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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더티브 Jan 06. 2019

내 몸이 내 몸이 아냐...출산 후 현타오는 증상들

[엄마발달백과] 출산하고 시작되는 본격 현실 타임에 대하여

육아책의 주어는 늘 아이입니다. 아이를 위해 엄마가 해야 할 것을 끝없이 나열합니다. 그럼 엄마는 누가 돌봐주죠? 처음부터 엄마인 사람은 없습니다. 육아는 아이도 엄마도 함께 자라게 합니다. '엄마발달백과'는 임신·출산·육아를 전지적 엄마 시점으로 다시 씁니다. 매주 월요일 만나요.


[엄마발달백과-출산편④]


안녕하세요. 마더티브 에디터 인성입니다.


임신했을 때 모든 멘붕을 다 겪은 줄 알았건만 (참고 : 아무도 안 알려준 멘붕 임신 증상 네 가지) 아직도 많은 시련이 남아있었습니다.


'아름다운 출산'이라 했던가요. '악' 소리 절로 나는 진통과 내진, 나와 관련 없는 이야기를 나누며 절개한 배를 봉합하는 의료진들을 참아내며 어딘가 아름다움이 남아있을 거라 기대했습니다.


병실로 옮겨진 후 '이제 우아하게 누워 아름답게 회복하면 되는 것인가'라고 안심하려던 찰나, 마취가 풀리며 서서히 느껴지는 고통 속에서 전 직감했습니다. '아름다운 출산'같은 건 없다고, 진짜 고통은 이제 시작일 거라고. 이어 하루하루 당황스러운 증상들을 겪으며 처절하게 현타를 맞이했습니다.


엄마발달백과 임신 편에 이어 출산 편에서도 멘붕, 현타 오는 출산 후 충격 증상 네 가지를 꼽아봤습니다. '아름다운 출산'이라는 그늘에 가려 잘 알려지지 않은 현실을 들추어보아요.



1. 오로, 5일도 불편한 생리를 한 달 내내...


임신했을 때 생리는 안 해서 좋다고 콧노래를 불렀던 제 자신이 차아아암 한심하게 느껴지는 순간이었습니다. 열 달 동안 안 했던 생리를 한꺼번에, 그것도 한 달 내내 한다곤 하죠. 그대로입니다.


오로는 분만 후 나타나는 질 분비물이에요. 혈액, 자궁 내벽에서 탈락된 점막과 세포, 박테리아 등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몸밖으로 배출되는 형태는 생리혈과 비슷한데요, 전 출산 후 처음 일주일 동안 기저귀라고 불러도 무방할 대형 생리대가 흠뻑 젖을 정도로 쏟아지더라고요. 보통은 3-4일 정도 그렇다고 합니다.


오로에 대해 들어보긴 했지만 양이 이렇게나 많은 줄은 몰랐습니다. 침대가 흠뻑 젖은 적도 있어 시트를 갈며 의료진에게 몇 번이나 물었죠. 혹시 잘못된 하혈이 아닐까 걱정했지만 아니었습니다. 그만큼 양이 너무 많아 당황스러울 수 있습니다.


지난 2016년 미국에 사는 아만다 베이컨은 출산 후 현실적인 모습을 담은 사진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려 큰 반향을 일으켰다.(출처 : Amanda Bacon Facebook)


분만 후 거동도 불편한 몸으로 패드를 갈거나 씻기가 어려워 가끔 배우자가 도와주기도 한다는데 전 첫째 아이 때 남편이 한국에 없어서 배가 터질 듯한 고통을 참아내며 움직였고, 둘째 아이 땐 결국 남편에게 몇 번 도움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우린 진정한 전우(?)가 됐...ㅠㅠ)


3주에서 길게는 6주까지 배출된다는 오로, 전 두 번의 출산 모두 한 달 꽉 채웠습니다. 한 달에 한 번, 5일 생리하는 것도 불편한데 이걸 한 달 내내 하니 저어어어엉말 부자유롭더군요. 수시로 위, 아래 패드를 갈아줘야 하는 이 귀찮음, 불편함…(feat. 수유패드) 겪어보지 않으면 정말 모릅니다.



2. 애를 낳았는데 왜 배는 그대로인거죠


첫째 아이를 낳고는 정말 놀랐습니다. 배가 거의 그대로였어요. 병원에서 전신 거울을 보며 '아직 뭐가 덜 나왔나?'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어요. 진심으로. 아이가 나오면 둥글게 불렀던 배도 쏙 들어갈 줄 알았거든요. 아마 많은 임신부들이 그렇게 기대하고 있을 거예요.


그런데 더 충격적인 것은 불룩했던 배가 점점 가라앉으면서 임신으로 늘어났던 뱃살이 처지기 시작한다는 겁니다. 그리고 전 아직도 늘어난 뱃살을 보유 중이에요. 둘째 아이도 벌써 9개월인데…(안습)


산후 신체적·심리적 변화를 직시하고 이를 건강하게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takebackpostpartum 프로젝트에 참여한 사진들 (출처 : 인스타그램)


임신했거나 살이 쪘을 때처럼 배가 불룩하게 나온 게 아니라 물렁물렁한 뱃살 두 줌 정도가 처져 있어요. 전 두 번이나 배가 빵빵하게 불렀었기 때문에 아무래도 더 심한 것 같아요. 첫째 아이를 낳았을 때 이 정도는 아니었거든요. 이것이 바로 현실 애엄마 몸.


미디어 속 엄마들은 어쩜 그리 다들 평평한 배에 식스팩도 갖고 있는지 금방이라도 그렇게 되는 줄 알았어요. 저도 나름 배는 많이 나오지 않는 체형이었고 운동도 꾸준히 했기에 금방 회복할 수 있을 거라고 믿었습니다. 그러나 이것 역시 손에 닿지 않는 환상이었죠. 아무리 운동을 해도 한 번 늘어난 뱃살은 탄력을 회복하기 어려웠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탄력이나 복근을 만들기 위해 충분히 운동할 시간이 없고요


둘째를 낳은 지 9개월이 지났지만 여전히 처진 뱃살이 평생 자연적으로 사라질 것 같진 않아요. 이렇게 말하는 지금 이 순간도 새삼 충격적입니다.


참, 배의 튼살과 아직도 사라지지 않은 임신선은 애교. ^_ㅠ



3. 가슴을 쥐어 뜯는 고통, 젖앓이


생애 처음 느껴보는 고통이었습니다. 임신과 출산을 겪으며 난생처음으로 많은 고통을 경험했는데 그중 가장 생소했기에 더 당황스럽고, 더 멘붕이었던 증상 같아요.


신기한 몸이죠, 아이를 낳고 나니 바로 젖이 불어왔습니다. 아직 유선이 원활하지 않아 젖이 잘 나오지도 않는데 계속 차오르기만 하니 가슴은 점점 커져가는 돌이 되어가는 것 같았어요. 풍선이 아니라 '돌'이기 때문에 조금만 스쳐도, 조금만 눌려도 '헙' 숨 막히는 고통이… 이 고통은 말로 다 표현이 안 됩니다. (단호) 젖을 빼야 나아진다지만 병원에서 아무리 모유 수유를 하고 유축을 해도 소용이 없었습니다.


수백만 원 드는 조리원, 솔직히 긍정적으로 생각하지 않지만 갓 해산한 엄마의 회복과 모유 수유 단 두 가지 이유로 추천하곤 합니다. 여기서 모유 수유는 수유를 잘 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는 것보단 돌덩이가 된 처치 곤란 젖가슴의 관리를 받을 수 있다는 맥락에서 추천하죠.


병원에서 퇴원한 후 본격적으로 모유 수유가 시작되는데요. 요즘 조리원은 모유 수유를 권장한다며 산모 유방관리 마사지 전문가를 꼭 두더라고요. 이분의 손길이 제 가슴이 닿았을 때 전 눈앞이 하얘지고 비명이 절로 나오는 고통과 더불어 제 젖이 허공으로 마구 쏘아지는 속 시원한 신세계를 만났습니다.


희선언니도 만난 그분... (출처 : SBS 미운우리새끼)


결과적으로 전 모유량이 적어 모유 수유를 하지 않았고 다행히 더 이상의 고통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모유 수유를 하시는 분들은 넘치는 모유량 등으로 인해 계속해서 탈이 나기도 하더라고요.


유선염, 젖몸살까지 앓는 분들에 비하면 전 그리 심한 편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정말 고통스러웠어요. 꼭 조리원이 아니더라도 젖앓이는 초기부터 의료진이나 마사지 전문가를 찾는 게 좋겠습니다.


덧붙여, 이런 고통을 해소하기 위한 대표적인 마사지를 통곡 마사지라고 해요. 전 정말 통곡을 하면서 마사지를 받기 때문인 줄 알았는데요. (진지) 알고 보니 이 마사지를 만든 일본인의 이름 오케타니(桶谷)의 한국어 발음이 통곡이라고 해서 그렇다네요. 이런 우연이!



4. 손길만 스쳐도 후두둑… 탈모


아직도 고통받고 있는 증상입니다. 사실 첫째 아이 때는 이 고통을 전혀 몰랐습니다. 그래서 둘째 아이를 낳고 건방지게 백일 만에 펌을 했죠. 그리고 지금, 사무치게 후회하고 있습니다.


당시 펌을 해주시던 미용사님이 족히 열 번은 물었을 겁니다. '정말 펌 해도 되겠냐고, 머리 더 많이 빠질 텐데 진짜 할 거냐고, 애 낳은 지 얼마 안 됐는데 그냥 커트만 하지 그러냐'라고. 되돌릴 기회를 참 많이도 주셨는데 전 자신 있었습니다.


그리고 한 달 정도 지나 머리카락이 빠지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출산 전에도 머리카락이 잘 빠지긴 했지만 이건 차원이 달랐습니다. 머리를 감을 때나 아침에 일어났을 때 숭덩숭덩 빠지는 건 물론이고 손이 조금만 스쳐도 후드득 떨어지는 머리카락에 뭔가 잘못돼가고 있음을 느꼈습니다.


아이가 9개월이 된 지금도 가는 자리마다 낙엽처럼 머리카락을 떨어뜨리고 다닙니다. 얼마 전엔 거울을 보는데 머리 볼륨이 푹 꺼져있더라고요. 어머님들이 왜 그렇게 볼륨 드라이를 찾으시는지 알게 됐습니다. 캐안습…


그만, 그만...! (출처 : unsplash)


결국 제 생애 처음으로 탈모 방지를 위해 저자극 천연 샴푸를 구입해 두피 관리를 시작했고, 끼마다 서리태를 한 움큼씩 집어먹고 있습니다. 머리 묶다 끈이 끊어질 정도로 머리숱이라면 뒤지지 않는 저였는데 애 낳고 이런 쓸쓸한 현실을 맞이하네요. 이번 겨울엔 털모자가 필수겠어요. 하…


저와 같이 출산 탈모를 겪었던 분들의 경험담을 들어보면 결론은 '다시 난다'였습니다. 미세먼지 가득한 하늘이 파랗게 걷히는 듯한 희망적인 말. 그날이 어서 오길 기다리고, 기다려봅니다.



이 외에 관절통, 요실금, 치질 등과 같은 증상을 겪을 수도 있습니다. 정도는 다르겠지만 산후우울증 같은 심리적인 어려움을 경험할 수도 있고요. 당황스럽겠지만 의외로 출산 후 많이 겪는 증상들이니 너무 놀라지 말고 꼭 전문가를 찾길 바랍니다.

아이도 중요하지만 엄마인 우리의 몸과 마음도 정말 중요합니다. '산후조리 잘못하면 평생을 간다'는 어른들 말이 완전히 틀린 것은 아니더군요. 한 여름에 솜 이불로 꽁꽁 싸매고 있을 필요는 없지만 길고 긴 육아 마라톤을 뛸 준비를 위해 내 몸과 마음을 정성껏 돌보는 시간을 갖는 것도 매우 중요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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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발달백과 - 출산편 ①]


[엄마발달백과 - 출산편 ②]


[엄마발달백과 - 출산편 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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