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더티브 에디터 남편들의 뼈때리는 조언
결혼 후 첫 명절을 맞이한 아내는 지금 매우 불안할 거야. 시어머니의 손짓 하나 발걸음 하나에 온 신경이 쏠리고 부엌을 서성대긴 하지만 정작 뭘 해야 할지 몰라 초조하겠지. 소파에 앉아서 TV를 보고 있어도 가시방석이고.
왜 그렇냐고? 시가 식구들은 그대로인데 오직 한 사람, 아내만 새로 들어온 사람이니까. 말단 신입사원이라도 된 심정이겠지. 친정 생각도 간절하고. ‘난 누구, 여긴 어디’ 정체성의 혼란을 느끼고 있을 거야. 그럴 때 아내가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누구겠어. 오직 한 명, 남편뿐이야.
결혼 5~7년차 마더티브 에디터들도 명절을 보내면서 수많은 시행착오가 있었어. 싸우고 설득하고 타협하면서 나름의 명절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지. ‘프로불편러’ 아내를 둔 마더티브 에디터 남편 4인이 첫 명절을 맞이한 남편들에게 들려주는 현실 조언, 한번 들어볼래?
# 에디터 홍 남편 뿡뿡
- 나는 아내와 샴쌍둥이다
‘아내와 나는 (영혼의) 샴쌍둥이다’ 생각하고 계속 아내 눈치를 살펴. 전을 부칠 때도 설거지를 할 때도 늘 함께 하는 거야. 아내를 멀뚱멀뚱 혼자 두지 마. 아내는 그럴 때가 제일 힘들대. 꿔다 놓은 보릿자루 같을 때. 여기서 주의할 점. 너무 아내를 졸래졸래 쫓아다니지는 마. ‘내 아내는 내가 지킨다!’는 투지에 불타서 시가 식구들에게 일일이 태클 걸지도 말고. 그럼 아내는 더 불편하니까. 샴쌍둥이도 눈치껏!
물론 명절에 하지 말아야 할 말 1순위, “애는 언제 가질 거니” 같은 질문은 단호하게 방어하고.
답변 예시)“저희가 알아서 할게요.” “요즘은 그런 거 묻는 거 아니래요.”
# 에디터 주영 남편 털보
- 잊지마, ‘내가 호스트다!’
물론 나도 처가에 가면 마음이 편하지는 않지. 아무리 아내의 가족이라고 하더라도 원가족이 아닌 사람들과 부대끼며 하루이틀을 온전히 보내는 건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니까. 하지만 보통 처가에서 남편이 전을 부치거나 설거지를 하진 않잖아. 나 스스로도 ‘이 타이밍에서 내가 나서야 하지 않을까’ 눈치를 보지도 않고. 왜냐고? 처가에서 사위는 ‘백년손님’이니까.
남녀가 평등한 존재라면 아내도 시가에서는 손님이 돼야겠지? 그러려면 남편인 내가 호스트 역할을 제대로 해야해. 기억해. 내가 아니었다면 아내는 절대 이 집에 올 일이 없었어. 내가 초대한 거지. 먼저 부침개 뒤집개를 잡고, 식사가 끝나면 당장 싱크대로 가는 거야. 나는 더 이상 귀한 아들이 아니라 남편이야. 지금까지 원래 이런 일을 해본 적이 없어 어색하다고? 그럼 아내와 팀을 이뤄서 함께 일해봐. 아마 지금 아내도 많이 어색할 테니까.
# 에디터 봉봉 남편 류감독
- 시가 먼저 가는 게 당연하다고?
결혼 전 아내의 명절은 나와 같았을 거야. 가족들과 모여 앉아 맛있는 음식 먹고 덕담 건네며 연휴를 보냈겠지. 그런데 결혼과 동시에 나는 그대로인데 아내만 원가족과 명절을 함께 보내지 못한다고 생각해 봐. 처가에 간다고 해도 항상 후순위라면? 누구나 명절에는 자신의 부모님과 함께 하고 싶을 거야. 그건 나도 아내도 마찬가지지. 혹시 당연히 시가 먼저 가서 명절 아침을 보내고 있다면 그건 아내의 희생 덕분이란 걸 잊지 마.
# 에디터 인성 남편 브롸이언
- 결혼 생활 어때? 무조건 칭찬칭찬
첫 명절이라 부모님이 결혼생활을 엄청 궁금해할 거야. 아내에 대해 묻거든 무조건 칭찬해. 아니, 굳이 안 물어봐도 먼저 아내의 칭찬을 꺼내놓는 거야. 첫 인상의 중요성, 잘 알지? 100개를 칭찬했어도 1개의 잘못이 튀어나오면 바로 트집이 되더라고. '다 좋은데 양말을 아무 데나 벗어 놓더라' -> 옷 정리 안 하는 며느리, '다 좋은데 밥 다 되면 안 휘적여 놓더라’ -> 밥도 제대로 못 하는 며느리... 부부의 문제는 둘이 해결하기로 하고 이날은 아내를 칭찬하자.
# 에디터 주영 남편 털보
- 누우란다고 눕냐
처가에 가면 장모님이 이렇게 말할 거야. “김서방, 피곤했지? 저기 방에 가서 한숨 자게.” 장모님, 장인 어른의 호의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지 마. 누우란다고 눕지 마. 처가에서 내가 할 일은 비교적 명확해. 시가에서 아내가 빠릿하게 움직였던 것처럼 처가에서 움직이는 거야. “김서방, 왜 이러나” 아마 장인 어른이 만류하겠지? 제지 당하더라도 열심히 하겠다고 해. 바로 그 자세에서 아내의 부모님은 딸이 집에서 어떻게 지내는지 가늠할 테니까. 다시 강조, 자란다고 자지 마.
# 에디터 인성 남편 브롸이언
- 밥이라도 많이 먹자!
사실 사위가 아무리 처가의 집안일을 돕겠다 나서도 만류하시는 부모님들이 대부분이야. 괜히 나섰다 아내만 타박을 듣는 더 나쁜 상황을 맞닥뜨릴 수도 있지. 그럴 땐 주시는 밥이라도 열심히, 맛있게 먹자. 밥만 열심히 먹으라는 말은 아니야. 시가에서 '며느리 도리' 하겠다고 종종거리며 몸도 마음도 바빴을 아내를 생각하며 나도 처가에서 최선을 다해 '사위 도리'를 하자는 거지. 위가 작아서 밥을 많이 못 먹는다면 가족들과 대화라도 많이 나누자.
#에디터 홍 남편 뿡뿡
- 마냥 즐거운 명절은 이제 없어
가족들이랑 맛있는 음식 나눠먹고 편하게 쉬고. 마냥 즐거운 명절은 이제 끝났어. 나만 즐거운 명절, 시가만 즐거운 명절이 아니라 아내도 즐겁고 처가도 즐거운 명절을 만들려면 계속 대화하고 또 조율해야 해. 때론 싸워야 할 수도 있어. 정신 똑바로 차리자.
# 에디터 봉봉 남편 류감독
-열쇠는 남편이
이번 명절은 아무래도 망한 것 같다고? 명절 문화에서 변화의 열쇠는 남자가 갖고 있어. 명절이 끝난 후, 아내의 폭풍 분노와 잔소리에 귀 기울여 보자. 거기에 답이 있어. 평화롭고 평등한 명절은 함께 만들어 가는 거야.
글 : 마더티브 / 디자인 : 에디터 봉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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