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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예림 Jun 02. 2024

자기기만, 자기 합리화, 거짓된 나와의 직면.

로하스케일, 총업세션(무의식정화) 후기

인간의 의식영역 속에 “의식”과 “무의식”이 있다는 것은 이미 많이 알려진 이야기다. 칼 융은 무의식의 존재에 대해 <정신의 구조>라는 책에서 개인적인 무의식 그리고 집단적인 무의식에 대해 다이어그램으로 도식화해 설명한 바 있다.



내면수행을 하며 몸과 마음의 상태에 면밀하게 반응하게 됐다. 최근 1-5월은 유학을 결정하고 오히려 삶이 단순 명료해졌다고 생각했는데, 이유 없는, 슬픔과 무기력이 찾아오는 날들도 있었다. “그런 날도 있지” 하고 넘어가고 싶지 않았다. 이런 날에도 공부는 해야 하고, 운동도 이어가며 삶을 살아가야 했기 때문에. 그리고 그런 날에 나는 번번이 공부와 삶에 실패하고 마음 챙김이나 자기 돌봄을 이유로 나를 위해 만들어둔 루틴을 어기고 그저 늘어져 있거나 일탈을 했다. 일탈의 후유증은 자기 긍휼을 가렸다. 스스로를 부끄럽게 하고, 성실한 나에서 벗어난 모습을 거짓된 모습이라 비난했다. 스스로 나에게 하는 기만이 혹독해 나를 기만하는 삶의 말, 행위, 태도 등을 외면했다. 그러고서 나는 최선을 다해 성실하고 투명하게 살고 있다고, 나 스스로조차 속였다. 나중엔 속이는 삶을 살고 있는 줄도 몰랐다.


그리고 주말에 만난 귀인과 은인과의 대화가 계기가 되어,


“자기기만” “자기 합리화” “애정결핍” 등의 키워드를 사유하게 됐다. 이따금씩 철저하게 나를 무기력하게, 슬프게 만드는 키워드들이었다. 그리고 이 키워드에 대해 심취하며 23km를 달렸다. 더 달렸어야 했다고 생각했다. 자기기만에 가득한 나를 벌주고 싶었기 때문이었는데, 마침 달리고 싶다고 연락을 준 시각장애러너이자 찐친 은지가 합류해 11킬로를 함께 달려준 덕분에, 그 정도에서 멈췄다.


토요일, 귀인 덕분에 <로하스케일>이라는 곳의 무의식 정화, 일명 총업 세션에 참여하게 됐다. 밝고 긍정적인 모습으로 세션을 이끄는 선생님의 의견에 빨려 들어갔다. 지오메트리, 로하스케일 등의 기법으로 진단한 내 삶의 괴로움들이 등장했다.


총업의 핵심 키워드는 유전자키 8.3(거짓).


잘해야 하고 잘하고 싶어서 자기 자신까지 철저히 속이는 영악한 거짓.


무의식에 들어찬 이 거짓의 패턴이 나를 힘들게 짓누르고 있었다. ’ 거짓을 행하는 자‘라는 자기 인식이 투명하게 드러나는 것이 내면을 자유롭게 할 진실인데, <거짓이면 안돼>라는 프레임이 거짓된 나를 감추려 켜켜이 또 다른 거짓을 만들거나 합리화하고 있다.


<자기 돌봄은 자기를 합리화하는 것인가>

<자기 긍휼은 자신을 편하게 하는 것인가>

<인정은 거짓을 참으로 만들기 위해 애쓰는 것인가>


화가 치밀어 올랐다.

내가 살아오면서 겪은 숱한 조건화와 상처, 그들의 질서와 문화에 맞추기 위해 했던 노력들이, 나는 생존하기 위한 두려움에 사로잡혀 그토록 열심히 살고 있었는데, 그 열정이 내면에 했다는 것이 고작 <거짓>이었다니.


나는 뭐야? 나는 어떤 사람이야? 그렇다면 내가 살아온 세월은 다 무어야?


분노를 곁에 두고, 로하스케일 선생님의 이야기를 하나하나 경청하면서 지금의 이 순간이 나에게 얼마나 감사한 시간인지를 다시 자각했다. 지금까지의 삶을 돌이켜보고, 내 안에 가득한 거짓을 직면하는 것이 얼마나 큰 자기 인식이며 자기 돌봄인가를 느꼈다. 무겁고 답답했던 마음이  서서히 풀려나가며 자세가 편해지는 것이 느껴졌다.

이제, 다음이 중요하다.


거짓을 필두로 지어진 업을 나는 어떤 태도와 내면과의 관계로 끌러나갈 것인가. 정직하게, 투명하게, 가볍게, 천진하게.


나는 로하스케일에 들어오기 전까지 나 스스로를 불편하고 부끄럽고 무거운 상태로 인지하고 있었는데, 시간이 지나며 점점 평안해졌다.


세션이 끝나고 저녁을 먹으며 로하스케일을 소개해준 귀인과 <거래적 관계> <거짓> <무의식정화>에 대한 대화를 나눴다.


그리고 형이상학적인 의미들에 대한 대화의 결론에 떠오른 내 내면의 답은, #쓰레기를 버리자


무의식 정화는 쌓여있는 불완전한 나를 철저히 직면시키며 이뤄졌다. 직면하고 인정하는 일은 괴롭다. 스스로 괴롭고 두려워 직면하지 못하고 피했던 것들 마저, 철저하게 직면했다. 그러나 인정해야 다음 스텝으로 나아갈 수 있다. 말 그대로 나는 직면의 여정에 저항하고 반항하면서도 철저히 항복했다.


오늘 바로, 풍소재에 쌓인 묵은 옷가지와 잡동사니들을 최대한 버리기로 했다.


쓰레기가 잔뜩 한데, 쓸만하다고, 아깝다고, 추억이 있다고, 비싼 거라고 변명하며 잔뜩 끌어안고, 10년 넘은 옷도 그대로 입는다고, 혹은 버려야 하는데 시간이 없다고, 버리고 싶다고 말하고 있는 거짓, 그러면서 나는 옷을 아끼는 검소한 사람이라고 믿는 자기기만부터 인정하기로 했다. 버려서 내 과오를 씻겠다가 아니라, 나는 으레 그렇게 살고 있는, 내 인식보다 훨씬 자기 합리화와 거짓, 자기기만을 많이 하는 존재라는 것을 부끄럽지만 통렬하게 인정하는 것이다. 흔히들 그러지만 쓰레기를 정리하는 행위는 내가 철저히 자기 인식을 하는 여정에 있어서 시작이자, 하나의 은유다.


_________


### Purification of the Unconscious


It is widely known that within the human consciousness, there are "conscious" and "unconscious" realms. Carl Jung illustrated the existence of the unconscious through diagrams in his book, *The Structure of the Psyche*, explaining both the personal and collective unconscious.


Through inner work, I have become acutely aware of the state of my body and mind. From January to May of this year, despite deciding to study abroad and thinking my life had become simpler and clearer, there were days when inexplicable sadness and lethargy would strike. I did not want to just brush off these days with a casual “such days happen.” I still had to study, exercise, and live my life, but on those days, I would repeatedly fail at my studies and daily routine, using mindfulness or self-care as an excuse to break my routines and indulge in idleness or deviation. The aftermath of these deviations concealed my self-compassion, making me feel ashamed and criticize the deviation from my diligent self as falsehood. This self-deception was harsh, leading me to ignore the words, actions, and attitudes that were deceiving me. I convinced myself I was living sincerely and transparently, even deceiving myself to the point where I was unaware of my deceptive life.


A conversation with a benefactor I met over the weekend triggered reflection on keywords such as “self-deception,” “self-rationalization,” and “lack of affection.” These were keywords that sometimes thoroughly made me feel lethargic and sad. Immersed in thoughts about these keywords, I ran 23 kilometers. I felt I should have run more, as I wanted to punish myself for my full-of-deceit self. However, my visually impaired friend Eunji, who wanted to run, joined me for 11 kilometers, stopping me at that point.


On Saturday, thanks to my benefactor, I participated in an unconscious purification session called "Chong-Up" at a place called Lohas Scale. I was drawn into the instructor’s bright and positive approach during the session. My life’s troubles, diagnosed through techniques such as geometry and Lohas Scale, surfaced.


The core keyword of Chong-Up was Genetic Key 8.3 (Falsehood).


The clever deceit of thoroughly deceiving oneself out of a desire to do well and excel.


The pattern of falsehood deeply ingrained in my unconscious was oppressively weighing me down. Recognizing myself as a "practitioner of falsehood" transparently is the truth that could liberate my inner self, but the frame of “I should not be false” creates layers of additional falsehoods or rationalizations to hide the false me.


Is self-care rationalizing oneself?

Is self-compassion making things comfortable for oneself?

Is acknowledgment striving to turn falsehood into truth?


I was filled with rage.

The countless conditioning and wounds I experienced throughout my life, the efforts I made to fit into their order and culture, were all driven by a fear of survival. I was living so diligently, but my passion had only resulted in internal deceit.


Who am I? What kind of person am I? What then was the life I have lived?


With anger by my side, I listened to the Lohas Scale instructor’s words, realizing how grateful I am for this moment. Reflecting on my life thus far, I felt how significant self-recognition and self-care are, facing and acknowledging the falsehoods within me. My heavy and suffocating heart gradually eased, and I felt my posture becoming more relaxed.


Now, the next step is crucial.


How will I unravel the numerous karmas built upon falsehood in my attitude and relationship with my inner self? Honestly, transparently, lightly, innocently.


Before entering Lohas Scale, I perceived myself as uncomfortable, ashamed, and burdened, but as time passed, I felt increasingly at peace.


After the session, I had dinner with my benefactor who introduced me to Lohas Scale and we discussed “transactional relationships,” “falsehood,” and “unconscious purification.”


In conclusion, my inner answer to the metaphysical meanings was, #ThrowAwayTheTrash.


Unconscious purification thoroughly confronted me with my accumulated imperfections. Facing and acknowledging them was painful. I faced even the things I couldn’t confront or avoided due to the pain and fear. However, acknowledgment is necessary to move to the next step. I resisted and rebelled against this journey of confrontation, but ultimately surrendered completely.


Today, I decided to throw away the old clothes and junk piled up in the corner of my house.


Although I had lots of trash, I made excuses such as “it’s still usable,” “it’s a waste,” “it holds memories,” “it’s expensive,” while clinging to them. I prided myself on being frugal and thrifty, claiming to still wear clothes over ten years old, or saying I didn’t have time to throw things away, while actually wanting to discard them. The act of organizing trash is a metaphor for my journey of thorough self-awaren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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