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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예림 Dec 07. 2023

괜찮지 않아도 괜찮아

반바퀴묵상 2 (55번, 37번)

#반바퀴묵상 #주디 23.12.6


55번

당신의 유전 이탈 속도 genetic escape velocity에 도달하는 데 필요한 모든 것 - 그림자 상태에서 선물로 당신을 끌어내는 주파수 - 은 이해입니다. 이해는 순수한 존재의 수준에서 당신 안에서 시작되어야 합니다.


37번

나약함의 그림자는 실제로 완벽하게 마음이 만들어낸 것입니다. 우리가 목발이 없는 우리 자신을 약하다고 여기는 한 우리는 이런 외적인 목발이 필요합니다. 우리가 목발을 내버리는 순간, 우리는 항상 강한 다리를 갖고 있었음을 알게 될 것입니다.

____________


당연한 것들이 완전히 조각나 얽히고 섥켜 깨져버렸을 때, 다리가 후들거려 제대로 설 수 없었을 때, 숨쉬는 게 답답해 그냥 숨을 놓아버리고 싶을 때, 강해져야겠다고 생각했다.


조금 더 강해지면, 조금 더 버티고 이겨내면 괜찮아지겠지. 괜찮은 척을 하면 할수록 이상하게 더 힘들었다. 웃는데 자꾸 눈물이 나고, 누군가를 만나서 위로받는 게 더 힘들었다. 그제서야 깨달았다. 아, 나 힘들구나. 힘들다는 걸 받아들여야 강해지는 것도 가능하구나.


사회 엄마라고 불렀던 분께 찾아가 꾹꾹 눌러둔 힘든 마음을 털어놓았다. 그리고 토해내듯 고백했다.


"대표님, 저… 심신미약상태에요. 지금 제가 하는 생각, 결정 모두 정상이 아닌 것 같아요. 도와주세요."


괜찮다고, 이겨내보겠다고, 힘내보겠다고 애써 말하던 때와는 다르게 가슴이 뻥 뚫리듯, 단단하게 뭉쳐있던 복부와 어깨, 등이 스르르 풀렸다. 그리고 온 몸에서 끓어오르듯, 눈물이 차올라 엉엉 울었다. 심신 미약자. 스스로에게 진단을 내리고 인정한 내 상태를 그대로 받아들이고 이해하고 나서, 나약한 나를 인정하고 나서야 그렇게 울고, 또 개운하게 웃을 수 있었다. 심신미약자라도, 괜찮구나. 도와달라고 말할 수 있는 나는 오히려 강하구나. 무엇은 할 수 있고, 무엇은 무리인지, 무리라 힘들다고 말할 수 있는 내가 참 고마왔다. 그래서 '괜찮은 나' 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은 나는 오히려 괜찮지 않아도 괜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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