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이 없는 음악과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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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일은 상담과 피아노 레슨이 있다. 어찌 보면 오롯이 날 위한 날이기도 해 아침부터 설렌다. 모사가로만 살 수 있는 반나절이 반갑다. 어제 하루 아이의 일로 고민을 거듭하다 늦게야 잠이 들어 눈이 퉁퉁 부었지만 신나게 준비해 집을 나섰다.
상담의 전체 인원은 5명인데 코로나로 다 모인 적이 없다. 가족 중 누군가 한 명이 확진이 되면 다들 극도로 조심하는 분위기다. 아무래도 집집이 아이들이 있다 보니 어쩔 수 없다. 오늘은 확진된 집, 확진이 걱정되는 집, 이렇게 2명이 빠져 3명만 참석했다. 기존의 프로그램은 5명이 있어야 가능해 오늘도 나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행복은 현재를 사는 사람만이 느낄 수 있다. 발목 잡힌 과거와 미래에 대한 불안은 각각으로, 또 둘이 결합해, 인간을 불행으로 이끈다. 요즘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무엇이 하고 싶은가, 아이는 어떻게 키워야 할까'처럼 미래를 주로 생각한다. 자아실현, 자유, 평등처럼 무언가 계속 나를 채찍질해야 하는 것들에 몰두하고 있다. 내 이야기를 가만히 듣던 수녀님은 순간순간 느끼는 감정 들여다보기를 이번 주 숙제로 내주셨다. 아이, 남편, 부모님 대신 나를 소중히 여기고 찾아보라 하셨다.
집에서 틈틈이 연습을 해서였는지 오늘 피아노 레슨은 진도를 제법 나갔다. 중간중간 좋게 들리는 부분이 있다는 말에 기분이 좋다. 칭찬의 마법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는다. 뿔랑의 에디뜨 피아프 오마쥬도 대충 마무리가 되어가서 다음 곡으로는 쇼팽 에튀드를 추천받았다. 피아노에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 도전 같은 곡을 할 수 있게 되다니, 많이 설렌다.
하지만 여전히 피아노로 노래하는 건 어렵고, 선생님의 말씀이 내 손으론 표현이 잘 안 된다. 음악엔 정답이 없다는 게 오히려 괴롭다. 이렇게 해도 음악이 되고, 저렇게 해도 음악이 되는데 더 좋은 걸 찾기 위해선 계속 듣고 공부해야 한다. 마디를 나누고 음을 쪼개다 다시 한 구조로 묶고, 이 지루한 작업을 수도 없이 반복하다 보면 그제야 얼핏 알게 된다.
인생도 비슷하다. 왜 이러고 있는지 모르겠는 의미 없는 일들이 모여 나중의 나를 만들고 있다. 나에게 집중해보라는 수녀님의 숙제도 결국은 작고 사소해 놓치는 감정들과 사건들을 붙잡아 묶어도 보고 다시 풀어도 보면서 삶의 어딘가에 잘 보관해두라는 이야기처럼 느껴진다. 그러다 보면 내 인생의 큰 그림을 그릴 수 있게 되는 것 아닐까.
답이 없는 건 음악이나 인생이나 똑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