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 산책 #011] 숲의 쓸쓸함, 중년의 남자
퇴근 후에 숲에 가니 초입 부분의 무성한 풀들을 모두 제거해서 길을 넓혀 놓았습니다. 잘린 풀잎들에서 깊은 풀 향기가 더욱 깊게 느껴집니다. 숲이 가을을 맞이하고 쓸쓸함으로 물들어 가고 있습니다. 차분하고 살짝 부는 바람에서조차도 쓸쓸함이 느껴집니다. 올해는 이 가을을 타지 않고 잘 넘어가야 할 텐데 은근히 걱정을 해봅니다. 해가 짧아지다 보니 숲에서 나올 때쯤에는 어둠이 내리기 시작합니다. 숲에 다녀오면 어떨 때는 생기를 얻기도 하고 어떨 때는 마음속에 사무치는 생각들을 하며 눈물을 흘리고 와서 치유를 얻기도 합니다. 이 가을에는 더욱 깊이 사무치는 생각들을 해보게 됩니다.
숲의 쓸쓸함에서 중년의 남자들의 모습이 오버랩이 되어 보였고 지금의 모습이 중년의 남자의 모습이 아닌가 생각도 해봅니다. 숲에서 중년의 남자들에 대해서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이것은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혹시라도 이 글이 불편한 분들이 계시다면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40대 중반, 50대, 60대의 중년의 남자의 모습이 지금 가을 숲의 모습이 아닌가 싶습니다. 길거리에서 저는 그냥 제 갈 길을 갈 뿐인데 앞의 아가씨들이 중년인 저를 힐긋거리며 보고 나서 재빠르게 사라집니다. 여성이거나 젊은 남성이었다면 다른 반응을 보였을 것입니다. 중년의 남자인 저도 뒤에 중년의 남자가 따라오면 거북할 때도 있습니다. 이렇게 중년의 남자는 사회에서 서서히 밖으로 밀려나기 시작합니다. 어떨 때는 골칫덩어리로 전락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집에서는 더욱더 큰 문제입니다. 경제생활을 하려 해도 이제 얼마 안 남았기 때문에 불안해지기 시작합니다. 본의 아니게 실직을 하게 되어 집에서 쉬거나 은퇴한 중년의 남자들은 집에서 골칫덩어리로 전락을 해버리는 것이 현실입니다. 자식들도 경제적인 것이 뒷받침이 되어야 원만한 관계가 유지가 되지 돈이 없으면 자식과의 관계도 소원해지기도 합니다.
설마 자식들이 자기를 부양해 주겠지 하는 생각을 하는 사람이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바로 '꿈깨' 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분가하고 나면 자식들도 자기들 살기가 더 바쁩니다. 시대가 변해서 자식과 산다는 것 자체가 모세가 홍해를 가른 것과 같은 기적적인 일이 될 것입니다. 자기 자식은 산다고 할지 몰라도 며느리나 사위는 결코 같이 살지 못하게 된 것이 지금의 현실입니다.
중년의 남자들이 어떻게 잘 살아야 하는지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첫째로, 가정에 헌신을 해야 하는 것이 맞지만, 본인에게도 반드시 투자를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지출을 해서 자신만의 좋아하는 것을 찾아야 합니다. 지금까지 헌신할 만큼 했으면 이제 본인한테도 투자를 해야 합니다. 지금까지 잘 살아온 본인한테 수고했다고 투자를 해야 합니다.
둘째로, 좋아하는 일에 투자는 하지만 생산적인 일로 연결을 해야 합니다.
'아들아, 돈 공부해야 한다'의 저자 정선용 님은 은퇴 후에 글을 써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어 경제적인 소득도 얻고 직장 다닐 때보다 더 왕성하게 활동을 하고 계십니다. 서울대 의대 이왕재 교수님은 작년 8월에 은퇴를 하셨는데 암을 연구하는 곳으로 그다음 날 바로 출근을 한다는 말씀을 들었습니다. 젊었을 때야 이것저것 좋은 것 해보지만 중년은 좋아하는 것도 경제적인 이득을 얻는 것을 찾아서 해야 합니다. 아주 조금이라도 경제적인 소득이 있는 좋아하는 일을 찾아야 합니다.
셋째로, 부부간에 금슬이 좋은 것은 좋지만 적당한 긴장관계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부부가 거의 1년 365일 붙어 다니는 것은 조금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예전에 저도 부부가 항상 붙어 다니고 아파트를 다닐 때도 손잡고 다니는 부부의 모습들이 너무나도 부러웠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아닙니다. 아내분은 친구들 만나서 수다를 떨어야 스트레스가 풀리는데 남편이 항상 같이 붙어 다니자고 하면 그것도 스트레스 일 것입니다. 남자분들도 아내와만 다니면 사회에 친구가 없나 이런 생각도 하게 됩니다. 부부관계는 적당한 긴장관계가 있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배우자에 대해 심하게 집착을 하게 되는 분들도 있는데 이러면 나이 들수록 더 힘들어집니다. 남자분들이 은퇴하고 나서 이제부터 잘해야 하지 하면서 아내분의 가방을 들고 다니면서 수행 비서 역할을 하는 것은 그 남자분이 은퇴 후의 준비를 전혀 안 한 것입니다.
넷째로, 자기만의 비밀 통장을 만들어 놓아야 합니다.
가정에 헌신한다고 모든 것을 다 바치면 좋은 가장으로 기억될 수는 있습니다. 그런데 나이 들어서 수중에 돈이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고 비참해집니다. 부모가 돈이 없으면 자식들도 잘 찾아오지 않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 되어 버렸습니다. 매달 가족들 몰래 얼마씩 저축을 해놓아야 합니다.남자의 자존감은 학벌, 직업, 명예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돈에서 자존감이 나옵니다. 남자의 자존감은 돈에서 나옵니다. 우리는 돈을 좋아하는 것에 솔직해져야 합니다.
아직 준비할 시간은 많이 있습니다.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찾고 성실하게 준비하면 온 만큼 더 가야 할 인생이 온 길보다 더 화려할 것입니다. 중년의 남자들이 어깨 당당히 펴고 자신감 있게 사는 사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