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다페스트에서의 결심
"그녀를 위해 내 생의 전부를 바쳐야지."
INTO THE WEST_47 | 부다페스트에서의 결심
아내와 함께 '2022 유라시아평화원정대'에 합류합니다.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포르투갈 리스본까지 26개국 41,000km를 자동차로 왕복하는 134일간의 일정입니다. 지구의 반지름이 6,400km이므로 적도 기준 40,192km의 지구를 한 바퀴 도는 거리입니다. 6월부터 10월까지 이어질 이 여정을 'INTO THE WEST | 유라시아 자동차 41,000km'라는 이름으로 기록합니다._by 이안수
나는 오늘 아침 헝가리의 부다페스트의 페스트지역 도심에 있는 19세기 후반에 지어진 우람한 시장이 Great Market Hall과 소공원을 사이에 두고 마주하고 있는 멋진 호스텔 'Meininger Hotels' 로비 테이블 구석에 앉아 컴퓨터를 열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지척에 도나우강을 두고 있어서 강변산책로에 바로 접근이 가능합니다.
나는 어제 아침을 오스트리아 빈의 침대에서 눈을 떴고, 점심을 슬로바키아 블라티슬라바에서 먹었으며 늦은 오후 이곳 헝가리 부다페스트의 거리를 걸었습니다. 이미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2만 5천 km쯤을 달려오고도 지치는 기색을 보이지 않는 철마, 자동차 때문입니다. 자동차는 정말 느린 여행을 방해하고 있습니다.
제 앞에는 아침식사를 위해 내려온 여행자들로 막 분비기 시작했고 저는 그들이 보내주는 크루아상과 커피의 고소한 향에 이미 행복해지기 시작했습니다.
막 아내가 내려왔군요. 이 호스텔에서는 각기 다른 방을 배정받아 지난밤 궁금했던 안부를 지금 나눌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아내는 아침을 먹지 않는 습관을 가진 나를 항상 걱정하곤 합니다. 내게는 그 염려의 마음이 어떤 화려한 아침 식단보다 사치스러운 아침 상입니다.
아내와 함께 여행하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닙니다. 나는 어디서나 취재본성이 발동해 여행지의 모든 것이 궁금한 사람이고 아내는 게으른 여행자가 되기를 바라는 사람입니다. 나는 그녀가 자주 앉을 자리를 찾는 것에 것에 보조를 맞추기가 어렵고 그녀는 내가 순간순간 사라지는 것에 힘들어합니다.
아내가 함께 걷다가 내가 금방 현혹된 누군가를 따라가 대화를 나누고 되돌아와 보면 아내는 나의 실종에 안절부절못하며 화가 나 있는 상태입니다.
"그는 이 골목에서 평생을 산 사람이래. 어찌 그에게 이 골목에 대해 묻지 않고 이 거리를 지날 수 있겠소?"
물론 나는 매일, 매 순간 결심합니다. '순종해야지.'라고... 하지만 입 밖으로 나오는 말은 늘 변명입니다.
아내가 묻습니다.
"7년 전 이곳 도나우강의 선셋 크루즈 선상에서 석양이 만들어낸 붉은 노을에 겨워 내가 당신에게 키스했던 일?"
이 물음은 키스에 관해 두 번째로 나를 당황케 했습니다. 첫 번째는 '우리가 서로 연인이 되기로 한 뒤 처음으로 했던 키스를 기억하세요?"이었습니다. 내게 어떤 키스의 기억도 남아 있지 않습니다. 결혼 1년 뒤에 어디에 두었는지를 지금까지 알지 못하는 내 결혼반지처럼... 나는 왜 그 소중한 일들이 기억나지 않을까요?
7년 전 이 도시를 방문하기 전에 보았던 '글루미 선데이(Szomorú Vasárnap, Gloomy Sunday)'의 영화가 너무나 강력해서 이 도시의 기억을 모두 압도해버린 부작용으로 남아 있습니다. 이 영화는 내게 단 한 줄로 압축되어 남아있습니다.
"그녀를 사랑하려면, 내 생의 전부를 바칠 용기가 필요하다."
아내가 내민 비타민C를 삼키며 다시 결심합니다.
"아내를 위해 내 생의 전부를 바쳐야지. 그리고 오늘 도나우 강변에서 다시 키스한다면 꼭 기억해야지. 아내가 언제 그 일에 대해 물어도 대답할 수 있도록..."
●Gloomy Sunday - Billie Holiday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은 항상 옆 테이블 것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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