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편지 #014]_요즘 내 마음

by 박동기

지난주에 청소년 주일학교에서 학부모 초청 간담회를 진행했다. 학부모로서 참석은 많이 해보았지만 교사의 입장이 되어서 참석하기는 처음이다. 같이 섬기는 초등학교 교사님께 노하우를 물어보았다. 먼저 자기소개를 하고 아이들의 장점을 이야기해달라고 하면 부모님들이 마음을 여신다고 했다. 우리 반은 5분이 오시기로 하셨는데 두 분은 일 때문에 못 오신다고 연락을 주셨다. 어머님 세 분이 오셨다. 내 소개를 간단히 하고 돌아가면서 자기소개와 아이의 장점을 소개해달라고 했다. 남학생들이고 갑작스러운 준비에 아이들의 장점이 잘 떠오르지 않으신 듯했다.


대략 20분 정도가 소요된다고 했는데 너무 시간이 길어서 시작 전에 걱정을 했다. 모두 아무 말도 안 하면 어떡하지 하는 걱정이 되었다. 그런데 기우였다. 대화가 한 바퀴 돌고 나니 대화에 불이 붙기 시작한다. 옆에 어머님은 최근에 뇌경색과 이명이 와서 말을 잘 못하신다고 하셨다. 어린이집을 운영하셔서 그런지 말이 청산유수다. '말씀을 아주 잘 하시는데요'라고 내가 말을 했다. 속으로는 지금도 저 정도이신데 아프시기 전에는 대단하겠구나 라는 생각을 해보았다. 그분이 대화의 주도권을 가져가셨다. 나는 학부모이고 그분이 교사가 되어 버렸다. 정말 자식 사랑의 열정을 느낄 수가 있었다. 나는 듣기만 하면 되니 편했고 아이들의 사정들에 대해서도 더 잘 알 수가 있었다.


어머님 세 분이 대화의 물꼬가 터지기 시작하니 회의가 길어지기 시작한다. 셋 다 큰 아이다 보니 관심이 많고 고등학교라는 새로운 학년에 올라가다 보니 걱정과 두려움도 많이 갖고 계셨다. 아이들에 대해서 좀 더 깊이 알게 되었고 어머님들의 생각도 들을 수가 있었다. 내가 마무리 기도를 하고 우리 반 학부모 간담회를 마쳤다. 내 처지가 교사를 할 처지가 안되어서 몇 번이나 고사를 했다. 2년 동안 나를 지켜본 지역 다락방 순장님께서 교사가 딱 제격이니 끈질기게 하라고 하셨다. 계속 거절을 했지만 교사 권유에 용기를 내서 늦은 나이에 섬기게 되었다. 요즘 고등학교 아이들을 만나기가 어려운데 새로운 접촉점이 생긴 것이다.


내가 이끌어 가는 것이 아니라 인도하심을 따라서 시나브로 섬기려는 마음을 가졌다. 반 아이들을 위해서 기도하는 것 밖에 할 수 있는 것이 없는 것 같다. 아이들이 '경제적 자유'를 얻도록 기도를 한다. 아이들이 공무원이나 대기업이 아닌 사업이나 창업을 통해서 경제적인 부자가 되어 달라고 기도를 한다. 경제적 자유를 통해서 자기가 나온 학교에 'OOO 건물'로 이렇게 기부를 하는 학생들로 사용해달라고 기도를 한다.


진정한 부자로 거듭나서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미치는 아이들로 성장해달라고 기도를 한다. 입시 지옥 속에서 예배의 중심을 지켜서 신앙이 흔들리지 않도록 기도를 한다. 나 자신의 문제에만 매몰이 되었다가 누군가를 기도를 하다 보니 그 자체가 기쁨이었다. 해결되지 않은 많은 문제들 때문에 주위가 보이지 않았는데 주위를 바라볼 수 있는 시야를 가지게 되었다.



이번 주는 청소년 수양회가 열렸다. 나는 온라인으로 드렸지만 많은 학생, 선생님, 교역자, 학부모님들이 참석을 하셨다. 우리 반 아이들한테 꼭 현장예배에 참석을 하고 여건이 되지 않으면 온라인으로라도 참석을 해달라고 했다. '예수 나의 산 소망'이라는 주제로 개최가 되었다. 코로나로 갇혀있던 아이들이 찬양에 율동에 미쳐 날뛰기 시작한다. 2년 동안 코로나의 억압에 갇혀있던 아이들이 율동을 통해 자유함을 얻게 된 것이다. 내 눈에도 눈물이 나기 시작한다. 아이들이 기뻐 날뛰는 모습을 보게 되니 마음이 기뻐진다.

지나가면 모를 아이들인데 어느 소속에 발을 들여놓다 보니 그들의 세밀한 것까지 모두 보인다. 눈빛까지 힘들어하는 모습까지 보인다. 그 학생들이 살아있는 생명력 있는 산 소망을 갖기를 원한다. 거의 미쳐 날뛸 정도로 열광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오랜만에 내 가슴도 뜨거워졌다. 그들은 어떤 산 소망을 갖고 저리 좋아하는 것일까? 그들의 산 소망이 궁금해졌다. 나중에 차차 물어봐야겠다.



나의 산 소망을 생각해 보았다. 인생은 고난 총량의 법칙이다. 어떻게든 고난은 항상 따라온다. 고난과 행복의 투 트랙으로 같이 항상 온다. 우리가 음식을 먹을 때에도 세균과 영양분을 같이 먹는다. 이왕 받을 고난이라면 가치 있는 열매를 맺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고난 가운데 가치 있는 일로 섬기고 싶다. 요즘 나의 산 소망은 청소년 사역과 글을 써서 책을 통해 선한 영향력을 미치는 것이다.

고난의 씨줄과 행복의 날줄을 엮어서 좋은 책이 나오기를 기도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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