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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예림 Jun 08. 2020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움직임일기 

1) 달리는 내가 좋다.

운동화 신은 발로 바닥을 가만히 디뎌 본다. 발과 땅바닥이 나누는 이야기를 엿듣는다. 몸무게가 실려서 땅에 닿는 느낌을 슬며시 즐긴다. 발끝, 발바닥의 미세 근육이 운동화 쿠션에 포근하게 닿다가 쿵! 하고 리듬감을 울려줄 때, 땅을 세게 디디며 한발짝, 몸을 띄워본다.  

가고 싶은 방향으로 천천히 몸을 띄운다. 마치, 달리는 게 아니라 나는 것 같다. 밝고 경쾌한 옷을 입고 달리면, 나는 세상에서 제일 멋진 러너가 된 것 같다. 달리기의 실력에 상관 없이, 이 구역 러닝매력녀는 나다.

2) 오감을 연다.


새로운 길을 향해 발을 내딛는다. 허벅지의 힘으로 다리를 힘차게 들어올리고, 엉덩이의 힘으로 재빨리 무게중심을 바꾼다. 종아리와 발목은 몸무게를 지지하면서 추진력을 더한다. ‘힘들다’는 감정으로 감각을 닫아두지 않는다. 최대한 오감을 열어, 느껴지는 감각을 쪼개고 쪼개어 섬세하게 느낀다. 머리결을 스치는 바람, 풀내음, 먼 시야에 보이는 강의 흐르는 결, 스팟 스팟마다 바뀌는 발바닥의 감촉. 깨어있다는 느낌이 즐겁고 새롭다. 오감을 열고 달리려면, 너무 빨리 달리면 안 된다. 옆사람이 있다면 함께 대화를 나눌 수 있을 정도로 달리면 된다. 사유가 막히는 달리기는 괴롭다. 오늘 목표를 달성할 수 있지만, 내일은 괴로운 기억에 사로잡혀 이내 포기하게 된다. 오늘 즐거운 만큼의 강도와 거리로 달리기.

3) 고통은 계산하는 것이 아니라, 극복하는 것이다.


달리기를 시작할 때 목표 거리와 시간을 정하지 않는다. 몸의 소리와 호흡하며 달린다. 너무 힘들면 잠시 걷는다. 머리가 띵해지거나 배가 아프면 잠시 동안은 고통을 그대로 느끼면서 달려본다. 몸이 달리기라는 움직임을 받아들이기 위해 저항하는 것이다. 목표지점만 계산하면서 버티면 달리기는 고통이 된다. 달리기하며 느끼게 될 고통을 계산하며 조금만 더, 조금만 더 버티는 것은 다음의 달리기에는 아쉽지만 보탬이 되지 않는다. 이런 때는 온 몸에 힘을 빼고, 고통을 한켠으로 놓아두고서 적당한 강도로 달리기를 멈추지 않고 강도만 조절해본다. 너무 힘들면, 걷는다. 걸으며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다. 다음번엔 더 많이 뛸 수 있게 될 테니까. 달리기를 거듭하며, 이런 몸의 저항은 점차 익숙해진다. 아니, 몸의 고통을 즐겁게 감내하는 경험이 흠뻑 쌓인다. 고통은 뿌듯함으로 변하고, 기꺼이 달리기의 고통을 즐기기 위해 즐거운 마음으로 집을 나서게 된다.



4) 함께 달려주는 이들에게 감사하기


고마와. 사랑해. 마음 먹은대로 움직여주는 너와 내 몸에게. 가고 싶은 곳으로 안내해주는 나에게. 몸. 너밖에 없다. 함께 서로의 몸을 체크하며 앞서거니 뒤서거니. 정말 힘들어보이는 지점에서 조금만 걷자고 제안해본다. 완전히 지쳤을 때 예쁘게 달리는 사진을 찍어 건넨다. 내 몸과 나눈 고통과 희열의 주관성에서 벗어나, 몸과 몸 사이에서 일어나는 간신체성의 협주를 함께 감상한다. 달리는 기억이 힘듦이 아닌, 학창시절의 오래달리기- 헉헉- 이 아닌, 생기와 생동감을 한껏 끌어올리는 충전과 명상의 시간임을 환기하며 나눈다.

이 이야기들 모아서, 러닝 클럽을 개설할꺼다. #프립소셜클럽 
1) 초보자 러닝코스 위주
2) 날씬하지 않아도 멋져보이는 러닝복 코디네이션
3) 인터벌러닝-> 점점 달리는 시간 늘리기 -> 달리며 셀프토크
4) 매 회기 인생러닝샷, 스트레칭명상.


러닝의 즐거움.
사진은 오늘 일상명상 참여했다가 함께 달렸던 수강생 작품!
찍는법 한번 알려주니까 금방 전문가가 되었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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