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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예림 Feb 19. 2024

여섯 번째 감정 돌보기: 불안한 목에 경추스트레칭

불안함은 몸의 자세를 어떻게 바꾸나.

불안: 불확실한 미래와 명확하지 않은 무언가에 대한 걱정과 경직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불안'이라는 감정에 휩싸여 본 적이 있을 겁니다. 당신은 무엇에 불안하셨나요? 시험을 앞두고 시험을 망칠 수도 있다는 불안, 중요한 면접을 앞두고 면접에서 제대로 답을 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불안, 손꼽아 기다리던 여행날, 날씨가 나쁘거나 교통편에 차질이 빚어질까 봐 불안, 익스트림 스포츠를 배울 때, 혹시나 부상을 당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불안 등 불안이라는 감정은 원하는 바와 가까운 미래에 다른 결과가 나올지 모른다는 부정적 예측에 바탕해 생겨납니다. 현재에 집중하지 못했을 때, 어떤 상황이 닥치든 의연하고 지혜롭게 헤 쳐나갈 자신에 대해 신뢰가 부족할 때 생기는 감정이기도 합니다.


“코치님, 저는 주된 정서가 ‘불안'이었던 것 같아요.”


운동습관 코칭을 하던 중 고백하듯 말씀하셨던 참여자 G님은 어린 시절부터 부모님께 “남에게 폐를 끼쳐서는 안 된다.” 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고 합니다. ‘특정한 행동이 폐를 끼치게 되니 하지 말아라’가 아닌, 폐를 끼칠 수도 있으니 행동과 생각을 주의하라는 가르침이셨겠지요. 어쩌면 이 참여자님에게 몸에 밴 배려와 이해의 마음은 이러한 가르침을 통해 만들어졌을 겁니다. 그러나 참여자님은 자신도 모르게 남에게 피해를 주는 상황이 만들어질까 봐 불안한 적이 많았다고 했습니다. 불편하다고 말하지 않았더라도, 나로 인해 불편함을 겪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다고 말이죠. 그러다 보니 늘 누군가 자신 때문에 불편하지 않을까 불안해졌다고 합니다. G님은 현재에 집중할 수 없고, 막연하게 불편해할 누군가를 모호하게 의식하며 사는 시간이 많았다는 것을 알고 난 후, 불안으로 이끄는 생각에서 벗어나 현재를 누리고 만족하려고 노력한다고 말을 이었습니다.



불안한 사람의 가방은 무겁다


안정적인 배낭의 선택, 백패킹의 핵심입니다. 출처: 아웃도어뉴스 https://www.outdoor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14472


불안이 많으면 이것저것 챙기는 짐이 많아집니다. 필자의 지인인 Y는 친구들에게 ‘도라에몽’이라 불릴 정도로 큰 가방을 가지고 다닙니다. 국내에 시판되는 가방은 끈이 끊어져버려 해외에서 특수 제작한 가방을 구매할 정도입니다. 가방에는 노트북, 책 2~3권, 텀블러, 갈아입을 옷 몇 벌, 운동복, 수건, 세면용품과 기초화장품, 물티슈, 휴지, 스마트폰 보조배터리, 블루투스 이어폰, 블루투스 스피커, 여분의 마스크, 장갑, 작은 우산, 필기구, 간단한 먹거리 등을 넣고 다닙니다. 언제 무엇이 필요해도 척척 내주는 사람이라 고맙긴 하지만 가끔은 걱정이 됩니다. 가방을 좀 가볍게 챙기면 어떻겠냐는 필자의 질문에 그는 이렇게 답합니다.


“혹시나 필요한 일이 생길 수도 있으니까요.”


‘혹시나’의 영역에서는 무슨 일이든 생길 수 있습니다. 아마도 잘 정리된 가방 속에는 ‘혹시나 ' 의 범주 안에 들어간 수많은 경험들이 있을 겁니다. 불안감은 ‘혹시나’를 의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준비성으로 빛을 발합니다. 실제로 그의 준비성에 동료들과 일행들은 많은 편의를 보았습니다. 그의 가방 무게는 경험했던 ‘혹시나'의 영역이 커지면 커질수록 무거워집니다. 아무리 커다란 가방이라도, 아무리 내구성이 튼튼한 가방이라도 지고 다닐 수 있는 무게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특히 주변 사람들까지 챙기는 배려 깊은 사람이라면 챙겨야 할 물건들이 더 많아집니다. 크고 무거운 가방을 지고 다니는 그를 오히려 주변 사람들이 걱정할 정도지만, Y의 가방은 좀처럼 가벼워지지 않습니다. 빈틈없이 꽉꽉 채워진 가방만큼이나 어깨는 무거워지고, 의외로 ‘혹시나' 했던 상황들이 모두 발생하는 것은 아닙니다. 끝내 무거운 가방 탓에 승모근이 뭉치고, 자세가 앞으로 몰려 Y는 목디스크 증상으로 경직된 근육을 푸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했습니다.


가방이 너무 무거워지고, 어디에 무엇이 들어있는지 확인하기 어려울 정도로 물건이 많아지면, 혹시나 챙긴 물건조차 갖고 있는지, 어디에 있는지 알지 못해 쓸 수 없게 됩니다. 혹시나 하는 모든 상황을 챙길 수 있는 만능인이 되기보다, 가방을 메고 가야 하는 ‘나'의 존재에 대해 믿음을 가져야 하는 시점이 바로 지금입니다.


불안한 몸은 경직된 목에서 드러난다


불안도가 높은 사람은 긴장도가 높을 수밖에 없습니다. 세렝게티 초원에서 사냥하며 뛰어다닐 때라면 긴장도가 높은 사람은 여기저기 딱딱하게 경직되기보단 넓은 시야와 언제든 뛰어갈 수 있는 각성이 높아졌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불안한 현대인은 정신적 각성도는 높아졌지만 신체적 경직도 역시 높아졌습니다. 종일 앉아서 일하는 사무직 직원들, 혹은 어디서 무슨 소식이 어떻게 들어올지 몰라서 늘 스마트폰을 들고 다니는 요즘 사람들은 딱딱하게 굳은 목을 부여잡고 ‘목 뭉침’을 호소합니다. 목 뭉침이 우리 몸에 주는 영향은 크게 외적으로는 근골격계의 불균형, 내적으로는 자율신경계의 교란을 들 수 있습니다. 목 긴장도가 높아진다는 것은 목뼈 가 정상상태를 벗어나고 이로 인해 목 근육이 뭉친 상태를 의미합니다. 틀어진 목뼈와 근육은 부교감신경인 미주신경을 압박하고, 상대적으로 교감신경을 흥분시키도록 자극합니다. 교감신경이 자극되면 필요 이상으로 각성상태가 이어집니다. 뇌, 심장, 근육에 집중된 혈류량은 온몸 구석구석으로 잘 순환되지 않아 신체기능을 저하시키고, 눈 깜빡임 감소, 얼굴근육긴장, 소화기능 저하, 얕은 호흡 등의 문제를 유발합니다. 모두 필요이상으로 몸이 긴장했을 때 일어나는 증상이기도 합니다.


소위 각성이 지속적으로 유지되어 쉴 때 쉴 수 없어서 줄곧 무리해야 하는 몸이 되는 것입니다. 이러한 몸을 지닌 사람들은 매사 지나치게 스스로를 혹사시킨다 싶을 정도로 노력하거나, 이미 지쳐버려 무기력한 상태에 있습니다.  만일 내가 이미 지쳐있는데도 해야 할 일들의 쓰나미에 휩쓸려버린 느낌으로 허덕이고 있다면, 쉬려야 쉴 수 없는 상태에서 불안함을 느끼고 있다면, 눈을 감고 손을 들어 목 구석구석을 주물러보시기 바랍니다. 여기저기 욱신욱신하면서도 시원한 느낌이 들면서 미주신경이 자극되어 조금 편안한 부교감신경 촉진상태를 느낄 수 있을 겁니다. 어디를 특히 풀어주냐고요? 일단은 손 전체로 목을 감싸면서 여기저기 자극을 섬세한 게 느끼며 주물러보세요. 당신이 정확하게 뭉쳐있는 부분만을 족집게 선생님처럼 꼭꼭 짚어 풀 풀어내려고 하는 그 마음 역시, 당신의 불안을 자극하는 완벽주의 성향의 감정상태일 수 있으니까요.



출처: 하이닥 건강뉴스 https://mobile.hidoc.co.kr/healthstory/news/C0000470399


목 뭉침은 부족한 코어의 힘에서 비롯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코어운동을 하다 보면, 부족한 코어의 힘을 대신 내느라 실제로는 운동자세에 큰 보탬이 안 되는데도 불구하고 목에 잔뜩 힘이 들어가 목 결림을 호소하는 사람이 제법 많습니다. 현대인들에겐 그만큼, 갖고 있는 능력 이상 을 요구하는 과업이 많은지도 모릅니다. 부족한 코어 힘에도 불구하고 어떻게든 도움이 안 되는 목으로 안간힘을 쓰느라 뻣뻣하고 경직되어 발생하는 목의 통증은 어떻게 보면 ‘정말 노력하고 있다’는 반증일지도 모릅니다. 정말 노력하고 있는데도 잘할 수 없다고 느낄 때, 불안이 커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감정의 반응입니다. 슈퍼히어로가 등장하는 영화에서는 꼭 적의 가 공할만한 능력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주어진 과업을 해내는 스토리가 이어집니다. 말도 안 되게 강한, 심지어 주인공의 약점을 모두 파악하고 있는 적에게 대항하는 슈퍼히어로의 모습은 목에 힘을 잔뜩 준 모습이라기보단 오히려 할 수 있는 일들을 하나하나 작전에 맞게 행동으로 옮기는 모습입니다. 불안에 못 이겨 과하게 각성된 조연들은 불안에 사로잡히거나 실수해 팀을 곤경에 빠뜨리거나 희생하는 역할이 되곤 합니다. 소위 각성이 지속적으로 유지되어 쉴 때 쉴 수 없어서 줄곧 힘을 잔뜩 주고 있는 몸이 되는 것입니다. 심지어 잔뜩 주고 있는 이 힘은 생존이나 성장에 도움이 되는 힘도 아닙니다. 이러한 몸을 지닌 사람들은 매사 지나치게 스스로를 혹사시킨다 싶을 정도로 노력하거나, 이미 지쳐버려 무기력한 상태에 있습니다.


머리, 몸에서 가장 무거운 기관


삶은 누구에게나 무겁습니다. 오죽 무거우면, 우리는 삶을 사는 존재가 느끼는 막중한 느낌을 여러 가지 은유적으로 표현합니다. ‘무게’ 역시 이러한 표현입니다. 어깨에 짊어진 삶의 ‘무게’를 은유적으로 표현하지 않더라도, 우리는 머리의 무게를 목으로 지탱합니다. 신체 구조상, 직립 보행하며 머리의 무게를 감당하기에 목이 감당하는 삶의 무게는 제법 무겁습니다. 우리 몸에서 뇌는 몸무게의 2% 정도를 차지한다고 합니다. 남자의 뇌 무게 평균은 1,450g, 여자의 경우는 약 1,300g을 차지합니다. 뇌는 삶에서 많은 정보를 받아들여 사유하고, 분석하고, 파악하는 등의 역할을 하고 있기도 합니다. 정보처리영역의 뇌는 행동이 일어나기 이전의 상황을 파악하기도 하고, 앞으로 일어날 미래의 상황에 대비해 다양한 경우의 수를 예측합니다. 가장 적절한 행동을 ‘선택’ 하기 위해 실제 일어나야 할 행동보다 많은 상황을 생각하는 셈입니다.


다양한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서 뇌는 더 많은 정보를 받아들이고 처리해야 합니다. 현대인이 가장 많은 정보를 접하는 곳은 컴퓨터나 스마트폰이므로, 자연스럽게 머리를 작은 화면에 가까이 들이미는 형태의 자세를 자주 취하게 됩니다. 안간힘을 쓰며 앞으로 나아가려, 전방을 주시하려 애를 쓰는 목은 자연스레 목과 머리를 한참 앞으로 내민 거북이의 목 형태를 띠게 됩니다. 거북이는 머리가 몸 전체에 비해 작지만, 사람의 머리는 제법 크고 무겁습니다. 4.5~5킬로 그램 정도인 머리는 묵직한 볼링공 정도의 무게와 비슷합니다. 거북목 형태가 되면 경추는 원래의 무게보다 3~4배 더 무거운 압박을 목 근육과 목뼈에 지웁니다. 온 힘을 다해 목은 머리의 무게를 감당합니다. 자연스레 어깨, 목, 등, 가슴 등의 근육의 경직도가 높아집니다.


경직된 상태가 오래 지속되면 우리 몸의 근육은 굳어진 상태를 기억하고 유지하려고 합니다. 왜곡된 자세가 줄곧 이어지면 일을 할 때뿐 아니라 자세를 바꾼 후에도 경직도가 유지되어 힘을 빼고 편한 자세로 있다고 믿고 있는 상황에서도 기억한 자세 그대로, 힘을 바짝 주고 경직된 목 상태로 에너지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짧은 시간 잠시 집중한 것일 뿐이었는데 격심한 피로를 느끼는 경우가 이에 해당합니다. 평상시에 소진되는 에너지가 많으므로, 주변의 환경이나 감정의 변화에도 에너지 부족 상태로 대응하게 됩니다. 틀어진 자세를 교정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거북목을 바로잡는 가장 직접적이고 효과적인 접근으로 목 스트레칭을 추천합니다.


Recipe 6. <바른 자세를 위한 경추 정렬 목 스트레칭>



준비물: 경직된 목, 편안하게 앉거나 선 자세, 자유롭게 움직이는 팔과 손.


고개를 여기저기로 꺾으며 빠른 속도로 크게 움직이면 오히려 경추에 무리가 갈 수 있습니다. 천천히 시원하다고 느껴지는 각도와 동작에 집중하면서, 천천히 한 동작 한 동작을 이어가 보세요.


1. 턱을 목 쪽으로 살짝 당긴 상태에서 엄지와 검지로 잡고 목과 턱 사이 작은 볼펜을 꽉 조인다고 생각하면서 조금 더 턱을 당겨봅니다.


2. 다리를 골반 너비로 벌리고 서거나 앉아서 허리를 곧게 폅니다. 양손을 깍지껴 뒤통수에 대거나, 머리 측면을 감싸듯 쥐고 고개를 숙여 머리의 무게로 단축되어 있던 뒷 목 근막이 늘어나도록 해 봅니다.


3. 양 엄지 손가락으로 턱 밑을 받치고, 고개를 젖히는 것이 아닌 (주의! 고개를 뒤로 갑작스레 젖히면 오히려 디스크의 가능성이 있는 목에게는 부상 위험을 초래할 수 있어요) 목을 뽑아 올리듯 천천히 지긋이 위로 올려 목 앞부분의 근막을 이완해 봅니다.


4. 한 손으로 반대쪽 머리 측면, 손 끝이 귀 뒤에 닿도록 잡고 천천히 당깁니다. 이때 반대쪽 손은 등 뒤에 열중쉬어 자세로 고정시켜 딸려 올라가지 않도록 합니다.


5. 그대로 4와 같은 자세로 손을 머리의 정수리의 대각선 위쪽으로 잡고 고개를 살짝 숙여 머리의 무게로 목 근막을 이완합니다. 이때도 반대쪽 손은 등 뒤에 고정시켜 딸려 올라가지 않도록 합니다. (거울을 보면서 하면 더 좋습니다) 한 손 또는 양손을 뒤통수 뒤에 깍지 끼듯 대고 손과 머리가 서로 밀도록 지긋이 힘을 줍니다. 목 앞쪽 굴근을 강화시킬 수 있습니다. 손을 이마 앞에 대고 머리와 손이 서로 밀도록 지긋이 힘을 줍니다. 좌측, 우측으로도 마찬가지로 힘을 지긋이 주면 목의 근육을 골고루 강화시킬 수 있습니다.


6. 목근육을 강화시킨 후에는 심호흡과 함께 목을 크게 좌우로 돌리며 4~5번 반복해 충분히 목 근육을 이완해 줍니다. 목 근육운동과 함께 긴장도가 올라간 목을 그대로 두면 머슬메모리에 의해 목과 어깨가 단축된 상태로 긴장된 상태와 일상의 구분 없이 유지됩니다. 운동 후에는 반드시 온몸에 힘을 풀어 이완해 주는 단계를 꼭 챙겨주세요.


<주의할 점> 목은 신경계, 림프계, 순환계의 신경이 모두 지나가는 부위이므로 시원하더라도 무리해서 늘리거나 빠르게 움직이며 풀지 않습니다. 최대한 느린 동작으로, 지그시 눌러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니 무리해서 무게를 싣거나 급하게 목 관절을 움직여 부상을 입지 않도록 주의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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