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김장中

by 박동기

요즘에 김장을 한다고 하면 모임의 약속에 빠질 수 있는 면죄부를 준다. 그만큼 김장은 소중하고 가치 있는 일이다. 요즘에 가족이 모이는 시기가 설, 추석보다도 김장을 할 때 더 많이 모이는 것 같다. 가족 간에 서로의 이익이 다 맞아떨어진 것이다. 가족을 만나는 것도 좋지만 1년 농사인 소중한 김치를 얻을 수 있기 때문에 가족 간의 갈등 없이 모임이 이루어진다. 참석한 가족의 목적이 모두 같다 보니 갈등도 적고 최종 산물인 플라스틱 김치통의 각자의 할당대로 가져가는 뿌듯함이 있다. 그래서 명절에 있던 갈등은 없고 서로 수고했다고 격려하는 따뜻함이 있다.


사 먹는 김치가 시중에 많이 나와 있으니 사 먹어도 된다. 하지만 배추를 절이고 양념을 해서 집에서 힘들게 만든 김장 김치가 훨씬 맛있다는 것은 모두가 다 아는 사실이다. 김장을 하려면 먼저 좋은 배추를 골라야 한다. 요즘은 배춧값이 비싸서 값이 만만치는 않다. 그 배추를 배달해 주면 좋지만 거리가 멀면 직접 차에 실어야 하는데 100포기는 승용차에 실리지도 않는다. 어디서 트럭을 빌려야 하는지 고민이 된다. 쪽파, 갓, 무도 사야 한다. 양념을 위한 젓갈, 새우젓, 고춧가루 등 많은 것들을 사야 한다. 김장은 모든 농수산물들의 장점이 융합되는 거대한 교향곡이다. 모든 식품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제 역할을 해줘야 1년 농사인 김장이 성공적으로 마무리가 될 수 있다.


두 번의 명절에 이어 김장을 통해 오랜만에 가족이 뭉칠 수 있는 기회가 한 번 더 생긴다. 고향에 계시는 노모에게 가서 김치를 같이 담그기 위해서 오랜만에 객지에 있던 가족들이 뭉치는 소중한 시간이다. 하루 전에 배추를 소금물에 절이고 새벽 일찍 그 배추를 다시 씻어내는 힘든 작업이 있다. 양념을 만들어서 여럿이 배춧잎에 양념 속을 넣는다. 속을 배추의 머리 부분에 많이 넣어야 간이 잘 베인다. 이때 양념 속이 남으면 문제가 없지만 양념이 부족하면 문제가 발생한다. 배추와 양념을 적당히 배분하는 것이 김장의 기술인 것 같다. 속을 넣으면서 입담 좋은 한 사람이 있으면 즐겁고 웃음이 떠나지를 않는다. 톰 소여의 모험에서 페인트칠이 재미있게 보이는 것처럼 모두가 즐거워는 보인다. 비록 허리는 아프지만..


어느 80이 된 노모의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60대, 70대 일 때에 힘들긴 해도 자식들 김장을 해주었다. 그런데 80대가 되어 기력이 없어 못해주니 김장을 해줄 때가 얼마나 행복했는지 모른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 노모는 소중한 것을 상실했다는 느낌이 든 것 같다. 우리가 지금 힘들다고 하는 것들도 뒤돌아 보면 다 그때가 좋았어라고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보고 지금에 충실하자는 생각도 잠시 해본다.


김장의 하이라이트는 갓 무친 김장 김치에 돼지 수육을 싸서 먹는 것이다. 지평 막걸리도 한잔 걸치면 이곳이 바로 천국이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돼지 수육은 비린내가 안 나게 된장을 넣고, 커피가루를 좀 넣고 파 등을 넣어서 맛이 있다. 홍어회까지 삼합으로 같이 먹으면 이 순간이 행복이구나라는 생각을 한다.


모든 김장을 마치고 뒷정리를 하고 모닥불 앞에 앉으면 허리는 아프지만 오늘 하루 참 살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자식들 트렁크에 김치통들을 갖고 가면 부모들은 뿌듯하면서도 집 대문에 서서 자식들 바라보는 부모는 저것들 언제 볼까 하는 생각에 다시 가슴이 허전하다. 자식들 다 가고 빈 집은 다시 허전할 것이고 다음 만날 날을 기억할 것이다.


대한민국은 김장의 마무리 단계에 들어갔다. 김치가 없으면 밥을 먹을 수가 없다. 김치 없이 밥을 먹는 것은 고통이다. 그만큼 김치는 소중하고 우리의 입을 즐겁게 하고 건강을 지켜준다. 김장은 가족 간의 정을 나누는 시간이고 김치통의 목적으로 하나로 뭉칠 수 있는 몇 안 되는 모임 중의 하나이다.


혼자 사는 사람들이나 김장을 할 수 없는 처지에 있는 사람들에게도 어떤 김장 모임을 하나 만들어서 같이 김장하는 문화가 있었으면 좋겠다. 코로나로 인해 비대면으로 모든 것들이 이뤄지지만 김장만큼은 메타버스가 아닌 마당이나 부엌에서 이뤄져야 한다.


김장은 소통의 통로이고 김치통이라는 확고한 목표가 있기에 갈등은 없고 열매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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