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시대의 품격을 결정하다
연말이 되면 우리는 말의 소중함을 되새긴다. 하지만 현대인에게 말보다 더 빈번하게 더 깊숙이 삶에 관여하는 것은 바로 '글'이다. 카카오톡 메시지 한 줄, 업무용 이메일, 짧은 문자 메시지로 깨어 있는 내내 글을 쏟아내고 있다. 말의 온도가 있고 글도 온도가 있다. 우리가 화면 위에 두드리는 글자에도 분명한 '온도'가 존재한다.
보이지 않기에 더 차가워지기 쉬운 '글'의 숙명이다. 이 한계를 극복해야 한다.
말은 표정과 음성이라는 '온기'를 동반한다. 하지만 글은 오직 텍스트라는 무기질의 매체로 전달된다. 똑같은 "어디예요?"라는 문장도 읽는 이의 기분에 따라 다정한 안부가 되기도 하고 날카로운 감시가 되기도 한다. 글은 맥락이 생략되기 쉽기에 실제 의도보다 차갑게 느껴지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우리는 글을 쓸 때 말보다 2~3도 정도 더 높은 온도를 담으려 노력해야 한다. 맥락(Context)에 맞게 글을 쓰는 것이 중요하다.
글의 온도를 높이는 세 가지 방법이다.
어떻게 하면 우리의 글에 온기를 더할 수 있을까?
첫째, '감정의 완충지대'를 만든다.
본론을 꺼내기 전에 상대의 안부를 묻거나 날씨 이야기를 건네는 것은 불필요한 사족이 아니다. 글의 온도를 36.5도 이상으로 올리는 예열 과정이다. "바쁘신데 실례합니다", "오늘 날씨가 많이 춥네요" 같은 한마디가 차가운 텍스트에 부드러운 옷을 입힌다.
둘째, 마침표 대신 물음표와 감탄사를 활용한다.
단호한 마침표(.)는 때로 대화를 단절시킵니다. "알겠습니다."보다는 "알겠습니다! 확인해 볼게요." 혹은 "그렇게 하면 어떨까요?"처럼 상대의 공간을 열어두는 문장 부호가 글의 온도를 훨씬 유연하게 만든다.
셋째, '전송' 버튼을 누르기 전 3초만 멈춘다.
특히 화가 났을 때나 서운함이 있을 때 쓴 글은 날카로운 칼날이다. 한 번 내뱉은 말은 흩어지지만 기록된 글은 박제되어 상처를 반복한다. 상처를 회복하는데 많은 에너지를 쏟아부어야 한다. '이 글이 상대에게 어떻게 들릴까?'를 딱 3초만 고민하는 것만으로도 수많은 오해를 막을 수 있다.
인공지능(AI), 감정의 번역기가 되다.
여기서 인공지능은 단순히 문장을 교정하는 도구를 넘는다. '감정 번역기' 역할을 한다.
AI는 감정의 거울(Mirroring)이다.
내가 쓴 글이 너무 공격적이진 않은지 확인한다. 너무 사무적이라 차갑게 느껴지지는 않는지 AI에게 피드백을 요청한다. "이 메시지를 좀 더 정중하고 따뜻한 어조로 바꿔줘"라는 요청 한 번으로, 나의 진심이 왜곡되지 않게 전달될 수 있다.
AI는 공감의 언어 추천한다.
상대의 상황에 맞는 적절한 위로나 격려의 표현이 떠오르지 않을 때 AI는 풍부한 언어의 창고가 되어준다. 서툰 표현 때문에 마음을 전하지 못하는 이들에게 AI는 따뜻한 문장을 제안하며 소통의 다리를 놓아준다. AI는 글의 온도를 높여준다.
AI는 냉정과 열정 사이의 조율한다.
격한 감정 상태에서 쓴 글을 AI에게 입력하고 "비즈니스 매너에 어긋나지 않도록 객관적으로 다듬어줘"라고 요청한다. AI는 감정의 찌꺼기는 걸러낸다. 전달해야 할 핵심 가치만을 정제하여 평온한 온도로 되돌려 준다.
글은 마음의 씨앗이다.
도시의 품격이 시민들의 말에서 나온다. 온라인 공동체의 품격은 우리가 나누는 글자 하나하나에서 나온다. AI라는 강력한 기술이 우리 곁에 온 이유는 우리가 더 똑똑해지기 위해서만이 아니라 더 '인간답게' 연결되기 위함도 있다.
새해에는 나의 키보드에서 나가는 글들이 누군가의 마음을 얼리는 얼음송곳이 아닌 꽁꽁 언 마음을 녹이는 따뜻한 차 한 잔이 되길 바라본다. AI를 비서 삼아 더 다정하고 더 책임감 있는 글쓰기를 시작해 본다. 나의 텍스트가 쌓여 세상의 온도가 조금 더 올라가기를 기대해 본다.
올해 남은 며칠 동안 덕담의 글을 쓸 때 ‘글의 온도’를 높여보자.
겨울에 양평의 따뜻한 찻집에서 사랑하는 사람과 차를 마신다. 눈오는 오후에 연기나는 굴뚝이 참 아름답다.말의 온도도 따뜻하다. 말의 온도처럼 글의 온도도 따뜻하게 만들자.
AI가 만든 그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