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골 변한 것과 변하지 않는 것
초원에서는 주검을 거두지 않는다.
INTO THE WEST_16 | 몽골 변한 것과 변하지 않는 것
아내와 함께 '2022 유라시아평화원정대'에 합류합니다.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포르투갈 리스본까지 26개국 41,000km를 자동차로 왕복하는 134일간의 일정입니다. 지구의 반지름이 6,400km이므로 적도 기준 40,192km(2x3.14x6,400)의 지구를 한 바퀴 도는 거리입니다. 6월부터 10월까지 이어질 이 여정을 'INTO THE WEST | 유라시아 자동차 41,000km'라는 이름으로 기록합니다._by 이안수
6월 7일, 수도 울란바토르 칭기즈칸 국제공항에서 60여 km 북동쪽에 위치한 첫 숙영지인 미라지 캠프에 도착했습니다.
저녁식사로 삼겹살구이가 준비되었습니다. 한국에서 막 도착한 사람들에게 몽골전통문화를 느낄 수 있는 식사가 아닌 것이 의외였습니다.
장철호 대표께서 그 의문을 풀어주었습니다.
"먼 길 오신 분들께 첫 끼로 익숙하고 편안한 한국식을 준비했습니다. 내일은 몽골인들이 가장 즐겼던 '허르헉(양이나 염소 고기, 감자, 마늘 등을 달궈진 돌과 함께 용기 안에 넣고 조리하는 전통음식)'은 내일 준비하겠습니다. 하지만 몽골인들에게 삼겹살은 가장 인기 있는 음식이 되었습니다. 채소는 가축이나 먹는 것으로 알았던 이들이 쌈을 즐기게 되었습니다."
김치와 더불어 김치찌개, 제육볶음, 닭볶음탕 등이 일상화되었답니다. 야외에 놀러 갈 때도 허르헉솥을 가져가는 대신 삼겹살 불판을 가져가고 떡볶이는 이제 외국음식이 아니라 몽골의 음식문화로 여겨질 만큼 일상화된 상태였습니다. 한국식당도 한국인이 운영하던 시기를 지나 이제는 몽골 사람들이 대부분 차지하게 되었답니다.
1998년 모래시계 방영 이후 한국의 드라마나 영화가 UBS TV, MNB 등 케이블 방송과 공중파 방송 채널을 장악해버린 영향이 제일 큰 이유입니다. 몽골에서의 한류는 이제 토착화의 길로 들어선 느낌이었습니다.
샤워장과 수세식 화장실에 전기난방이 가능한 게르에서 숙박을 한 다음날 테를지를 홀로 걸었습니다. 13년 전 방문했을 때와 같이 여전히 바위산과 숲과 초원이 압도적인 풍광을 제공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애주교수님을 모시고 일출에 맞추어 '대지와 하늘에 받치는 춤'을 촬영했던 바위는 여름별장의 울타리 역할로 바뀌어있었고 아침 산책길에 젖을 짜는 풍경을 찍었던 유목민의 집은 또 다른 관광용 캠프를 짓는 공사로 분주했습니다. 뒷산으로 오르던 바위 언덕에는 울타리와 대문이 만들어져있고 산 너머 거북바위로 가는 길목에는 고층 리조트 콘크리트 골조가 올라가고 있었습니다.
대원들과 함께 국립공원내 몽골 올레길을 방문했습니다. 몽골올레는 제주올레·제주관광공사와 몽골 울란바토르시 관광청·관광협회와의 협약으로 총 14km의 1 코스와 11km의 2코스로 조성되었다고 했습니다.
우리는 간세(조랑말 모양의 제주올레 상징)를 지나 1코스의 숲을 걸었습니다. 2017년에 개장된 코스는 지난 2년간 팬데믹으로 사람의 발길이 끊긴 탓에 길을 발견할 수 없을 만큼 다시 야생화되어 있었습니다. 덕분에 온전히 빛과 바람과 나무의 삶과 죽음만이 가득한 야생의 시간에 초대된 시간을 누렸습니다.
20대 후반의 찬살(Chantsal) 가이드에게 물었습니다.
"과도한 한국문화의 유입, 도시 과밀화... 등을 보면 유목민의 정체성이 도전을 받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나요?"
"현상만 보면 분명 그렇게 느끼는 것이 당연합니다. 하지만 최근 도시를 떠나고 싶어 하는 도시의 젊은이들이 늘어나고 있어요. 제 친구도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고요. 저는 울란바토르에서 태어나고 자랐지만 유목을 하고 계신 할아버지 할머니 게르에서 생활하곤 해서 그 생활을 잘 알고 있습니다. 유목민들은 소유에 집착하지 않고, 가족 간의 유대가 강하고 남에게 특히 친절합니다. 이것이 별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말 한 마리의 주검과 직면했습니다.
초원에서는 주검을 거두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하늘에는 독수리 한 마리가 큰 원을 그리고 있고 말의 오른쪽 다리는 없어진 상태였습니다.
●성을 쌓는 자는 망할 것이요, 끊임없이 이동하는 자는 흥할 것이다.
https://blog.naver.com/motif_1/30060866352
●이동하는 자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곳, 몽골
https://blog.naver.com/motif_1/30094053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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