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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예림 Feb 26. 2024

여덟 번째 감정 돌보기: 왠지 부끄러울 때 물구나무서기

거꾸로 보면 다르게 보이는 세상, 바로 보든 거꾸로 보든 코어에 힘주기

부끄러움: 자신을 비추는 거울을 마주하며 불완전한 자신에 직면했을 때



대부분의 감정이 그러하지만, 부끄러움이라는 감정만큼 자신을 거울처럼 들여다보게 하는 단어도 없습니다. 이상과 현실 속에서 자신이 이상에 가까울 것이라고 믿었다가, 그에 못 미치는 자신을 직면했을 때 느끼는 감정이 부끄러움이기도 합니다. 혹은 스스로 이상과 거리가 먼 사람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자신의 기준이 이상적일 때 자신을 돌아보며 부끄러움을 느끼기도 합 니다.


‘부끄러움’이라는 감정은 나 자신의 내면을 비추는 거울로 하여금 드러납니다. 거울에 나를 비춰, 나를 들여다볼 수 있는 힘이 생겼을 때 우리는 스스로를 부끄럽게 여기기 시작합니다. 그러니까, 부끄러움을 느끼는 사람은 성찰의 힘을 지닌 사람입니다. 성찰의 거울에 나를 비춰보는 행위는 성찰을 이끌어내는 소중한 작업이지만 이때 거울이 왜곡되어 있지 않은지, 볼록 거울이나 오목거울로 나를 바라보지는 않는지도 들여다볼 필요가 있습니다. 내면의 거울로 나를 들여다볼 때마다 부끄러움이 느껴진다면, 우리는 거울을 의심해 보아야 할 필요도 있습니다. 성찰을 빌미로 부끄러운 감정을 습관적으로 거듭하며 겸손 혹은 반성이라는 감정적 자해가 반복되는 것은 당사자에게 그다지 좋은 일은 아닐 테니까요.


자연스럽게 부끄러움을 느끼는 감정은 부끄러움을 넘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금씩 성장하는 과정으로 연결될 때 그 본연의 힘을 발휘합니다. 부족한 면을 보완하고, 새로운 자기 자신을 만나기 위해서는 노력과 과정을 감내하는 ‘시간’ 의 필요성을 인정해야 합니다. 당장은 부끄럽지만 시도가 거듭되며 조금씩 성장하는 과정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용기가 필요합니다.


지금 상태는 부끄럽지만, 노력하는 과정은 뿌듯하다


G님은 자신이 삶에서 만든 기준을 충실히 지키고자 누구보다 열심히 사는 사람입니다. 두 아이의 엄마이자 필라테스와 줌바를 꾸준히 운동습관으로 이어가는 에너지 넘치는 사람이기도 합니다. 단체코칭 카카오톡방에서 에너제틱한 줌바 인증사진을 찍어 올리는 그이기에, 참여자들에게 즐거운 운동의 의지를 끌어올려주는 소중한 참여자기도 했는데 코칭 중 그가 제게 해주었던 말은 단톡방에서 보여주었던 에너지 넘치는 모습과는 다른 감정이 담긴 말이었습니다.


“운동 습관을 만들고 싶다고 하면서, 운동도 꾀를 부리며 하고, 강도가 높지 않은 것 같아요. 의지에 비해 효과가 크지 않은 것 같아 제가 운동에 나태한 것 같아 부끄러워요.”


G님, 요즘의 운동 시간은 과거보다 줄어들었나요?


“아니요. 20대 때는 운동을 많이 했었지만, 결혼해 아이 낳고는 통 하지 못했어요. 운동 습관 만들기 모임을 통해 그래도 운동을 챙겨하고 있으니, 운동량은 결혼 초보다 많이 늘었고, 의식적으로 걷는 양도 늘리고 있어요.


그럼 부끄럽기보단 정말 칭찬해야 하는 것 아닐까요? G님은 두 아이의 엄마고, 살림과 육아를 모두 해내면서도 가족을 돌보는 일과 스스로를 성장시키는 일을 하는 여건 속에 운동하는 시간까지 확보해 챙기고 있어요. 부끄러움을 느끼는 것은 일종의 마음 습관 아닐까요?


부끄러움을 느끼는 지점에서 우리는 진정 부끄러움을 극복할 만한 변화를 원하고 있는가에 대해 다시 한번 들여다볼 필요가 있습니다. 잘하고 있는 행동의 강도나 빈도가 충분하지 못하다고 느끼거나, 잘 못하고 있는 행동을 끊어내려는 시도를 이어가다 중간중간 무너져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느끼는 감정이 반복되고 있지는 않나요? 다시 이어하는 행위의 반복, 혹은 스스로를 돌아보면서 부끄럽다고 느끼는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면, 내가 나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에 대해서 조금 더 명확하게 알아차릴 수 있습니다. 단지 부끄러움만을 계속해 반복하며 느끼는 것은 큰 의미가 없습니다. 다만 얼마큼 잘 해내고 있으며 얼마나 더 잘할 수 있는지, 객관적인 시선에서 관찰할 측정과 실천, 보상 등이 필요한 것이죠.


부끄러움을 느낄 줄 안다는 것은, 변화가 필요한 지점임을 알아차릴 수 있게 하는 소중한 계기로 이어질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됩니다. 당신이 머물러있고 싶은 이 지점과,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더욱 깊이 있게 들여다볼 수 있게 하는 소중한 감정이 바로 ‘부끄러움’입니다. 변화가 필요한 지점임을 알면서도 지금의 현재에 머물러 있고 싶은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 있다면, 그로 하여금 일어나는 변화와 저항을 입체적으로 바라볼 수 있습니다. 저항이 일어나는 이유에 대해 존중감을 바탕으로 깊이 탐색해 보고, 끝내 저항을 뛰어넘어 스스로 일으키는 변화에 대해 스스로 칭찬하며 보상하고 인정해 주어야 합니다. 습관처럼 반복되는 저항에 머물러있지 않기 위해 저항과 자신을 죄책 감 없이 분리시키고, 필요한 것들을 챙겨 저항을 뛰어넘을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다면 당신의 삶은 당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자연스럽게 변화합니다.


부끄러운 몸은 오버트레이닝 혹은 번아웃으로 이어진다


막연한 부끄러움은 스스로를 왜곡된 시선으로 바라보게 합니다. 게다가 자신의 부끄러움과 타인의 시선을 투사하여 의식하는 사람들은 열심히 하는 자신을 인정하지 못하고 오버트레이닝을 이어가거나 번아웃에 시달릴 수도 있습니다. 부끄러움으로 경직된 몸이 운동이든 일상 움직임이든 서툴게 해내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합니다. 그러한 부끄러움을 극복하고자 노력하는 시간은 오버트레이닝으로 이어집니다. 부끄러움을 느끼는 몸이 서툴고 부족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데, 자신에게 서툰 모습이 당연함이 아닌, 부끄럽고 조금 은 이상해 보이는 모습이라고 생각하다 보면 몸은 더욱 긴장되고 위축됩니다. 호흡이 얕아지고, 시야가 좁아져 실수하거나 부상당하기 쉬운 상태가 됩니다.


코칭을 하다 보면,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데 어렸을 적 체육시간에 겪었던 경험 때문에 스스로를 몸치라 일컫는 사람들이 제법 많습니다. 여성의 경우 2차 성징이 드러날 즈음, 성장속도에 맞는 브래지어를 착용하는 것이 어색했거나 부끄러워 체육을 싫어했다고 고백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신체활동을 좋아하지 않고 운동을 하는 것이 부자연스러워 체육이 쉽지 않은 시간이었던 사람들은 대체로 운동을 싫어하거나 스스로 몸치라는 프레임을 만들어 놓곤 합니다. 이들은 어색하고 위축되었던 심리가 몸에 영향을 주었음을 잊어버린 채 내가 몸을 잘 움직이지 못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고질화 시켜, 체육활동이나 운동을 할 기회를 아예 피하곤 합니다. 자연스럽게 해낼 수 있는 것조차 과거 체육시간의 트라우마로 몸이 먼저 경직되고 위축되어 버리는 몸의 반응을 이들은 부끄러움과 연결시킵니다. 성인이 된 후에도 운동을 선택할 때 즐거움이 아닌, 해내야 할 의무나 책임으로 수행하며 '살을 빼기 위해서', '건강을 위해' 등의 구실로 억지로라도 해야 한다고 생각하다 보니 운동을 좋아하지 못하고 운동을 시작하기 전에 미리 지쳐버립니다. 스스로를 돌아볼 줄도,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할 줄도 아는 이 지혜로운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은 더 이상 몸치도, 부끄러울 것도 없다는 것을 알아차릴 용기입니다. 부끄러움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어떤 이유를 대어 부끄럽지 않다는 것을 증명할 필요 없이, 그저 부끄러움을 마주하고 조금씩 성장하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도록 도전하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챗GPT가 생성한 입스극복 미국 메이저리그 선수들

운동심리학에서는 평소에 별 무리 없이 해내던 기본적인 수행 동작들이 선수가 실수를 겪은 후, 본인의 의지와 관계없이 거듭하게 되는 현상을 ‘입스(Yips)’라고 합니다. 입스의 주원인을 학자들은 연마된 움직임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비 자발적인 근육 수축’이라고 분석합니다. 골프 선수의 퍼팅 실수, 야구 투수의 제구 실수 등을 떠올려 볼 수 있습니다. 입스의 함정에 빠진 선수들은 국소적인 근육 수축이 자신의 의지와 관계없이 일어나는 몸의 오류에서 벗어나기 위해 심리, 신체적으로 많은 노력을 기울입니다. 이들이 택하는 가장 보편적인 방법은 충분한 휴식, 해당 동작을 완전히 새롭게 배워 꾸준히 연습시간을 늘려가는 것입니다. 짧은 시간 안에 헤어 나오는 선수들도 있지만, 극복에 실패해 선수의 삶을 마감하고 지도자의 길을 걷게 되는 선수도 있습니다. 자신이 컨트롤하지 못하는 운동수행에 대해 갖는 부끄러운 감정을 극복하기에 가장 필수적인 준비물은 일반인이 아닌 운동선수에게조차, 자신을 마주하고 부족한 모습을 있는 그대로 인정, 정면돌파해 나가는, 성장을 선택할 ‘용기’입니다.



Recipe 8. <결국은 성공시키는 단계 별 물구나무서기>


부끄러움을 직면할 의지를 낸 사람에게 어떤 운동이든 도움이 되겠지만, 저는 ‘물구나무서기’를 추천합니다. 머리와 다리의 위치가 바뀌는 동작을 시도하는 것만으로 여태까지 삶에서 ‘당연하다’ 고 여겨 왔던 것을 달리 생각해 볼 여지가 생겨납니다. 머리가 아래에, 다리가 위에 올라가는 변화를 통해 ‘용기’를 배워볼 수 있습니다.


물구나무서기는 코어 근육의 힘이 있어야 성공적으로 해낼 수 있기 때문에, 연습하는 과정에서 복근과 코어 근육을 기를 수 있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쉽게 성공하는 영상을 촬영하여 충분한 설명과 함께 유튜브에 올려두었습니다. 한 번에 성공한 사람보다는 오랫동안 꾸준히 단계별 노력을 통해 거꾸로 서는 모습을 보며 성장에는 단계가 필요하다는 것을 배울 수 있습니다.


참고) 에일린요가/ 초보자를 위한 물구나무서기

https://youtu.be/LWq35 rPAiYc? si=vS6 N4 GexQ8 Fdfp2 H


막연한 부끄러움과 부담감이 단계별 연습동작과 그에 필요한 구체적인 시간들로 바뀝니다. 그동안 부끄럽고 부담스러웠던 이유는 감정적인 이유도 있었지만, 어떤 단계와 시간 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필요한지 알지 못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알아차리는 순간 부끄러움은 한결 가벼워지고 무엇부터 하면 되는가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으로 분위기가 반전됩니다. 용기를 내는 순간, 부끄러움은 실천의 에너지로 변합니다. 실천의 단계가 쌓여나갈수록, 몸과 마음, 의식의 거리가 가까워지고 자기 신뢰 역시 두터워집니다. 어느 순간에 부끄러움은 사라지고 조금씩 성장하기 위해 자료를 찾고 계획을 세우며 한층 성장하는 자신으로 거듭날 수 있습니다.


물구나무서기는 오롯이 혼자만의 공간에서 연습할 수 있는 운동입니다. 동작과 움직임이 크지 않지만 할 때마다 의지를 내어 조금씩이라도 시도해 보면 그만큼 느는 느낌을 면밀하게 느낄 수 있습니다. 부끄러움이 많은 사람이 혼자서 해보기에도 좋은 운동입니다.


물구나무서기는 신체의 순환 방향을 바꿔 혈액순환을 효과적으로 촉진하는, 중력이 몸에 만들어 놓은 밸런스를 순간적으로 깨뜨려 변화를 만들어 내는 자세입니다. 익숙한 몸의 방향을 거꾸로 바꿔 놓는 자세이므로 심리적 두려움을 극복하는 단계를 거쳐 완성해 내는 자세이기도 하고, 해내고 난 뒤 보람과 뿌듯함을 가장 크게 느끼는 자세이기도 합니다. 뇌 혈류량을 증가시켜 집중력, 기억력을 향상하고 하체부종개선에도 도움이 되며, 근육의 긴장을 완화시키고 근력을 향상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한 번에 성공시켜 효과를 보려 하기보다 매일 조금씩 연습을 거듭하며 결국은 성공시키는 경험을 통해 부끄러움을 극복하고 변화를 만들어 봅시다.


쉽게 따라 해보는 물구나무 순서 (요가의 시르사아사나라고도 합니다)


<준비물>
 다리를 기댈 수 있는 벽면이 있는 장소, 머리를 받칠 수 있는 요가매트 혹은 방석


1. 초보자의 경우 벽 가까이 테이블탑 자세에서 팔꿈치를 내려놓은 자세로 시작합니다. 어깨와 팔이 수직이 된 상태에서 양손을 모아 정수리 뒷부분을 감쌉니다.


2. 엉덩이를 높이며 다리를 쭉 펴내어 목, 허리가 일직선이 되도록 합니다. 처음에는 이 자세를 며칠 반복하며 어깨로 서서 허리를 일직선으로 세우는 연습부터 시작합니다.


3. 허리를 일직선으로 세우는 연습이 어느 정도 익숙해지면 한쪽 다리씩 공중으로 띄워봅니다. 중심이 흐트러지지 않도록 코어에도 힘을 다지며 며칠간 반복합니다.


4. 벽을 지지대 삼아 두 다리를 공중으로 끌어올려 중심을 잡아봅니다. 코어 힘이 부족할 경우 하체를 벽에 기대어 허리와 목에 걸리는 힘을 보완합니다.


5. 익숙해질 경우 벽에서 떨어져서 시도해 봅니다. 무리하지 않는 상태에서 시도하며 초보자의 경우 보호자가 있는 상태에서 시도하는 것이 좋습니다.


<주의할 점>


코어 힘이 충분히 길러지지 않은 상태에서는 목 만으로 온몸의 무게를 지탱하는 것이 어렵습니다. 무리해서 완성동작으로 시도해 보려 노력하지 마시고, 시간을 두고 머리와 발을 아래로 둔 좁은 산 자세의 단계에서 양쪽 다리를 번갈아가며 들어 올려 복근을 충분히 단련합니다. 바닥을 차올려 하체를 띄우기보다, 허리를 곧게 세우고 조금씩 발끝이 자연스레 지면에서 떨어지며 복근의 힘으로 하체를 들어 올릴 수 있어야 합니다. 누군가의 도움을 받더라도 도움에 의존하는 것이 아닌, 자신도 스스로 단련하며 천천히 다리를 띄워 올리는 데 집중할 수 있습니다. 자신이 없을 때는 벽을 활용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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