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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츄츄 May 30. 2023

다인실과 사람 사는 소리

일상의 다인실 이야기


시장은 시끌벅적하다. 그래서 사람 사는 느낌이 가장 많이 드는 장소라고들 하는데, 병원이란 곳이 시장통만큼 사람 사는 소리가 가득하다고 하면 믿어질까?



오늘은 시장통 같다는 소리를 듣곤 하는 병동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일단 병원은 일인실, 이인실, 삼인실, 그리고 다인실이 존재한다. 병원마다 시설이 다를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다인실은 공통적으로 존재한다.



여기서 우리는 다인실에 집중해야 한다.



다인실은 운이 좋다면 4인, 운이 조금 나쁘다면 8인이 한방을 함께 사용하게 되는데 방은 의료법 시행기준에 따르면 2명 이상 수용시설 기준 1명에 대하여 6.3제곱미터 이상이라지만 실제로는 이보다 못 미치는 느낌으로 갑갑함이 드는 경우가 많다.



보통의 병실엔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위해 침대마다 커튼과 상두대(물건 놓는 사물함)는 기본적으로 비치되어 있다.



1인용 냉장고 혹은 tv가 설치되어 있으면 운이 좋은 경우이고 대부분은 병실 한 곳에서  커다란 냉장고 1대, tv 1대를 함께 쓰는 실정이다.



병원에 입원하면 몸이 불편해서 입원하거나 수술을 위해 입원한 경우가 대부분이라 다들 한껏 예민해져 있다. 그렇다 보니 환자들은 다인실에서의 생활은 시설적인 면에서 부족하다고 느낄 수 있다. 그래서 사소한 말다툼과 생활 소음에 대한 컴플레인이 이 부분에서 등장하곤 한다.  



특히 젊은 사람들이 입원하는 경우 커튼을 치고 자신만의 공간을 활용하고 싶어 하는 일이 대부분인데, 개인 커튼이 공용 tv의 시야를 가린다거나 모든 병상이 오픈되어 있는데 한 군데가 가려져있으면 답답하다고 호소하는 몇몇 어르신들이 있어서 이 부분에서 불화가 나타나는 경우들이 간혹 있다. 환자 각자의 생각을 이해하며 항상 중립적으로 행동해야 하는 의료진으로써 환자들 간 싸움의 중재를 맡게 되고, 결국 침대 위치의 변경이나 병실 이동을 원하는 사람에게 병실 이동을 시켜주면서 불화를 잠재우게 된다.



이외에도 병실 내에 환자 한 명이 와상환자(누울 와, 모양상, 몸이 움직이는 것이 불편하여 누워있는 시간이 많거나 누워있는 환자)인 경우가 있는데 기저귀 착용을 하며 1:1 간병이 필요한 환자가 있고, 보호자가 상주하며 병실에서 대소변을 가려야 하는 환자인 경우가 있다. 이럴 땐 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는 사람과 아닌 사람들 간의 입장 차이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냄새와 병실의 중증도가 올라가는 것으로 인한 불편함을 토로하게 되는 것이다. 이럴 때도 침상을 창가 위치로 변경해 주거나 다인실이 불편한 보호자나 간병인을 위하여 상급병실 비용 안내 후 동의하에 병실 자체를 옮겨주곤 한다.



간혹 약물이나 수술 후 상태 변화로 섬망(의식이 흐리고 착각과 망상을 일으키며 헛소리나 잠꼬대,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하고 몹시 흥분이나 불안해하는 상태)이 있는 환자가 있을 때 행동 제지가 처치로 이루어지다 보니 방 전체 사람들이 한 환자로 인해 밤잠을 설치게 되는 경우도 다반사인데, 이때는 다인실의 특성상 모두의 이해를 구하고 의사의 처방하에 약물을 쓰거나 간호인력의 보조하에 밤을 보내는 상황으로 중재하곤 했다.



이처럼 다인실은 스펙터클한 상황이 반복된다. 환자 성향도 사람마다 다 다르고, 질환과 상태도 다르기 때문에 매일 보는 의료진 입장에서는 이해가 가지만, 대부분 첫 입원이거나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일을 겪는 사람들은 이를 굉장히 견디기 힘들어하곤 한다.



이외에도 수시로 들리는 방귀소리나 트림 소리, 하루 종일 전화 통화를 하거나 보호자가 몰려와 기도를 하거나 병실을 시끄럽게 만드는 일, 보조기를 착용하면서 나는 소음, 티브이나 스마트폰 영상 볼륨을 조절하지 않는 상황이나 밤새 틀어 놓으려는 행위, 상태 변화로 위급한 상황이 벌어지는 일, 날씨의 변화로 난방이나 냉방 조절이 필요한 경우 환자 간의 온도가 맞지 않아 의견이 갈라지며 중재가 필요하게 되기도 한다(마치 여름철 지하철 냉방문제와 비슷하다).



역시 나열하다 보니 느껴지는 건 여러 사람의 행동을 이해하고 지내는 건 역시나 불편할 수밖에 없구나라는 생각이었다. 환자의 전반적 상태를 관리하는 입장으로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한 게 현실이다.



입원 시 다인실에 대한 정보제공과 상급병실의 보험 적용에 대해 조금만 더 설명을 해준다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과 다인실의 환자 기준과 시설이 좀 더 개선되어 개인 프라이버시를 지킬 수 있는 방법들이 좀 더 마련된다면 해결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생각해 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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