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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사가 Mar 08. 2022

내일은 교감선생님이 담임선생님!

- 필요한 건 위로의 말 한마디 -


입학한 지 사흘째, 드디어 올 게 왔다.


퇴근 시간이 지난 6시, 학교번호로 담임선생님의 문자가 왔다. 33개월의 어린 자녀가 다니는 어린이집에 자가 키트 양성인 친구가 등원을 해, 내일과 모레 이틀간 가족 돌봄 휴가를 쓰셔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모레는 대선이라 괜찮으나 내일은 교감선생님께서 대신 담임교사를 해주시게 되었으니 양해 바란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더불어 이런 일이 생길까 휴직을 하고 싶었지만 여의치 않았고 심지어 1학년 담임까지 하게 돼 난감하다는 심정을 구구절절 덧붙이셨다.


솔직히 그래서 담임이 하고 싶지 않은데 억지로 하신다는 건가, 학부모에게 대체 이 이야기를 왜 하시는 건가, 여러 생각이 들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학교에 대한 불만을 굳이 학부모에게까지 전할 이유가 있는지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학교급은 다르지만 같은 교사인 입장에서, 나라면 만약 저런 말을 했을까 고민해 보았지만 결론은 아니다였다.


그러다 내 아이의 33개월 시절을 더듬어봤다. 아이는 4살이었고, 옮긴 학교에서의 두 번째 해였다. 첫해에 교무기획과 담임을 병행하며 만신창이가 돼 담임은 절대 못 한다고 업무분장 희망서에 아주 크게 적었다. 물론 교무기획도 안 한다고 썼다. 그랬더니 둘 다 아닌 부장을 시켜서 팔짝 뛰었다. 아무리 신규교사와 저연령이 많은 학교라 해도 애도 어린 35살짜리한테 부장을 시키는 게 어딨냐고 교장선생님한테까지 갔다 반항에 실패하곤 돌아와 씩씩거렸다.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이고 업무와의 사투를 벌이며 그해를 보냈다.


담임선생님도 이런 마음이었을 것 같다. 학교고 집이고 다 악에 받쳐서 건드리면 툭 터져 나온다. 지금 내가 너무 힘들어 앞뒤는 보이지도 않고 그냥 닥친 일을 해치우는 게 우선이다. 그렇게 한 발짝 물러서 보니 선생님의 심정이 십분 이해된다. 어떻게든 잘해 보려 마음을 다잡고 나오자마자 우려했던 일이 터지니 화가 나고 맥이 빠질테다.


아이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내일 담임선생님께서 안 계셔도 놀라지 말라 당부했다. 문자를 보여달라 하더니 한참을 본다. 그리곤 선생님 괜찮으셔야 할 텐데 걱정된다, 한마디 한다. 그래, 필요한 건 의심의 눈이 아닌 따뜻한 위로였을텐데. 또 한 번 딸에게 배운다. 어려운 사람에게 손을 먼저 내밀 줄 아는 우리 딸이 나보다 훨씬 낫다. 따님에게 선생님과 아이를 위해 함께 기도하자 했다. 눈을 꼭 감고 고사리 같은 손을 모은다. 우리의 기도가 전해지길. 부디 선생님의 심신에도 평온이 깃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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