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더티브 Dec 07. 2018

환상 와장창... 아이 기다리는 커플에게 추천하는 영화

[엄마의 영화관] 임신의 웃픈 현실 <임신한 당신이 알아야 할 모든 것>


내가 임신과 출산을 경험하기 전에 이 영화를 봤다면, 하루가 멀다 하고 뒤져봤던 그 어떤 후기보다 도움이 됐을 거다. 왜 아무도 이렇게 힘들 거라고, 이렇게 치욕스러운 경험까지 하게 될 거라고 말해주지 않은 걸까.


임신과 출산은 아름답고 경이로운 경험이지만 고통도 비례한다. 아니, 오히려 몇 배 이상. 하지만 그 고통의 순간들은 사랑스러운 아이의 웃음 뒤로 잊히곤 한다.


이 영화는 그렇게 잊혀가는 임신·출산(+ 약간의 육아)의 고통을 여실히 보여준다. 어떤 실용서나 대백과보다도 현실적이고 적나라해 매 장면에서 무릎을 치게 만든다. 하지만 호러 영화는 아니다. 로맨틱 코미디답게 이 과정을 유쾌하게 그려내면서도, 부모가 오롯이 감당해야 하는 고통과 고민을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동명의 베스트셀러 도서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임신한 당신이 알아야 할 모든 것>. 난임, 원 나잇 스탠드, 입양, 속도위반 등 다양하게 아기를 맞이하는 다섯 커플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아기를 기다리는 커플이 꼭 함께 보면 좋을 영화, 이 영화의 추천 포인트 세 가지를 소개한다.


※ 스포일러 포함 주의!


1. 임신 완전 구려!


모유수유 부티크를 운영하는 웬디는 2년간 아기를 갖기 위해 노력한 끝에 기적적으로 자연 임신한다.


심한 입덧과 호르몬으로 인해 요동치는 감정 기복, 시도 때도 없는 생리현상 등을 겪지만 애써 모든 게 아름다운 과정이라 생각하며 인내하는 웬디.


간절하게 바랐던 만큼 그 마음도 이해가 되지만 너무나 안쓰럽다. 엎친 데 덮친 격이랄까, 하필 나이도 많고 돈도 많은 시아버지의 새 배우자도 쌍둥이를 임신한다. 경제적으로 여유롭고 며느리보다도 젊은 시어머니의 임신은 우아하기만 하다. '유니콘 임산부'같은 모습에 열폭 다반사!


폭발하기 직전의 웬디


그러던 어느 날 웬디는 '신성한 베페'의 기조 연설자로 무대에 오른다. 심신이 지친 상태였지만 "임신 경험은 마법 같은 행복한 기적”이라고 애써 말문을 연다. 그러나 결국 웬디는 말잇못... 폭발하고 만다.


이거 전부 다 개소리에요. 임신 정말 구려요. 사람 하나 만드는 거 정말 힘들다고요.


핵사이다! 아름다운 D라인, 뱃속의 아이를 생각하며 늘 행복한 미소를 짓는 엄마 등 현실과는 너무나 동떨어진 '임신 환상'을 와장창 깨주는 인상적인 장면이다. 임신을 겪어본 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띵언이 아닐까?


이 영화에서 가장 현실적인 캐릭터인 웬디의 폭발은 혼란스럽고 지난한 임신 과정으로 심신이 지친 커플들에게 통쾌함과 동시에 위로도 전한다.


"다 개소리, 임신 정말 구려요"



2. 준비 같은 건 없어


임신이 어려운 홀리와 알렉스는 입양을 하기로 한다. 하지만 막상 입양 시기가 다가오자 혼란스러워진 알렉스는 홀리의 친구가 추천한 '육아빠 모임'에 등 떠밀려 나가게 된다.


아기띠와 유모차를 풀장착한 네 명의 아빠가 위풍당당하게 등장하는 장면에선 절로 탄성이 나온다. "Welcome to Happy world"를 무심히 뱉는 애 넷 아빠의 시크함이라니! 솔솔 풍겨오는 육아 고수 스멜.


위풍당당 육아빠


이들은 알렉스가 아기를 맞이하기 전, 준비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하자 너무나 현실적인 조언이자 띵언을 남긴다.


그런 준비 같은 건 없어. 그저 달리는 열차에 뛰어들어서 버티는 것일 뿐이야.


아기를 맞이하는 것은 갑작스러운 경험이다. 임신·출산·육아는 왕도나 완벽한 매뉴얼이 없어서 아무리 준비하고 준비해도 모자라다. 부모는 그저 현실을 받아들이고 뛰어들어 최선을 다하는 수밖에 없는 것이다.


또 이들은 애가 기저귀 교환대에서 떨어졌다는 둥, 담배를 먹었다는 둥, 변기에서 수영을 하고 있었다는 둥의 이야기를 늘어놓으며 알렉스를 기겁하게 만든다. 하지만 이어 "이런 일들은 일상다반사"라며 "서로를 비난하지 않는 게 이 모임의 원칙"이라고 강조한다.


정말 중요한 원칙이다. 갑작스러운 변수의 연속인 육아를 대하는 고수들의 현명한 자세. 아무리 애를 써도 막을 길이 없고, 누구를 탓할 수도 없는 것이 바로 육아다. 예비 부모들에게 꼭 필요한 조언이 아닐까 싶다.



3. 무통주사 내놔!


무통 주사 내놔아아아아아아아!


또 웬디. 이쯤 되면 이 영화는 웬디가 다했다 싶기도 하다. 완벽이 존재하지 않는 임신·출산에서 완벽을 꿈꾸는 웬디이기에 시련도 참 많다. 웬디의 '완벽한' 출산 계획에는 '무통주사 없는 자연분만'도 포함됐다.


무통주사를 권하는 의료진에게 '내가 애한테 약 줄 사람처럼 보이냐'며 단호히 말하고, 남편 개리에겐 '혹시 내가 주사를 맞겠다고 하면 그건 헛소리'라고 신신당부한다. 하지만 진통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자 자신을 말리는 개리에게 시원하게 귀싸대기를 갈기며 당장 무통주사를 대령하라고 소리치고 만다.


개리! 당장 무통주사 가져다줘! 정말 필요해. 무통주사 없인 돌아오지 마!


'완벽한' 출산을 계획했던 웬디는 긴 진통 끝에도 아기가 나오지 않아 결국 제왕절개 수술을 하게 된다. 수술을 해야 한다는 의사의 말에 너무나 실망했던 웬디는 수술 이후에도 과다 출혈로 응급조치를 받는다.


안타깝지만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 벌어지는 게 임신과 출산의 현실이다. 누군가는 무탈했지만 다른 누군가는 목숨을 거는 일. 완벽의 기준도 없으며 계획대로 되지 않았다고 해서 틀린 것도, 잘못 된 것도 아님을 다시 한 번 상기시켜 주는 장면이다.



이외에도 하룻밤 잠자리로 임신과 유산을 겪는 로지가 파트너를 향해 던지는 절망스러운 대사 "널 볼 때마다 죽을 것 같아”, 셀럽 헬스 트레이너라 임신한 몸에 솔직해질 수 없는 줄이 답답함을 토해내며 뱉는 대사 "제발 내가 원하는 것도 물어봐 줘!” 등도 가슴에 콕콕 박힌다.


옴니버스식 로맨틱 코미디 영화인 특성상 아쉬움도 남는다. 속도위반, 엄마의 커리어, 불임 여성 등 깊이 다루지 못한 이슈도 있었고 조금은 뻔한 스토리 구성 때문에 영화적인 측면에서 완벽하다고 평가받긴 어려운 작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임신한 당신이 알아야 할 모든 것>은 아기를 기다리는 커플들이 유쾌하게 마음의 준비를 할 수 있게 도와주는 실용서 같은 영화임은 분명하다. 가벼운 마음으로 보되 조금은 무겁게 받아들이면 좋을 영화.


2012년 영화인데 한국에선 개봉하지 않았다. (이렇게 좋은 영화를!) 유튜브에서 유료로 자막판, 더빙판을 볼 수 있다.


이런 사람들에게 추천

1. 아기를 맞이하는 것에 막연한 두려움을 갖고 있다면
2. 임신·출산·육아가 힘든데 왜인지 모르겠다면
3. 꿈꿨던 임신·출산·육아와 현실의 괴리 때문에 힘들다면




매거진의 이전글 엄마는 누가 돌봐주죠? <툴리>가 던진 질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