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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더티브 Nov 02. 2020

사이좋은 부부에게 선물하는 그림책

[양육자를 위한 그림책] 주디스 커 <누가 상상이나 할까요?> 

주디스 커, <누가 상상이나 할까요>(웅진주니어)


사이좋은 부부에게 선물하곤 하는 책이 바로 <누가 상상이나 할까요?>이다. 작가 주디스 커의 별세 소식이 들렸을 때 많은 이들이 그녀가 하늘에서 남편 헨리를 만날 것이라며 따뜻하게 보내주는 것이 적잖은 충격이었다. 남편과 얼마나 사이가 좋았길래 하늘에서의 시간을 축복해주는 것일까? 


이 책은 내가 아는 가장 사랑스러운 죽음과 이별에 관한 책이다. 92세였던 주디스 커가 그려낸 작품. 주인공인 백발 할머니가 바로 주디스 커다.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나 나치를 피해 스위스, 프랑스를 거쳐 가난과 불안 속에 살아야 했던 그녀가 이토록 사랑스러운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건 삶에 대한 따뜻한 시선 덕분일 것이다. 



하늘에 살고 있는 헨리는 네 시부터 일곱 시까지 잠시 외출을 할 수 있고, 바로 그 시간이 부부의 하늘에서의 데이트 시간이다. 사람들은 주인공이 낮잠 자는 줄 알지만 하늘나라에서 돌고래와 수상 스키를 타고 유니콘과 놀기도 한다. 죽을 때는 해보지 않은 것을 후회한다고 해서일까? 공룡 타기, 사자랑 놀기 등 처음 해보는 게 가장 재미있다고 한다. 


나는 죽을 때 무얼 후회할까? 실은 학부 전공을 선택할 때도, 직업을 선택할 때도 같은 고민을 하며 후회하지 않을 선택을 하려 노력했다. 물론 매우 후회되는 선택이 더러 있지만, 그래도 죽을 때의 나를 생각해보며 안정된 선택보다는 모험을 해보려 하는 편이다. 



남편이 남자 친구였을 때, 나의 외할머니가 돌아가신 뒤 얼마 지나지 않아 남편의 외할아버지도 돌아가셨다. 자연스레 서로의 장례식장을 오가게 되었고,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그리고 또 자연스레? 남편은 “같이 살자”고 말을 꺼냈다. 


아마도 그 시점이 우리의 관계를 더 진지하게 생각해보게 되었던 계기가 되었던 것 같다(나만의 의견). 죽음이 산 자에게 주는 선물은 내 삶에서 뭐가 중요한지 다시금 돌아보고 삶의 방향성을 맞춰보는 것 아닐까? 장례식장을 다녀온 후 내가 그에게 꺼낸 말은 “절대 나보다 먼저 죽지 마.”였다.



아이를 낳고 정말 이러다 내가 다 무너져버리겠다 싶을 때, 하늘나라에서 머리가 하얗게 샌 부부가 지난날을 그려보는 장면을 보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이것도 금방이겠구나, 지금 이 시간을 더 많이 사랑하고 아껴주고 싶어.’ 


90세를 넘긴 부부가 함께 한 시간을 이야기하자면 1년도 부족할 것이다. 



“여기서 기다릴 테니, 내일 오후에 다시 만납시다.” 


지금은 하기 쉬운 말이지만, 나중에는 이 말이 얼마나 그리울까 싶다. 오히려 결혼하고 아이를 낳으니 남편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은 많이 줄어 아쉽다. 내 옆에 있는 그를 한 번 더 아껴 주어야겠다. 



written by. 조수연

그림책 큐레이션 서비스 북스 대표 


나를 지키고 싶은 엄마를 위한 웹진 '마더티브' 인스타그램  instagram.com/mothert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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