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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로 살고 있는 가장의 새로운 삶

Ray & Monica's [en route]_356

by motif

아들로부터 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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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한 부부가 10년 동안 나라 밖을 살아보는 삶을 실험 중이다. 이 순례길에서 만나는 인연과 문화를 나눈다._이안수ᐧ강민지


#1


'오랜만에 한국 아들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참 반가웠어요. 그런데 결론은 돈 좀 보내주세요,였습니다. ㅎㅎㅎ"


그 전화의 수신자는 멕시코시티에 홀로 남아 반찬가게를 운영하는 아버지였다.


그는 14년 전 인생의 완전한 전환을 위해 한국을 떠나 멕시코시티 소나로사(Zona Rosa) 지역에 자리 잡았다. 이곳은 한식당, 한인 상점, 한국 화장품점 등 한인 이민자들이 모여 비즈니스를 하는 곳으로 현지인들 사이에서 ‘바리오 '코레아노(Barrio Coreano, 한인타운)'로 불리는 곳이다.


이곳에서 '무엇을 하지?'에 대한 숙고를 계속했다. 그러나 회사라는 조직의 일원으로만 살아온 남편이 할 수 있는 일을 찾기는 쉽지 않았다. 결국 이번에는 아내가 주축이 되는 결정을 했다. 조리 솜씨가 남다른 아내가 생각해낸 것이 '반찬가게'였다. 그렇게 이 도시의 유일한 한국식 반찬가게가 시작되었다. 뿌리가 취약한 이주민의 어려움을 극복하는 유일한 방법은 부지런함과 꾸준함이었다. 14년 동안 한 번도 휴일 없이 가게를 열었다.


남편은 아내의 보조 역할을 했다. 몇 년이 지나서는 새벽에 만들어놓은 아내의 반찬들을 파는 일을 남편 홀로도 할 수 있게 되었다. 레시피를 학습해서 모자라는 것을 남편이 만들어 보충할 수 있는 경지가 되었다. 비로소 잠시도 자리를 비울 수 없었던 아내도 약간의 짬을 누릴 수 있게 되었다.


#2


이태 전 중대 결심을 해야 했다. 초·중학교 때 한국을 떠난 두아들의 대학 입학이었다. 둘 다 한국 대학 입학을 결정했고 무사히 원하는 과에 합격했다.


두 아들이 먼저 귀국하고 아내도 작년에 아들을 뒤따랐다. 가게를 감당하는 일은 온전히 남편의 몫이 되었다. 그러나 십수년 동안 아내로부터 전수받은 솜씨로 가게는 여전히 성업이었다.


"멕시코에 홀로 남게 되었습니다. 일도 일이지만 홀로의 시간을 감당하는 일이 만만찮아 보입니다?"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잖아요. 이제 그 '누군가'가 제가 된 것이죠."

"영업일을 보니 휴일은 한 번도 없더군요. 1년 365일 일주일 7일간 일하신다는 의미잖아요."

"놀면 뭘 해요."

"본인을 위해서 하는 것은 무엇입니까?"

"차풀테펙 공원(Bosque de Chapultepec)을 일주일에 3번 뛰는 일입니다. 4km쯤을 뛰는데 처음에는 매일 뛰려고 했는데 체력이 너무 소모되어서 일하는데 무리가 있더라고요. 제가 가족을 책임지는 누군가가 되었는데 누군가가 쓰러지면 가족 모두가 곤경에 처할 수밖에 없잖아요."


한국을 떠난 지난 14년 동안 남편이 한국을 방문한 것은 2번이었다.


"등록금만으로 힘든 모양이에요."


두 아들에게 돈 때문에 학업을 방해받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 누군가가 맡아야 되는 일을 잘 감당하고 있는 현재의 위치에 자긍심이 느껴졌다.


"한국이 그립기도 하나요?"

"고향 그립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나요?"

"저희는 향수 극복에 한국 음식만 있어도 좀 도움이 되더라고요. 그래서 멕시코시티에 다시 오자마자 제일 먼저 이곳을 찾은 것입니다. 이렇게 한국 음식을 매일 드실 수 있으니 그 점에서는 좀 다행이지 않아요?"

"제가 만든 것을 먹는 것으로는 도움이 되지 않아요."

"한국에 가시면 뭐가 제일 드시고 싶나요?"

"활어회요!"


그의 활어회에는 1만 2천 km가 떨어진 곳에 있는 가족, 친구, 이웃에 대한 모든 그리움이 뭉쳐있는 듯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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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수 #가장 #송스레시피 #SongsRecipe #멕시코시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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