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가족

100일 글쓰기 -81

by 모사가


어떤 가족의 이야기를 들었다. 네 자매간의 관계, 부모님과의 친밀도 등등 가족의 내밀한 사정을 알게 됐다. 본인이 생각하기에 바뀌었으면 좋겠다는 부분을 나누기 위한 자리였는데, 듣는 내내 사실 좀 부러웠다.

무남독녀 외동딸인 나는 태생적으로 외롭다. 부모님의 지극한 사랑과 넘치는 관심 속에서 자랐지만, 언제나 홀로 서있어야만 했다. 친구와 사이가 좋지 않을 때도 혼자였고, 열렬한 사랑을 시작했을 때도 혼자였다. 기쁨도 슬픔도 깊이 나눌 또래가 없다. 분명 나는 혼자 노는 게 제일 좋은 나홀로 뽀로로인데, 혼자인 게 익숙한 것과 외로운 건 다른 차원의 이야기인가 보다.

형제자매가 있다 해서 내가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마음을 주고받을 수 있지는 않다 들었다. 성장하며 어쩔 수 없이 질투와 시기를 하게 되고, 그 속에서 경쟁과 양보를 배우며, 아침에는 다시는 안 볼 것처럼 싸우고 점심에는 함께 하하 호호하는 기이한 일이 일상이라 했다. 그럼에도 켜켜이 쌓인 시간과 가족이라는 틀은 안전한 심리적 울타리가 되어주는 경우가 많다. 함께 웃고 울어줄 누군가가 있다는 건 굉장한 축복이다.

은연중에 남편에게 그런 걸 기대하며 산다. 오빠지만 언니 같고, 때로는 동생 같은 남편이다. 요 며칠 삐져서 툴툴대다 마침 재택근무라 같이 점심 먹자는 말에 풀어졌다. 덕분에 말문 터진 나한테 잡혀 한참 동안 쓸데없는 이야기를 들어줬다. 중간중간 "지금 내 이야기에 공감이 돼, 안 돼?"라는 의문형을 빌린 협박에 못 이기는 척 고개를 끄덕여주며 그냥 그런 나조차도 인정해준다. 그 인정에 끝없는 안온함을 느낀다.

외동인 딸아이에게도 결혼은 꼭 하라 벌써부터 일러둔다. 엄마 아빠가 죽으면 천애고아가 될 딸이다. 그래서 출산은 마음대로 하되 결혼만큼은 꼭 했으면 좋겠다고 당부한다. 아직은 먼 훗날이지만 지금부터 귀에 익혀두면 자연스레 해야 되겠구나 생각할 거라 믿고 있다. 여생을 함께 꾸려갈 멋진 반려자를 만나길 뒤에서 슬쩍 기도로 더한다.

어차피 인생은 혼자 산다지만, 동시에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나라는 정체성은 홀로서기도 중요하지만 기대서기도 필요하다. 태생적 외로움도 함께 부대끼는 삶에선 옅어진다. 나도, 나의 딸도, 각자의 동반자와 함께 부디 외로움보단 충만함이 넘치는 인생을 살 수 있길, 간절히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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