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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더티브 Jul 21. 2018

둘째, 키워줄 거 아니면 권하지 마요

[Mom needs a new story] '애둘맘'의 현실

둘째 낳으니까 어때? 많이 힘들어?


최근 둘째를 출산하고 가장 많이 듣는 질문입니다. 비혼자에게도, 아이가 없는 기혼자에게도, 아이가 하나인 사람에게도, 심지어 이미 아이가 둘 이상인 사람에게도 이 질문을 가장 많이 받고 있죠.


대답은? 물론 '힘들다'이죠. 그것도 무척이나요.     


쉴 틈이 없네요, 쉴 틈이 없네요 ♪


두 아이 육아에서 가장 힘든 건 정말로 쉴 틈이 없는 겁니다. 아이가 하나일 땐 부부가 돌아가며 잠시나마 쉴 수 있었는데 아이가 둘이 되는 순간 그런 기회는 꿈도 꿀 수 없게 됐습니다. 남편과 번갈아 가며 첫째와 둘째를 돌보다 보니 이것은 마치 끝이 없는 쳇바퀴를 달리는 느낌이랄까요.


하지만 우리 집엔 우리 가족의 구세주 '할미'가 계십니다. 아이 둘에 어른 셋은 그래도 할 만합니다. 먼저 말했듯 번갈아 한 명은 쉴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여기서 쉰다는 건, 그저 엉덩이 붙이고 앉아있는 잠시의 시간이 주어지는 것일 뿐 ‘여유’를 누릴 수는 없습니다.


친정어머니께서 주말에 집을 비울 때면 저와 남편은 고군분투하며 할머니의 빈자리를 뼈저리게 느낍니다. 우리 집 아이들은 비교적 유난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집은 순식간에 엉망이 되고 점잖게 차려먹는 밥은 기대도 할 수 없으며 제대로 앉거나 누워서 쉴 수 있는 틈조차 갖기 어렵습니다.


할머니가 돌아오시는 일요일 저녁, 우리 부부는 체력이 완전히 소진되어 퀭한 얼굴로 할머니를 반갑게 맞이합니다.


'시간 빈곤'이 가장 힘든 두 아이 육아


여유를 허락하지 않는 두 아이 육아는 체력적으로 힘들 뿐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어렵습니다.


제 경우 육아에서 가장 힘든 부분은 ‘시간 부족’인데요. 독서·영화감상·글쓰기·운동 등혼자만의 시간을 통해 재충전을 해야 하는데 첫째 아이가 태어난 후로 진득하게 그런 시간을 갖기가 어려웠습니다. 재충전이 제대로 되지 않은 상태에서 체력적·정신적으로 소모만 계속되니 점점 지쳐가더군요.


예상은 했지만 육아를 하며 온전한 나만의 시간을 갖기란 정말 하늘의 별따기였습니다. 비단 저만의 문제는 아닐 텐데요. 하나도 아니고 둘이 되니 그 시간은 더욱 줄었습니다. 사실, 거의 없습니다.


새삼 둘 이상의 자녀를 독박육아하다 우울증 등 마음의 병을 앓게 되는 것은 당연지사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런 극한의 상황을 한 사람에게 몰아 주는 건...(할많하않)



두 아이 육아, 부모 외 도움 없다면 인생 망하는 길     


그래서 냉정히 말하곤 합니다. 육아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사람이 세 명 이상이 아닌 상황에서 두 아이를 낳고 기르는 건 그냥 인생 망하는 거라고, 이번 생은 포기해야 할 거라고.     


뭘 이렇게까지 무섭게 얘기하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삶의 질을 중요시하는 요즘의 경향에 비추어 그리 과장된 표현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부모가 포기해야 하는 것들이 많기 때문이죠.     


개인적인 성향에서 비롯하는 어려움뿐 아니라 한국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로 둘 이상의 자녀를 두 부모가 온전히 짊어지는 건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맞벌이 부모든, 외벌이 부모든 제각각 사회 구조적으로 타파하기 어려운 현실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으니까요. 어린이집과 긴급 아이 돌봄 시스템 부족, 여성 경력 단절, 육아노동 불평등 등 이제는 말하기도 입 아픈 것들이죠.


그나마 전 조모의 지원 덕분에 조금이나마 숨통이 트여 이렇게 불평·불만을 토해내는 짬이라도 갖습니다. 어쩌면 우리 가족의 행복은 전적으로 ‘할미’ 친정어머니께 달린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당신은 온갖 고생으로 세 남매를 기르시고도 그 자식들이 육아의 고됨보다는 기쁨과 행복을 더 누릴 수 있도록 보살펴주심에 몸 둘 바를 모를 정도로 감사할 따름입니다.     


첫째를 낳고 기르면서 맞벌이인 우리 부부에게 두 아이 육아는 체력적·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울 것이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때문에 친정어머니의 자발적인 도움이 없었다면 둘째는 포기했을 것입니다.     



육아의 행복과 고난은 온전히 부모의 몫     


첫째는 33개월, 둘째는 이제 5개월 된 아이들이라 지금의 육아가 더욱 힘들게 느껴지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선배 부모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이 상황이 적어도 앞으로 10년 정도 까진 크게 나아질 거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어쩌면 평생일지도요.     


지난해 재미 반, 진심 반으로 봤던 사주풀이에서 전 앞으로 5년간 계속 하락세일 것이라고 하더군요. 이 얘기를 하면 다들 '어쩌냐'고 걱정을 하는데 '두 아이를 낳은 워킹맘이 뭘 기대하겠냐'라고 반문하면 다들 이해하는 눈치입니다.     


너무 어렵고 힘든 점만 이야기한 걸까요. 물론 내 새끼들은 마냥 예쁘고 화목한 다자녀 가정도 많습니다. 하지만 육아의 형언할 수 없는 행복과 더불어 고난 역시도 온전히 부모의 몫이기에 냉정하게 말하고 싶습니다.

   

키워줄 거 아니면 빈말이라도 남에게 절대 둘째를 권하지 말라고요.      


(덧. 애당초 결혼·출산 같은 걸 권하지 않으면 더 좋겠습니다)


#내새끼_똥기저귀_갈아줄거_아니면_조언과_오지랖은_구분합시다



| Written by. 에디터 인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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