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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이 절망을 위로하는 풍경

루스키섬의 트래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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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이 절망을 위로하는 풍경

INTO THE WEST_23 | 루스키섬의 트래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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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으로 나라 간 이동이 막히기 전까지 밀려드는 한국 여행자들을 위한 많은 비즈니스들이 생겨났습니다. 여행사, 현지 가이드, 게스트하우스, 식당...


“코로나19전까지는 돈을 번 사람들이 제법 많았죠. 하지만 이곳에서 번 돈을 가지고 귀국한 사람은 많지않은 것 같습니다. 오히려 부채를 안고 떠난 경우가 훨씬 많을 겁니다. 막연한 희망으로 임대료와 직원들의 월급을 감내하다가 결국 손을 들었을 때는 통장에 잔고가 하나도 남지 않은 때였죠. 코로나19가 이렇게 길게 이어질 줄은 몰랐던 겁니다. 3개월이면 끝나겠지, 다시 3개월이면 확실히 끝날 거야, 하는 기대로 기왕의 사업을 중단할 수 없었던 거죠.“


지금은 운영을 중단하고 있지만 임대료를 계속 내고 있다는 아르바트거리 인근의 게스트하우스 주인의 설명입니다.


블라디보스토크 도착 다음날 연해주한인회 이상수 회장님과 정원우, 이영준 이사님께서 자동차 통관을 기다리는 대원들을 수제 맥줏집으로 초대해 높은 허들들을 넘어 블라디보스토크까지 온 우리의 용기를 축하해 주었습니다.


다음날은 루스키섬의 트래킹을 안내해 주었습니다. 2012년에 개통된 루스키 대교에 오르자 건너편 섬의 해안을 따라 이어진 거대한 건물군이 먼저 눈에 들어왔습니다. 2012년 APEC 정상 회담장으로 사용된 극동연방대학교입니다. 대학전용해변을 가지고 있으며 모든 학생들이 기숙사 생활을 합니다. 학국어학과가 있으며 발해관련연구에 성과를 내고 있다고 합니다.


6km쯤을 자발적으로 참여한 대원들과 함께 걸었습니다. 숲과 초지, 바다와 절벽이 시시각각 다른 얼굴로 다가와서 말을 걸었습니다. 마침내 세상의 끝에 닿은 것 같은 절망이 절망을 위로하는 풍경입니다. 만약 홀로 걸었다면 나는 이 외로운 풍경에 하루를 통으로 할애했을 것입니다.


트레킹을 마친 일행은 늦은 점심을 북한식당 평양옥에서 먹었습니다. 어릴 적 고향 누님의 정서가 그대로일 것 같은 분내가 나는 두 여성이 날라다 주는 너비아니와 함께 몇 병의 보드카를 비웠습니다. 마침내 냉면이 앞에 놓였습니다. 메밀면과 고명을 그대로 둔 채 천천히 국물을 마셨습니다. 냉면 그릇을 내려놓자 시원한 고깃국물이 보드카로 불콰했던 기분을 싹 씻어주었습니다. 블라디보스토크 내에 5개가 있던 북한 식당은 2개만 남았답니다.


트래킹을 제안하고 안내해 주신 이상수 회장님께서 유라시아평화원정대를 격려하는 마음을 담아 답설가를 낭송해주셨습니다.


'踏雪野中去 不須胡亂行 今日我行跡 遂作後人程

눈 내린 눈길을 걸어갈 때 함부로 걷지 마라.

오늘 남긴 발자국이 뒤를 따라오는 사람에게는 이정표가 되리라'


이틀에 걸친 회장님과 두 이사님과의 대화만으로도 나는 이미 러시아를 20여 년쯤 살아온 사람 같은 착각에 빠졌습니다.


내 입에서 먼저 '에따 러시야(Это Россия 이것이 러시아다)'가 나오니 말입니다. 되는 것도 없고 안 되는 것도 없는 러시아를 그대로 누리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그들은 이미 '목표를 세우는 것은 사람의 영역이고 그것을 이루는 것은 신의 영역'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사람들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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