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과 소나무의 어울림

퇴근하는데 갑자기 눈이 내립니다. 춘천 근무하는 날은 양평으로 퇴근합니다. 춘천에서는 비가 내리다가 맑았던 양평도 비가 내립니다. 산속을 지나 양평 집 가까이 가니 눈발이 많이 내립니다. 산속이다 보니 날씨가 추워 여기는 눈이 내립니다. 내일 출근을 못 할 것 같아 차를 밑에 두고 걸어서 양평 집까지 올라갑니다. 머리에 하얀 눈이 앉았습니다. 거센 눈이 아니라 물기를 살짝 머금은 포근한 눈입니다. 세상은 고요합니다.

눈 낙하 시간은 한 시간을 넘기지 못합니다. 눈송이는 수많은 결속으로 생겨난 가지들 사이의 텅 빈 공간 때문에 가볍습니다. 그 공간으로 소리를 빨아들여 가두어서 실제로 주변을 고요하게 만듭니다. 그래서 눈 오는 날은 무척 고요합니다. 가지들이 무한한 방향으로 빛을 반사하기 때문에 어떤 색도 지니지 않고 희게 보입니다. 눈은 거룩한 예수님인 것 같습니다. 눈처럼 하나님의 은혜가 고요하게 내려옵니다. 하늘에서 만나가 내리는 것 같습니다.

하나님 은혜가 떨어집니다.

하나님 은혜가 날립니다.

하나님 은혜가 흩뿌려집니다.

하나님 은혜가 내립니다.

하나님 은혜가 퍼붓습니다.

하나님 은혜가 몰아칩니다.

하나님 은혜가 쌓입니다.

하나님 은혜가 상처를 보듬어 줍니다.

하나님 은혜가 우리의 모든 죄를 지웁니다.

하나님 은혜가 다시 시작하게 만들어 줍니다.

하나님의 은혜가 눈처럼 하늘에서 내립니다.

올겨울은 눈을 참 많이 보았습니다. 새벽에 서울에는 비가 내립니다. 와이퍼로 계속 저어도 앞 유리는 계속 눈물을 흘리고 있습니다. 닦아도 눈물을 계속 흘립니다. 새벽에 서울에는 비가 내리고 춘천에 오니 눈이 내립니다. 온 세상의 산이 하얗게 펼쳐져 마치 스위스에 온 듯합니다. 상고대가 피어 있어 설국으로 변했습니다. 나무마다 하얀색으로 옷을 입었습니다.

춘천 가는 길이 막힙니다. 하남에서 넘어가는 길에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비와 눈의 경계 지점에서 차가 미끄러졌습니다. 차 한 대는 90도로 넘어져 있고 연쇄적으로 부딪쳐 6대가량이 사고가 났습니다. 새벽에 이쪽 도로가 막히는 것은 처음 봅니다. 내가 운전을 아무리 잘해도 재수가 없으면, 사고 나는 것이 운전인 것 같습니다. 차를 좋은 것으로 바꾸려는 마음이 간절해집니다.

경기도 넘어서부터 눈길이라서 차를 천천히 달립니다. 춘천에 도착하니 눈발이 날리기 시작합니다. 올해는 참 눈이 많이 왔습니다.

온 세상이 하얗게 되니 제 마음도 하얗게 됩니다. 오늘도 바쁜 하루 일상입니다. 저녁에 사역 훈련 과제가 많으니, 마음이 분주합니다. 과제를 먼저 성실하게 해야겠습니다. 과제 성공이 '사역 훈련 성공'입니다. 과제를 억지로 하지 말아야겠습니다. 과제를 하고 싶어도 작별해야 하는 시간이 옵니다. 과제와 작별하기 전에 많은 사랑을 나눠야 합니다. 과제는 성장을 위한 모판입니다. 과제 없이는 사역 훈련을 성공시킬 수 없습니다. 과제가 억지로 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을 더 깊이 알아가는 과정입니다. 과제는 예수님의 제자로 성장과 성숙의 열매를 맺기 위한 좋은 TOOL입니다. 못하는 과제들도 있지만, 할 수 있는 것들은 최선을 다해서 해보겠습니다.

소나무 위에 앉은 눈이 참 아름답습니다. 고고해 보이기도 합니다. 거룩해 보이기도 합니다. 눈과 소나무가 아름답게 어우러졌습니다. 거룩한 삶이란 어떤 것인지 생각해 보게 됩니다. 거룩한 삶은 죄 많은 내가 하나님의 은혜로 덮여 제 삶과 어우러지는 것 같습니다. 나는 죄로 인해 죽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나님은 나를 사랑하사 예수님을 보내주셨습니다. 예수님은 십자가 희생을 통해 저에게 영원한 생명을 주셨습니다. 천국에 대한 소망도 주셨습니다.

보잘것없던 내가 하나님 은혜로 다시 태어났으니 거룩하게 살아야겠습니다. 거룩하게 사는 것은 예수님을 드러내는 삶인 것 같습니다. 예수님을 드러내는 삶을 살아갈 때 삶이 더욱 거룩해질 것 같습니다. 세상과는 다른 선택, 역설을 선택하는 것이 거룩해지는 길인 것 같습니다. 오늘보다 내일이 더 거룩해지길 소망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