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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더티브 Mar 31. 2019

이런 이유라면 둘째 안 낳아도 됩니다

애 둘 낳고 키우다 문득 떠오른 단골 오지랖 멘트 세 가지


안녕하세요, 마더티브에서 애둘맘을 담당하고 있는 에디터 인성입니다.


지난 글 '둘째, 키워줄 거 아니면 권하지 마요'가 생각했던 것보다 많은 분들의 공감을 받았어요. 두 아이 육아의 힘듦을 토로했던 글인데 다들 많이 힘드셨나 봐요. ㅠㅠ 그런데 한편에 모든 이야기를 담지는 못했어요. 그래서 준비한 둘째 안 낳아도 되는 이유 2탄.


전 첫째 아이를 키울 때 '꿀육아'를 했어요. 아이는 비교적 순한 편이었는데 친정엄마께서 적극적으로 도와주시기까지 해서 육아가 얼마나 힘든지 체감을 잘 못 했던 것 같아요. 그러니까 겁도 없이 둘째를 낳았겠죠.


둘째를 낳은 후 제대로 현타를 맞았어요.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첫째 등원 준비 - 등원 - 둘째 돌봄(기저귀 갈기, 놀기, 수유, 잠 3시간 간격으로 무한반복) - 첫째 하원 - 애둘 돌봄(헬게이트 열렸…)이 매일 반복됐어요. 내가 소중한 나인데 나만의 시간은 단 1분도 엄청난 사치였죠. 체력적·심리적 고통이 점점 커지고...ing.


둘째 아이는요, 너무나 예뻐요. 보고 있어도 보고 싶을 정도로요. 그런데 저어어엉말 솔직히 이런 힘듦을 미리 알았더라면 낳지 않았을 거라고 후회한 것도 사실이에요. 하지만 후회해서 뭣하리요^^^^^^^^^ 애는 이미 나왔는걸요.


첫째 꿀육아 덕분에 그땐 너무 순진해서 둘째 낳으라고 옆구리 콕콕 찌르는 말들을 다 믿었어요. 그런데 둘째를 낳고 키우며 극한에 다다르는 순간이 올 때마다 그 말들이 떠오르더라고요. 어쩜 그렇게 맞는 말이 없는지 어처구니가 없을 정도예요. 게다가 옆구리 찌른 사람들은 육아에 그다지 도움도 안 됩니다. 부들부들…ㅠㅠ


어리석었던 제 자신을 원망하며 둘째를 권유하는 세 가지 단골 오지랖 멘트를 꼽아봤어요. 뒤늦게 깨닫고 괜히 예쁜 둘째 원망하지 마시라고 쌩리얼 애둘맘 후기, 오늘도 눈물로 써내려가봅니다.


사진 출처 : pexels


1. 하나 보단 둘이 낫지


둘째를 낳으라는 권유(라고 쓰고 강요라고 읽는)를 받을 때 가장 많이 듣는 베스트 오브 베스트 멘트. 그리고 자매 멘트는 "둘이 잘 놀아".


제가 둘째를 낳은 이유 중 하나이긴 해요. 혼자 노는 첫째가 안쓰러웠어요. 그런데 낳고 보니 웬열. 둘째가 걷기 시작하고 의사 표현을 하면서 본격 전쟁의 서막이 열렸어요. 하루 종일 쫓고 쫓기는 스릴을 만끽하고 있죠.


둘째는 하루 종일 첫째를 따라다니고 첫째는 하루 종일 둘째를 피해 다녀요. 둘이 절대 같이 안 놀아요. 첫째는 심지어 딸이에요. "첫째가 딸이면 더 좋지, 동생 예뻐해" 이런 말도 믿을 게 못돼요. 예뻐하기는커녕 여자 형제도 동생 밀고 발로 차더라고요.


"대체 언제 같이 노나요? 엉엉" 주변에 다둥이 부모들 바짓가랑이 붙들고 울기도 합니다. 그러면 하나같이 조금만 더 기다리라고 하시더라고요. 둘째가 3살쯤 되면 둘이 놀기 시작할 거래요. 얘 이제 돌인데요… 하…


그리고 여러분 솔직히 우린 남보다도 못한 가족, 형제들을 많이 봐오지 않았습니까. 이 아이들이 커도 둘이 꼭 잘 지낸다는 보장은 없더라고요. ^^ 물론 잘 지내길 바라는 마음은 누구보다 크죠. 저도 삼남매 중 둘째인데 형제들과 우애 깊게 지내고 있어요. 그래서 더욱 첫째 아이에게 형제를 만들어주고 싶었던 것이고요.


난 동생 필요없는데 엄마, 아빠가 그냥 데리고 왔잖아.

얼마 전에 첫째 아이가 한 말이에요. 억장이 무너졌어요. 내가 이 아이한테 몹쓸 짓을 한 건가 싶을 정도로 마음이 아팠어요.


하나 보다 둘이 나은 순간, 언젠가는 오겠죠? 둘이 노는 신세계도 언젠가는 오겠죠? 지금의 저로선 그런 시간이 오길 굳게 믿고 바라는 수밖에요. 하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마음의 준비도 단단히 해야겠어요.


사진 출처 : pexels


2. 일단 낳으면 지들끼리 알아서 커


아닙니다, 절대 아닙니다.


아이 낳아서 키우고 계신 분이라면 잘 알 겁니다. 아이들은 절대 저절로, 알아서 크지 않아요. 물론 전적으로 아이 스스로 해내야 하는 부분도 있지만 적어도 만 3세까지는 90%가 부모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것 같아요.


저는 첫째 아이를 온전히 제 손으로 키우지 않아서 미처 몰랐어요. 친정엄마께서 정말 많이 도와주셨거든요. 물론 남편도 함께 했고요. 1:3은 정말 수월했습니다. 제 손길이 닿지 않아도 정말 애가 혼자 크는 것 같았어요.


둘째를 낳고 집안 사정으로 친정엄마가 저흴 못 도와주셨을 때가 있었어요. 육아휴직 중이었던 전 집에 홀로 남아 아이 둘을 돌봐야 했죠. 제 한계를 본 것 같아요. 내 손길이 필요한 어린아이 둘을 하루 종일 번갈아가며 돌볼 수 있는 캐파(Capability)는 제가 갖고 있는 것의 몇 배가 넘는 수준이었어요. 어떻게 버텼는지 기억도 잘 안나네요. ㅠㅠ 이걸 매일 하시는 분들, 진심으로 존경합니다.


첫째 아이가 5살이 되면서 손이 조금 덜 가게 되었지만 이제 돌이 된 둘째는 여전히 손이 많이 갑니다. 첫째 아이를 거의 다 키웠다 싶어 뭔가를 새로 시작하려고 하면 아직도 둘째 아이 때문에 발이 묶이는 경우가 많아요. 적어도 앞으로 4년, 둘째 아이 5살 때까지는 또 기다려야 하겠죠. 아이들은 절대 알아서 크지 않네요.


이것도 시간이 지나면 나아질까요? 그건 또 언제일까요?ㅎㅎㅎㅎ



3. 애국해야지


애국자네, 애국자야!


제가 둘째 아이를 낳고 들은 말 중 가장 듣기 싫은 말이에요. (근데 꼭 두 번씩 말해요)


이 기회를 빌어 분명히 말씀드리자면 저 또한 틈만 나면 헬조선 탈출을 고민하는 사람으로, 전혀 애국자가 아니에요. 그리고 애국하려고 애를 낳은 건 더더욱 아니고요. (세금은 잘 냅니다!)


둘째 낳기 전에 이런 말에 흔들리지는 않았어요. 오히려 내가 출산의 도구로 여겨지는 것 같아 기분 나쁘기만 했죠. 그런데 이런 얘기 하는 분들 꼭 있더라고요. 대부분 직계 가족이 아닌 어르신들이었고요. 제가 둘째를 낳아도 직접 볼 기회가 별로 없는 분들이에요. 그래서 아이에 대한 애정보다는 애국이라는 큰일(!)로 절 설득(?)하고 싶으셨나 봐요.


그러나 이런 얘긴 별로 도움이 안 된다는 걸 아셔야겠어요. 혹여나 딸·아들·며느리·사위에게 이런 얘길 할 계획이신 부모님들이 있다면 절대, 네버 하지 마세요. 설득은커녕 공감 받지도 못할뿐더러 괜한 반감만 살 수 있어요.


사진 출처 : unsplash


둘째 낳으려면 뭣이 중헌디?


저희 부부는 두 아이를 원했지만 첫째 아이 15개월 즈음 "둘째는 없다"고 결론지었어요. 맞벌이를 하면서 두 아이를 안정적으로 키울 수 없다는 현실적인 문제와 더불어 우리 그릇이 둘 이상의 아이를 보듬을 수 있는 크기가 아니라는 걸 뼈아프게 깨달았기 때문이에요.


그런데 우리의 결심을 부모님께 전하자 돌봄노동의 최강자인 친정엄마께서 "둘째까지는 도와주겠다"고 선언하셨어요. 마음은 있지만 어쩔 수 없이 둘째를 포기한 저희 마음을 헤아려주신 거죠. 그렇게 예쁜 둘째가 태어났고 할머니·할아버지의 돌봄이 더해져 잘 자라고 있습니다. 이 은혜는 평생 갚을 생각이에요.


너는 둘째 낳고 왜 다른 사람들은 낳지 말래?


이쯤 되면 이렇게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을 거예요. 제가 이렇게 목소리 높이는 이유는 둘째를 낳지 말라는 게 절대 아닙니다. 그저 적지 않은 각오가 필요한 일이라는 걸 솔직하게 얘기하고 싶었어요. 제가 둘째를 고민할 때 아무도 이런 얘길 해주지 않았거든요.


다둥이를 키우면서 생각해보니 둘 이상의 자녀를 키우기 위한 가장 중요한 필요충분조건은 '양육자의 큰 그릇'인 것 같아요. 부모는 물론이고 양육을 돕는 이들 모두에게 말이에요.


해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육아란 처음 몇 년 간은 이성이 통하지 않는 영역이잖아요. 끊임없이 예상치 못한 변수가 등장하는데 이성적으로 통제가 안 되죠. 아이가 둘, 셋이 되면 그 빈도가 잦아지고 일상생활이 불가능한 때도 생기고요.


그래서 어린아이를 돌보는 것이야말로 극한 직업인 것 같아요. (이쯤에서 독박육아 중이신 엄빠들과 어린이집 선생님들께 다시 한 번 더 존경을 표해요. 꾸벅) 그렇기 때문에 첫째든, 둘째든 아이를 낳기 전에 이 극한의 상황을 포용할 수 있을 것인가, 얼마나 감당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고민과 각오를 꼭 점검해봐야 할 것 같고요.


사진 출처 : unsplash


둘째를 고민하는 분들께 전 절대 "안 된다"고 하지 않아요. 제가 뭐라고 감히 그런 말을 하겠어요. 하지만 그 무거운 책임에 대해서는 꼭 진지하게 생각해보길 권유합니다. 우리 아이들은 참 예쁘지만 그저 #둘째는사랑입니다♡ 태그에 혹해 저지를 일은 아닌 것 같더라고요.


둘째…라는 단어만 꺼내도 위에서 얘기한 권유의 말들이 쏟아질 거예요. 하지만 둘째 아이를 계획할 때는 말이죠, 아무것도 책임져주지 않는 제3자의 말이 아닌 아이를 낳고 기를 부모의 각오가 가장 중요함을 꼭 기억하세요.


근데 저 이래놓고 몇 년 후에 둘째 전도사가 되어있으면 어쩌죠. 정말 둘이 노는 신세계가 오는지, 둘이 알아서 잘 크는 시기가 오는지 꾹 참고 버텨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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