혀 아이를 제대로 바라보지 못했나 자책감이 들었다. 좁은 식견으로 아이를 힘들게 했구나 싶어 마음이 좋지 않았다.


배움엔 끝이 없다. 나와 다른 아이를 이해하기 위해 책을 읽는다. 케케묵은 옛 전공서적도 꺼내고 최신 트렌드의 육아서적도 찾아본다. 혹시나 놓치는 것이 있지는 않은지 꼼꼼하게 살핀다. 육아 선배님들과 대화를 나누며 나를 돌아본다. 육아엔 휴식 없다는 말에 공감한다. 늘 배우고, 노력하고, 반성하고, 세 단계의 무한반복이다.


커다란 우산이 되어주고 싶다. 비바람을 막아줄 수 있는 큰 부모가 되어 아이를 지켜주고 싶다. 그럼에도 들이치는 바람과 빗줄기는 함께 맞아줄 수 있으면 좋겠다. 내가 모르는 아이의 마음과 생각을 너그러이 포용하고, 모를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으려 애쓴다. 세상에 그냥 되는 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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