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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랑 부르면 속이 슬프다오"

뉴휴먼실크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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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랑 부르면 속이 슬프다오"

INTO THE WEST_26 | 뉴휴먼실크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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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와 함께 '2022 유라시아평화원정대'에 합류합니다.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포르투갈 리스본까지 26개국 41,000km를 자동차로 왕복하는 134일간의 일정입니다. 지구의 반지름이 6,400km이므로 적도 기준 40,192km(2x3.14x6,400)의 지구를 한 바퀴 도는 거리입니다. 6월부터 10월까지 이어질 이 여정을 'INTO THE WEST | 유라시아 자동차 41,000km'라는 이름으로 기록합니다._by 이안수


블라디보스토크에 도착한 첫날 기차역에서 스베틀란스카야 대로 중심의 중앙광장을 굽어보았습니다. 중앙광장(Central Square)이라는 이름은 블라디보스토크 사람들의 입에 익은 이름이고 정식명은 혁명광장(혁명전사광장)입니다.


극동러시아에서 소비에트 정권수립을 위해 전투를 치른 전사들을 기리는 동상이 우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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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7년에 일어난 두 차례 혁명, 즉 러시아제국을 멸망시키고 러시아 공화국이 수립된 2월 혁명과 러시아공화국을 무너뜨리고 볼셰비키의 승리로 소비에트 러시아가 수립된 10월 혁명입니다. 혁명광장의 이름이 갖는 무게입니다.


하지만 이 광장이 우리의 역사와도 닿아있습니다. 1937년 소련의 극동 지역에 거주하고 있던 고려인 약 172,000명이 스탈린의 명령에 의해 카자흐스탄과 우즈베키스탄 등으로 강제 이주된 사건. 극동의 고려인들이 피와 땀으로 구축한 모든 삶의 기반을 박탈당하고 영문도 모른 채 카자흐스탄과 우즈베키스탄 등 6,400km 밖으로 유형된 이 역사적 사실은 내게 고려인들의 족적을 따라 걸으며 통한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할 오래된 의무로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다음날 112km를 달려 고려인커뮤니티를 방문했습니다. 먼저 '러시아 한인이주 140주년 기념관'을 방문해 고려인의 역사를 가슴으로 되새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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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63년 한인 농가 13호가 굶주림과 억압을 피해 러시아로 이주한 것이 고려인 이주의 시작이었다. 1905년 을사늑약 이후 독립운동가들의 망명이 이어져 1937년 중앙아시아로의 강제이주 전까지 연해주는 항일투쟁의 중심지가 되었다. 이후 1937년 강제 이주 정책으로 17만명 이상의 고려인이 중앙아시아 불모의 땅으로 강제 이주되었다. 고려인은 중앙아시아에 벼농사를 도입하고 집단농자에서 뛰어난 성과를 보이며 모범적인 민족으로 인정받았다. 1953년 스탈린 사후, 이주의 자유를 찾으면서 고려인은 사회 각계각층으로 진출하였고, 1991년 소련의 붕괴 이후 많은 고려인들이 중앙아시아에서 연해주로 재이주하게 되었다."


'고려인 역사관'에 짧게 집약된 고려인 약사 행간에 묻힌 수많은 비통을 발굴하고 이해하고 공감하는 것이 비극의 디아스포라에 대한 빚진 마음의 일부라도 경감하는 일이 될 것입니다.


"이주 당시에 저는 7살이었습니다. 그러나 많은 것들이 기억 속에 남아있습니다. 기차가 아주 가끔 멈췄기 때문에 죽은 사람들의 시신을 그냥 천으로 덮어 기차역 플랫폼에 남겼습니다. 옆 객차에서 아이가 숨져 창문 밖으로 시신을 내던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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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관에 채록되어 전시된 육성은 비극의 단면을 적나라하게 드러냅니다.


역사관에는 아리랑코너가 별도로 만들어져있었습니다.


"아리랑 부르면 속이 슬프다오"


한 개인으로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었던 비극을 아리랑의 곡조에라도 담아 승화하지 못하면 매일의 비통은 스스로를 찌르는 칼이 되었을 것입니다.


'이상설 선생 유허지', '발해성터', '독립운동가 최재형선생 고택'을 차례로 방문하는 동안에도 '속이 슬프다오'라는 육성이 귓가에 맴돌았습니다.


유라시아 평화원정대의 자동차가 통관되고 2년 전 기획된 꿈의 루트 그대로 블라디보스토크를 출발한 수 있게 된 것은 연해주교민들에게도, 한국에서 나라밖으로 나가길 열망하는 사람들에게도 일종의 사건이었습니다. 그것은 팬데믹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하늘길과 바닷길이 모두 막힌 상황을 뚫은 첫번째 원정단이었기때문입니다.


차가 통관되자마자 달려간 곳은 우수리스크 '최재형고려인 민족학교'였습니다. 재러시아 한인 동포 고려인이 밀집해 사는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한국정부가 지원한 교육시설이 없는 상황에서 한글과 한민족의 역사와 문화를 가르치는 곳입니다. 후원금으로 운영비용이 충당되는 되는 학교입니다만 팬데믹 이후 후원금이 줄어 운영진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형편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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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형고려인 민족학교와의 지속적인 관심과 후원을 위해 향기촌과 민족학교 간에 자매결연을 맺었습니다. 단원들도 모두 일정금액을 희사해 학교에 전달했습니다. 이렇게 '유라시아 마을 연합'의 첫 점을 찍었습니다. 이 점들이 촘촘해져 선이되고 그 선이 '뉴휴먼실크로드'의 길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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