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일기_82
‘The Huntington(The Huntington Library, Art Museum, and Botanical Gardens)’ 나들이에서 한 부인을 뵈었다. 그는 헌팅턴도서관 전시실의 도슨트, 샌드러 메이더(Sandra Mader) 씨이다.
'더 헌팅턴'의 아름다운 정원과 우아한 맨션, 갤러리의 다양한 컬렉션까지, 방문객이면 아무 노력을 하지 않아도 보이는 것의 이면에 숨겨진 더 소중한 가치들로 나를 아내한 분이다.
그의 안내로 헌팅턴 도서관이 연구도서관으로서 공헌하고 있는 대단한 가치를 인지할 수 있었고, 부(富)는 버는 것보다 소중한 것이 무엇을 위해 쓰이느냐이다, 라는 금언이 어떻게 현실이 되었는지를 목도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나이 드는 방식에 대한 구체적인 표상을 한 분 더 갖게 되었다. 그 한 분이 샌드러 씨이다.
83세의 샌드러 씨는 20살에 학교 영어선생과 사서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현재 63년 경력의 사서이다. 그에게 책에 관한한 어떤 질문을 해도 막힘이 없다. 학교를 은퇴하고 12년째 헌팅턴도서관에서 일주일에 3일 출근해 무급으로 그의 전문성을 대중과 나누고 있다.
"저 같은 봉사자가 이 도서관에만 22분이구요, 정원에는 100명도 넘을 겁니다. 장미 한 송이도 그저 꽃이 피는 것이 아니거든요."
사실 이런 공익재단은 봉사자들이 아니면 유급 직원만으로는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기 어렵다.
계속 서서 일을 해야 하는 것이 연세에 부담이 될 수 있겠다 싶었다.
"하루에 2시간 간격으로 2번 교대를 합니다. 집 밖으로 나올 수 있으니 오히려 고마운 일이지요. 저는 집안에 앉아서 늙어가고 싶지는 않아요.”
언제까지 계속할 생각인지를 물었다.
“제 건강이 허락되는 때까지요.”
돈을 벌고 그 돈으로 공익의 연구와 삶의 질에 공헌하는 재단을 설립한 헌팅턴 부부, 그 재단에서 봉사자로 일하면서 타인의 삶에 공헌하는 샌드러 씨. '더 헌팅턴'을 다녀온 지 며칠이 지나도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것은 파라다이스 같은 그곳의 환경이 아니라 이 세 분의 삶의 방식이다.
누구나 꿈꾸는 웰빙. 이는 극히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개념이므로 한 가지로 정의될 수 없지만 신체적, 정신적, 정서적으로 함께 충만하고 조화로운 상태라는 핵심은 변할 수 없다. 샌드러 씨는 삶 자체로 '웰빙'을 정의해 주었다.
"집안에 앉아서 늙어가고 싶지 않아요.
20230806
강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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