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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더티브 Jan 27. 2019

조리원은 돈ㅈㄹ? 천국 맞다니까

[엄마발달백과]  산후조리원이 진짜 천국이 되려면 ②  

육아책의 주어는 늘 아이입니다. 아이를 위해 엄마가 해야 할 것을 끝없이 나열합니다. 그럼 엄마는 누가 돌봐주죠? 처음부터 엄마인 사람은 없습니다. 육아는 아이도 엄마도 함께 자라게 합니다. '엄마발달백과'는 임신·출산·육아를 전지적 엄마 시점으로 다시 씁니다. 매주 월요일 만나요.


[엄마발달백과-조리원편③]


안녕하세요. 마더티브  에디터 인성입니다.


첫째와 둘째 모두 산후조리원을 이용했습니다. 두 번 다 가야 할까 고민이 많았지만 결국 나를 위해, 아이를 위해 그곳에 발을 들였죠.


종종 산후조리원은 '돈ㅈㄹ'로 불리기도 하죠. '옛날엔 그런 것 없이 애 잘 키웠어', '옛날엔 그런 데 안 가도 멀쩡히 다 살았어'라는 말들과 세트로 말이죠. 하지만 그건 말 그대로 옛날 얘기인 것 같아요.


최근 산모들 10명 중 8명(75.1%)이 산후 회복을 위해 산후조리원을 이용한다는 조사 결과(보건복지부, 2018 산후조리 실태조사)를 보면 산후조리원이 더 이상 '유난'은 아닌 것 같습니다.


같은 조사에서 산모들은 산후조리원을 찾는 이유에 대해 '육아에 시달리지 않고 산후조리를 할 수 있어서(36.5%)', '육아전문가에게 육아방법에 도움을 받기 위해서(18.7%)'라고 가장 많이 답했는데요. 산후조리원을 마냥 찬양할 순 없지만, 저도 이러한 장점을 몸소 경험했기에 갓 출산한 산모들에게 웬만하면 산후조리원을 추천해요.


내게 산후조리원이 천국이었던 이유


저에게도 산후조리원은 '천국'과도 같은 곳이었습니다. 많은 산모가 얘기했듯 완벽한 휴식, 필요할 때면 즉시 찾을 수 있는 전문가 이 두 가지가 가장 큰 이유였죠.


산후조리원은 암막 커튼이 정말 중요합니다  (출처 : 마더티브)


두 아이를 출산하고 머물렀던 산후조리원은 남편 외 외부인의 출입과 면회가 안 되던 곳이라 아무런 방해 없이 쉴 수 있었어요. 전 마치 올 인클루시브 리조트로 갔던 신혼여행 때처럼 먹고, 자고를 반복하며 마음껏 휴식의 시간을 누렸죠.


임신 중에 제대로 잠을 못 잤기 때문에 피로가 많이 쌓여있었어요. 때 되면 밥 주고, 청소·빨래도 해주니 손가락 하나 까닥하지 않고 그저 누워서 자고, 자고, 또 자며 '무조건 자라'는 선배들의 말을 칼같이 지켜냈죠. 그러다 보니 언젠가부터 자느라 수유콜을 못 듣는 때가 많아졌어요. 모유수유와 조리원 동기 만들기 등은 조리원 휴식의 걸림돌이 되기도 하는데요. 전 애당초 이런 것들에 대한 의지와 미련이 크게 없었기 때문에 수유콜을 못 들을 정도로 마음 편히 쉴 수 있었을지도 모르겠어요.


휴식 다음으로 좋았던 건 언제나 전문가가 곁에 있었다는 거예요. 아이에 대해 전혀 모르는 초보 산모를 위해 신생아실 담당 선생님들이 매일 아이의 건강 상태를 체크해 알려주었죠. 3일에 한 번 방문하는 소아과 의사를 통해 많은 의문을 해소할 수도 있었고요.


특히 심폐소생술, 위급 상황 시 대처 방법, 목욕 방법 등 안전 문제와 관련해 자세히 배울 수 있었던 건 정말 큰 도움이 됐어요. 우리 부부는 아기 심폐소생술을 두 손가락으로 하는지, 어린 아기 목에 뭔가 걸렸을 때는 배를 누르는 게 아니라 뒤집어서 등을 쳐야 하는지 1도 몰랐던 초보 부모였기 때문이죠.


생각지도 못했던 신생아 심폐소생술을 산후조리원에서 배웠다 (출처 : 행정안전부 국민안전방송 갈무리)


출산 직후 병원에 있는 동안 젖이 돌면서 가슴이 매우 아팠는데 조리원 마사지 전문가의 손길로 젖앓이에서 완전히 해방될 수도 있었습니다. 특히 운동에 관심이 많은 전 산모들의 운동을 도왔던 방문 요가 강사에게 산후 운동에 대해 많은 조언을 듣고 운동 방법을 배우기도 했어요.


혼자서 제왕절개 출산을 하느라 더욱 긴장했던 탓에 몸도, 마음도 많이 지쳤었는데 조리원에서 2주의 시간을 편히 보내면서 빠르게 회복할 수 있었습니다. 더불어 육아에 치이는 현실로 들어서기 전, 차분하게 마음의 준비도 할 수 있었고요. 둘째 아이를 낳고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앞으로 이런 시간은 없다'는 생각으로 더욱 휴식과 회복에 집중했어요.


하지만 진정한 천국은 아니었던 이유


천국과도 같은 시간을 보냈던 산후조리원이지만 사실 이곳이 진정 천국은 아니었습니다. 마음에 걸리는, 불편한 구석이 분명 있었죠.


제가 산후조리원에 있으면서 느꼈던 가장 큰 불편함은 '엄마 공장' 같은 느낌이었어요. 대부분 산후조리원은 모유수유나 산후 다이어트를 마케팅에 크게 활용하곤 하는데요. 그래서인지 '모유수유와 산후 다이어트에 성공한 엄마'를 만드는 곳이라는 생각이 지워지지 않았습니다. 제가 머물렀던 곳도 마찬가지였죠.


"산후조리원은 여성을 '모성 가득한' 엄마로 길러내는 첫 관문이다. 역설적이다. 여성들이 주변의 간섭을 왜 차단하려고 했겠는가? 출산과 동시에 모성으로 무장함이 마땅한 엄마의 모습이라고 전제하는 주변인들의 무례한 간섭이 이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그래서 2주간 휴가를 떠나는 것인데 산후조리원이 모성을 추호도 의심하지 않는 곳이라니. 물론 강요하는 방식이 투박하지는 않다. 산모들이 알아서 길들여지도록 자연스레 유도한다. 대표적으로 모유수유가 그렇다." <결혼과 육아의 사회학> 107쪽


제가 이용했던 조리원은 모유수유를 강제하진 않았지만, 기본적으로 '모유수유 성공'을 위해 물심양면 도왔습니다. 모유수유 수업 시간에 둥글게 둘러앉은 엄마들이 모두 젖가슴을 드러내고 제 젖을 짜보며 서로의 상태를 확인했던 장면이 아직도 잊히지 않아요. 네 젖이 잘 나오냐, 내 젖이 잘 나오냐 경쟁적으로 보여주던 이상한 상황이었죠. 그곳에선 모유수유를 잘하는 엄마가 좋은 엄마, 성공한 엄마였습니다.


"게다가 산후조리원에 있으면 모성만이 아니라 '여성성 회복'도 강요받을 확률이 놓다. 현대사회는 모성을 강요하면서도 이 때문에 여성성을 상실하는 것은 용납하지 않는다." <결혼과 육아의 사회학> 113쪽


산후 다이어트도 마찬가집니다. 마치 조리원에 있을 때 살을 많이 빼지 않으면 임신 기간 찐 살이 평생 갈 것처럼 얘기하는 바람에 마음이 급해지기도 했어요. 그래서 첫아이 때는 멋모르고 고가의 마사지를 결제하기도 했죠. (효과는 없었습니다) 마사지실에서 차례를 기다리며 마주친 산모들과는 서로 얼마나 몸무게가 빠졌는지 비교하기 일쑤였어요.


네가 나인지, 내가 너인지. 온 우주의 도움이 필요했던 그때 그 시절 (출처 : 마더티브)


초보 엄마의 불안을 다독여 주고 격려해주는 것만으로도 조리원의 순기능은 이미 충분해요. 그런데 '성공'이라는 기치 아래 엄마들을 줄 세우고 몰아붙이며 획일하게 만드는 모습은 내내 마음을 안 좋게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너무 상업적입니다. 분명 좋은 취지를 가진 산후조리 시스템이지만 시장 경제 체제 속에서 점점 더 상업적으로 변질되는 현실이 안타까워요.


산후조리원을 고르기 위해 네 군데 정도를 둘러보았는데 애초에 '저렴한 조리원'은 없었습니다. 어쨌거나 최소 250만 원부터 시작했으니까요. 실제로 산후조리원 이용에 드는 평균 비용은 220만 7천 원(보건복지부, 2018 산후조리 실태조사). 최근 출산 장려금 250만 원 논란이 있었는데요, 산후조리원만 다녀오면 눈 깜짝할 새 사라지는 돈이죠.


수백만 원이 어디에 어떻게 쓰이는 걸까요. 물론 아기와 산모의 안전과 건강을 보장하기 위해서도 쓰이겠지만 최고급 원목 침대나 마사지 같은 건 꼭 없어도 될 것 같아요.


산후조리원이 진정 천국으로 거듭나려면


출산 전, 산후조리원이 꼭 필요한 것인지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하지만 산후조리원을 두 번 이용해보니 꼭 고가의 조리원일 필요는 없지만 이 과정이 모든 산모에게 필요하겠더라고요.


학수고대하던 아이를 만난 순간의 기쁨도 잠시, 처음으로 아이를 안고 젖을 물리려 낑낑댈 때의 당혹스러움이란 마치 우주 미아가 된 것처럼 엄마를 외롭고 두렵게 만듭니다. 산후조리원은 초보 엄마가 그런 어려움을 조금이나마 극복하고 아이를 맞이할 준비를 할 수 있는 곳이었죠.


둘째, 셋째 엄마도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건 마찬가지예요. 앞선 경험으로 조금은 익숙하겠지만 어떤 새로운 난관이 닥칠지 모르는 일이고, 다둥이 육아를 시작하기 전 엄마의 몸과 마음을 충분히 추스를 시간이 분명 필요하기 때문이죠.


하지만 민간 산후조리원은 비용이 많이 드는 게 현실이라 모든 산모가 산후조리원에서 전문적인 산후 관리를 받기 위해서는 정부의 산후조리 지원이 더욱 필요합니다.


오는 4월부터 경기도에서 처음으로 운영 예정인 여주공공산후조리원 조감도 (출처 : 여주시)


이런 맥락에서 최근 하나둘씩 늘고 있는 공공산후조리원과 몇몇 지자체의 산후도우미 지원 혜택 확대는 매우 반갑습니다. 불필요한 비용은 빼고 순기능만 모아 누구나 찾을 수 있는 저렴한 산후조리원이 운영된다면 만지면 부서질 듯한 갓난아기를 안고 두려움에 떠는 많은 부모에게 큰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해요.


정부는 아이를 낳았다고 해서 돈만 쥐여주는 것이 아니라 가족이 탄생한 시작점에서 그들이 건강한 방향으로 출발할 수 있도록 여러 방면에서 체계적으로 도와야 하죠.  건전한 산후조리 시스템이 가족의 출발을 도울 수 있을 때야말로 산후조리원이 진정한 천국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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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발달백과-조리원편①]


[엄마발달백과-조리원편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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