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로 주고 말로 받기

Ray & Monica's [en route]_62

by motif


부에나스 노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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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하칼리포르니아의 엔세나다에 머물고 있다. 바하칼리포르니아반도를 따라 남으로 내려간 다음 남단에서 코르테스해(Cortes Sea, Gulf of California)를 건너 본토로 넘어갈 예정이다. 북쪽의 바하칼리포르니아(Baja California)주와 남쪽의 바하칼리포르니아수르(Baja California Sur)주를 차가 없이 여행하기가 쉽지 않은 오지이지만 그래도 외길을 가는 버스가 있으므로 고생을 자처해 볼 예정이다. 철새가 극한의 장거리 이동을 위해 영양을 축적하듯 이 반도를 통틀어 가장 큰 도시인 이곳에서 에너지를 비축하기 위해 좀 더 머물고 있다.

다양한 숙박 앱을 통해 묵을 곳을 구한다. 장기숙박의 경우 가능하면 키친이 있는 곳을 골라 계속된 현지식으로 인한 한식에 대한 욕구도 충족하고 식대 지출에 대한 부담도 줄일 노력을 한다.


예약 시 숙소정보의 편의시설에는 '게스트가 조리를 할 수 있는 공간'이라고 표기되어 있지만 현장에는 전자레인지와 소형 냉장고, 젓가락, 접시, 컵, 와인잔 2개가 전부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밥을 지으려면 적어도 인덕션과 냄비 정도의 조리도구가 필요하지만 물을 끓일 수 있는 커피포트조차 없으므로 '조리할 수 있는 공간'이라는 공지는 우리에게 무용한 것이 된다.


소개사진에는 화분과 꽃까지 꽂힌 아름다운 공간으로 게시되었지만 그것이 모두 플라스틱 인조식물과 조화일 때가 많아 허탈하다. 오직 감성 사진을 위한 이런 가짜 공간에서는 아름다움을 느끼기보다 결국 쓰레기가 되어 소각으로 발생한 미세먼지로 대기를 오염시키거나 강과 바다의 미세 플라스틱으로 부유하다가 우리 몸으로 되돌아 올 우환을 더할 뿐이다. 몇 번의 선택 실패 끝에 마침내 인조식물이 없고 인덕션과 냄비가 있는 곳에 체크인할 수 있었다.


아내는 인근의 슈퍼마켓, Calimax에 갔다가 배추를 발견하고 다시 김치담기를 시도했다. 미비한 환경에서 만든 김치였지만 배추에 묻은 고춧가루만으로도 이미 혀를 넘어 영혼이 반응하는 맛이었다.


하룻밤 숙성 뒤, 아내가 아래층 주인 노부부께 김치를 조금 전했다. 김치에 대한 호불호의 취향은 알 수 없지만 멀리 극동에서 온 사람의 문화를 맛보게하고 싶었다. 김치에 대한 간략한 소개를 스페인어로 번역한 메모지도 함께 전했다.


"어제 한국 김치를 만들었습니다. 혹시 알레르기가 있을 지에 대한 염려로 이 김치에 들어간 재료를 알려드립니다. 배추, 파, 소금, 고춧가루, 마늘, 생강, 새우젓, 밀가루입니다. 한국에서는 주식인 밥과 함께 상에 오르는 반찬입니다. 한국의 대표 식문화를 전할 수 있어서 기쁩니다."


가져갈 때는 두 어르신이 불편해하지는 않을지 염려스러웠던 아내의 표정이 돌아올 때는 활짝 폈다.


"두 분께서 너무너무 좋아하세요!"


이른 저녁에 노크 소리가 났다. 할아버지셨다.


"주신 김치를 너무 잘 먹었습니다. 우리에게 김치는 첫 경험이었습니다. 우리가 내년에 중국으로 여행을 갈 예정인데 미리 동양의 음식을 맛볼 수 있어서 기쁩니다."


손에 든 접시를 내밀었습니다.


"이것은 이탈리아 빵인 포카차(Focaccia)입니다. 방금 제가 오븐에 구운 것입니다. 좋아하실 지는 모르겠지만 즐겨주세요. 저는 빵집을 하신 아버지 일을 종종 돕곤 해서 빵 만드는 것에 익숙합니다. 내일 오후에는 콘차스(Conchas)라는 멕시코 전통 빵을 만들 예정입니다. 내일, 또 오겠습니다. 부에나스 노체스!(¡Buenas noches!) 우리의 저녁 인사입니다. 한국에서는 저녁 인사를 뭐라고 하나요?"

"좋은 밤 되세요!, 라고 합니다."

"보청기가 윙윙 그려서... 다시 한번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좋은 밤 되세요!"


할아버지께 이 발음이 빵을 굽는 것보다 더 힘든 듯 보였지만 결국 몇 번 더 발음을 반복하신 뒤 가장 유사한 발음으로 저녁 인사를 하시고 돌아섰습니다. 한 번 더 각인시켜드리기 위해 할아버지의 뒷모습에다 다시 인사를 했다.


"좋은 밤 되세요~ 할아버님!"


우리는 밤에 일주일 체류를 연장한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나누는 일은 양쪽 모두가 되로 주고 말로 받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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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주 #멕시코여행 #엔세나다 #김치 #포카차 #BajaCalifornia #모티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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