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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같은 사랑

Ray & Monica's [en route]_215

by motif


하이드 홀 커버드 브리지(Hyde Hall Covered Bridge)


*은퇴한 부부가 10년 동안 나라 밖을 살아보는 삶을 실험 중이다. 이 순례 길에서 만나는 인연과 문화를 나눈다._ 이안수ᐧ강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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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의 지인은 행복한 가정의 인자한 부인이다. 남편은 사회적으로 존경받는 직종에서 소홀함이 없이 일하는 근면한 분이라 경제적으로도 일찍이 안정되었으며 무엇보다 부인에 대한 은은한 애정은 변함이 없다.

거의 모든 것이 흡족한 환경 속에서 부인의 막연한 한 가지 염원은 '불같은 사랑'을 한 번 해보는 것이라고 했다. 예컨대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의 영화 속 사랑같은... 그 부인뿐만 아니라 로버트(클린트 이스트우드)와 조우한 프란체스카 존슨(메릴 스트립)이 되어보는 '일생 단 한 번의' 꿈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잠재된 욕망일 것이다. 그러나 이루어질 수 없는...


쿠퍼스타운(Cooperstown)를 떠나면서 옷세고호(Otsego Lake)와 접한 글림머글래스 주립공원(Glimmerglass State Park)내에 있는 하이드 홀 커버드 브리지(Hyde Hall Covered Bridge)에 들렸다.

호수로 흘러드는 새도브룩(Shadow Brook)위에 놓인 이 지붕 덮인 목재다리는 이 지역의 부유한 지주였던 조지 클라크(George Clarke)의 큰 저택인 호수가 언덕위의 하이드 홀(Hyde Hall)로 들어가는 다리로 지어졌다.


1817년부터 1835년까지 계속된 저택공사의 일환으로 1825년에 놓였다. 트러스(truss) 구조로 지어진 이 다리는 미국에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지붕다리이다.


가을 초입의 맑은 햇살을 받은 아름다운 다리를 본 아내는 지인을 떠올렸다. 그 영화이후 지붕 덮인 나무다리는 '불같은 사랑'의 상징이 되다피 했다. 불같은 사랑이란 영화에서처럼 도덕에 벗어났을 때 더욱 강렬해진다.


다리 앞의 넓은 잔디밭에서 서성거리는 한 중년 남자에게 물었다.


"혹시 오늘 있을 결혼을 준비 중이신가요?"

"그렇소!"

다리로 들어갈 때 입구에 세워져있던 'Ho**n과 Pu**am의 결혼'이라는 결혼 팻말을 보았기 때문이다.

"혹시 어떤 분의 결혼이신지요?"

"나요!"

"당신이 호우간이세요?"

"그렇소!"

"그럼 신부님은 펏넘이시고요?"

"그렇소!"

"펏넘씨와는 어떻게 사랑에 빠지게 되었나요?"

"인터넷에서 만났소!"

"만나신지가 얼마나 되셨나요?"

"8개월이요."

"이렇게 빨리 결혼을 하시게 된 사연이라도?"

"우리는 의사소통이 잘된다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이죠."

"인터넷으로 만나셨다면 펏넘씨는 멀리 떨어져 계신분인가요?"

"아니요 나의 집과는 5분 거리에 있는 사람이었소."

"혹시 연세를 여쭈어보아도 될는지요?"

"난 쉰여덟이요."

"결혼하기 딱 좋은 나이인 셈이군요. 신부님은요?"

"쉰셋이요."

"결혼 결정을 내리기가 어렵지는 않았나요?"

"그녀가 결혼하기를 원했죠. 함께 살고 싶어 해서요."

"당신의 첫 번째 결혼인가요?"

"세 번째요."

"신부는요?"

"두 번째고요."

"당신의 첫 번째와 두 번째의 결혼이유와 세 번째의 결혼이유가 어떻게 다른가요?"

"다르지 않아요. 같은 이유죠. 아, 내 첫째 딸이 왔군요. 내 결혼을 도와줄...“

“영화가 아닌 현실을 알려주셔서 고맙습니다.”


우리는 픽션에서 도피처를 찾고 위안을 얻지만 넌픽션을 살아야하는 존재이다.


우리가 옷세고호수변을 한 시간쯤 산책하고 그 다리를 지날 때 막 결혼식이 시작되었다. 잔디밭은 50여명의 하객이 신랑신부를 축하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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