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더티브 Jan 30. 2019

결혼 후 첫 명절, 의심하고 또 의심하십시오

마더티브 에디터들이 들려주는 뼈때리는 조언


눈빛이 흔들리시네요. 결혼 후 처음으로 며느리로서 명절을 맞이하시나보군요? 설레기도 하고 떨리기도 하겠죠. 그 마음 잘 압니다. 처음 보는 시가 식구들과 잘 어울릴 수 있을까, 혹시 웹툰 ‘며느라기’처럼 시월드 잔혹사가 나를 기다리고 있진 않을까. 그렇다고 명절을 포기하시겠습니까? 인연 다 끊고 사시겠어요? B급 며느리 되는 걸 감당하실 수 있으시겠습니까? 감당하실 수 있으시겠냐고 물었습니다.

걱정 마십시오. 지금부터 제 말을 전적으로 믿으셔야 합니다. 결혼 5~7년차 마더티브 에디터들이 적중률 100%! 명절 기출문제를 준비했습니다. 명절의 두려움과 불안은 저희한테 맡기십시오. 사모님은 그저 스트레스 없이 편안한 명절을 보내시기만 하면 됩니다. 제 플랜은 한 치의 오차도 없습니다.


[명절준비 영역]


Q. 결혼 후 맞이한 첫 명절 연휴. 남편이 명절 하루 전날 시가에 먼저 가서 음식 준비를 도우라 말한다. 다음 중 당신이 해야 할 행동은?
① TV에 나오는 며느리처럼 부지런히 일하겠다는 각오로 한복과 앞치마를 준비한다.
② 내가 원하는 명절에 대해 솔직히 이야기한다.
③ “옷에 기름 냄새 배는 건 질색이야”라며 인터넷으로 명절 음식을 싹 다 배송시킨다.

정답 : ②
에디터 주영의 해설: 사모님은 남편과 사랑해서 결혼하셨지 시가 인력난 해소를 위해 ‘시집’간 게 아닙니다. 개인과 개인이 만나 하나의 가정을 꾸리셨단 말입니다. 따라서 시가 먼저 가는 것 또한 당연한 일이 아닙니다. 사모님이 시가에서 시간을 보내는 동안 친정 부모님은 쓸쓸히 딸을 기다리실 텐데... 후회하지 않으시겠습니까?

스트레스 없는 명절을 만들려면 평등한 환경이 뒷받침돼줘야 합니다. 항상 나와 친정을 남편 및 시가와 동일선상에 올려놓고 생각하는 습관을 기르셔야 합니다. 설에는 시가, 추석에는 친정에 가거나 설에는 시가 먼저, 추석에는 처가 먼저 가는 식으로 공평하게 조율할 수 있습니다. 마더티브 에디터들도 올해부터는 그렇게 하기로 했습니다. 물론 오랜 투쟁이 있었죠. 나 자신을 믿지 마십시오. 당연하다고 믿어온 것들을 의심하고 또 의심하십시오. 정신 똑바로 차리셔야 합니다. 그러다 영영 나오지 못할 지옥불에서 사십니다. 첫 단추를 잘 꿰십시오.


[며느라기 영역]



Q. 결혼 전 명절. 애인이 시가에 올 거냐고 물어본다. 다음 중 당신이 해야 할 행동은?
① 결혼 후에도 계속 만날 테니 다음 명절에 찾아뵙는다고 말한다.
② 며느리로서 미리 점수를 따기 위해 시가에 가서 일을 돕는다.
③ “유교문화 없는 곳에서 살고 싶다”라고 편지를 남긴 후 잠적한다.

정답: ①
에디터 인성의 해설: 혹시 ②번을 고르셨습니까? 초장부터 이쁨 받는 며느리가 되고 싶어 몸이 근질거리시군요. 그게 바로 며느라기입니다, 사모님. 냉정하게 생각해보셔야 합니다. 앞으로 평생을 볼 사람들이고, 그때마다 전 부치고 설거지할 수도 있을 텐데, 왜 벌써부터 사서 고생하려 하시죠? 오히려 며느리에 대한 시가 어른들의 기대치만 높일 뿐인데. 만약 꼭 가야 한다면 양가에 인사 정도만 드리는 게 좋을 겁니다.

Q. 집에서 계란 후라이 말고는 부쳐본 게 없는데 시어머니께서 전을 맡아보라고 시켰다. 다음 중 당신이 해야 할 행동은?
① 일단 “네!”라도 대답한 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하고 본다.
② 전을 부쳐본 적 없다고 솔직히 말한 뒤 도움을 요청한다.
③ “저만 믿으세요”라고 말씀드린 뒤 전 대신 계란 후라이를 수십 장 부친다.

정답: ②
에디터 홍의 해설: 종종거리면서 잘 하지도 못하는 전 부치고, 설거지하고, 과일 깎고... 명절을 맞아 온 가족이 음식 만들며 화목한 시간 보내는 것, 좋습니다. 하지만 이것만큼은 꼭 기억하십시오. 사모님은 시가에서 손님입니다. 남편이 친정에서 앞치마 두르는 거 본 적 있습니까? 딱 남편만큼만 하십시오. 너무 눈치 보지도 말고, 무리하지도 말고. 못하는 일도 잘하는 척하는 거, 한두 해는 넘겨도 오래 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다가 사모님의 본모습을 들키기라도 하면 시부모님께서 ‘변했다’고 반응하실 수도 있습니다. 오직 사모님의 모습만이 사모님의 가치를 증명합니다.


[가부장제 영역]



Q. 남편의 동생을 XX씨라고 불렀더니 시부모님이 “도련님이라고 불러야지”라고 조언했다. 다음 중 당신이 해야 할 행동은?
① 앞으로 주의하겠다고 반성하며 “도련님”이라고 부른다.
② 세계화 시대에 걸맞게 서양식으로 하자며 “Hey, Boksun~” 하고 어머님 이름을 부른다.
③ 남편과 함께 평등한 호칭에 대해 상의해본다.

정답: ③
에디터 봉봉의 해설: 도련님, 서방님, 아가씨, 애기씨, 아주버님... 낯선 환경도 어색한데 오글거리는 호칭 때문에 누구 하나 맘 편히 부르지 못해 불편한 마음, 잘 압니다. 그렇다고 그렇게 계속 입 다물고 하회탈처럼 눈웃음만 짓고 계실 필요 없습니다. 전적으로 가부장제 유교문화 탓입니다. 사모님 잘못이 아닙니다.

집안에 새로운 호칭을 들이는 건 생각해보셨습니까? 구시대적인 호칭이 싫다면 XX님, XX씨라고 부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물론 시가 어르신들이 받을 문화충격에 대비해 사전 공지는 해야겠죠. 다른 사람들이 나를 부르는 호칭도 한 번쯤 생각해두는 게 좋을 겁니다. “새아가”, “며늘아가”... 사모님이 시어머니 아기는 아니잖습니까? 그런 부분을 남편과 상의해보십시오.

Q. 주방에서는 시어머니와 며느리들이 명절 음식을 준비하는데 남편을 포함한 남자들은 거실에 앉아 있다. 어머님이 나만 주방으로 불러 앞치마를 건넨다. 다음 중 당신이 해야 할 행동은?
① “고맙습니다”라고 인사한 뒤 서둘러 앞치마를 메고 음식을 한다.
② “제가 식모예요?”라고 일성하며 앞치마를 바닥에 던진다.
③ “자기야~ 나랑 같이 전 부치자” 하며 남편을 불러낸다.

정답: ③
에디터 봉봉의 해설: 내 위치가 ‘가사도우미’로 전락한 현실을 체감하는 순간이 바로 결혼 후 첫 명절입니다. 여자만 주방에서 못 벗어나는 게 부당하다고 느끼신다면 해법은 있습니다. 어머님이 주신 앞치마를 남편에게 건네십시오. 모든 남자를 끌어올 수 없다면 단 한 명이라도 움직이게 해야 변화가 시작됩니다. 혹시 어머님의 눈에 눈물이 맺혔다 해도 흔들려선 안 됩니다. 처음만 어렵지 나중엔 당연하게 받아들이실 겁니다. 그렇다고 ②번처럼 앞치마를 바닥에 던지는 건 매우 위험합니다. 사모님, 시어머니와 남편은 멘탈이 매우 약합니다. 일단 남편을 주방으로 들이셔야 합니다.


[명절 A/S 영역]



Q. 명절에 시가에서 예상치 못한 상황들을 겪은 뒤 심란한 마음으로 집에 도착했다. 다음 중 당신이 해야 할 행동은?
① 남편에게 솔직히 털어놓으며 변화에 동참해달라고 부탁한다.
② 명절증후군이라고 생각하며 마음속에 담아둔다.
③ “너도 한번 당해봐”라며 명절에 당한 것들을 남편에게 미러링한다.

정답: ①
에디터 주영의 해설: 남편과 처음 명절을 보내고 나면 생각지도 못했던 점들이 보이기 시작할 겁니다. 어머님은 왜 아침에 나만 깨우실까, 남편은 자라고 하고. 한창 바쁠 때 아버님은 왜 남편만 쏙 데리고 목욕탕에 가는 걸까, 그것도 애는 집에 두고. 전부 마더티브 에디터들이 실제로 겪은 일들입니다. 이게 현실입니다, 사모님.

그렇다고 포기하시면 안 됩니다. 시험과 마찬가지로 명절도 오답노트가 중요합니다. 마음에 걸려 있는 것들을 잘 정리해서 남편과 차분히 대화를 나누도록 하십시오. 그리고 하나씩 바꿔가자고 말하고 또 말씀하십시오. 의견이 다를 수도 있지만 계속 말해야 타협이라도 할 수 있습니다. 마더티브 에디터들도 하나씩 바꿔갔습니다. 그 과정이 순탄치는 않았지만 조금씩 평등한 명절, 나를 지키는 명절에 가닿고 있습니다. 명심하십시오. 우리의 명절은 우리가 만드는 겁니다.

열심히 오답노트를 만드시겠다고요? 잘했어. 엑설런트. 굿. 다음 명절 시험은 틀림없이 만점을 받을 겁니다.



글 : 마더티브 / 디자인 : 에디터 봉봉




마더티브 홈페이지 mothertive.com
마더티브 페이스북 facebook.com/mothertive
마더티브 인스타그램 instagram.com/mothertive 

매거진의 이전글 [마티레터] 매력을 찾아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