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2km 앞에서 우회전입니다."

너와 나

"152km 앞에서 우회전입니다."

INTO THE WEST_28 | 너와 나

아내와 함께 '2022 유라시아평화원정대'에 합류합니다.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포르투갈 리스본까지 26개국 41,000km를 자동차로 왕복하는 134일간의 일정입니다. 지구의 반지름이 6,400km이므로 적도 기준 40,192km(2x3.14x6,400)의 지구를 한 바퀴 도는 거리입니다. 6월부터 10월까지 이어질 이 여정을 'INTO THE WEST | 유라시아 자동차 41,000km'라는 이름으로 기록합니다._by 이안수

오늘 우리는 하바롭스크에서 스보보드니까지 770km의 구간을 달리고 있습니다. 무전기에서 앞서가는 차량의 탑승자 말이 흘렀나왔습니다.

"152km 앞에서 우회전입니다."

지난 삶을 뒤돌아보면 뒤풀이 되는 좌회전과 우회전, 멈춤과 재출발의 시간들이었습니다.

각오한 목표를 향해 출발했지만 수많은 허들이 직진을 가로막았습니다. 방향을 바꾸었지만 막다른 길이 었습니다. 그 지점부터는 스스로 길을 내야 했습니다.

뒤돌아보니 어느 시간도 길 위에 있지 않는 순간이 없었고 어느 시간도 방향을 바꾸어야 하는 순간과 멈추어야 하는 순간을 염려하지 않은 때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시베리아에서의 길 위에서 내비게이션은 152m 전방에서 우회전이 아니라 152km 전방까지는 방향을 바꿀 염려를 하지 말라는 안도를 선물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그토록 시베리아를 갈망했던 이유를 마침내 알았습니다.

나는 무한대의 위치에 시선을 두고 달렸습니다.

운전대를 잡은 아내가 말했습니다.

"전 자동차 운전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비행을 하고 있는 것 같아요."

하늘에 구름이 없었다면 그것이 하늘인지 알 수 없을 것입니다. 땅에 자작나무 숲이 없었다면 땅인 줄을 알 수 없을 것입니다. 하늘과 땅의 구분조차 불필요한 곳에서 나는 경계를 찾으려고 애를 쓰고 있습니다.

끝을 알 수 없는 초원과 숲, 창공과 구름은 내게 말합니다.

"피아를 경계는 애초에 없었다. '네'가 없이 어찌 '내'가 있을 수 있으며 '내'가 없이 어찌 '네'가 있을 수 있나. 그러니 너와 나는 원래 하나이노라."

어제 우리는 중국과 러시아의 국경을 이루며 우리와 함께 북진 해온 우수리강이 하바롭스크에서 아무르강( Река Амур, Amur River, 흑룡강)과 한 몸이 되고 마침내 오호츠크해로 흘러들어 결국 태평양이 됩니다.

하나가 아니었던 것은 결국 하나를 향해 흐릅니다. 내가 너를 향해 흘러 마치 우리가 되는 것 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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