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와 같아지고 싶은 마음과 구별되고 싶은 욕망은 공존할 때가 많습니다.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는 것은 여러 가지로 소모적인 부분이 많지만 쉽게 끊을 수 없는 중독성이 있는 것 또한 사실이라서, 지칠걸 알면서도 번번이 기차에 올라 새로운 곳으로 떠났다가 이내 지쳐선 힘없이 돌아오는 일과 비슷합니다. 어렸을 적엔 나와 똑 닮은 사람을 만나면 얼마나 좋을까, 한치의 숨김없이 모든 걸 털어놓을 수 있고 서로의 대화를 귀담아들으며 경탄해 줄 상대, 마치 알리와 니노처럼 적당한 거리를 두었다가 다시 가까워지고 그럼에도 아쉽거나 부담스럽지 않으며 그 일정한 궤적이 주는 안정감을 느끼다가 가끔은 완벽하게 겹치기도 하는 상대를 상상하곤 했습니다. 존재하지 않는 것을 하릴없이 소망하는 저이기에, 다양한 상대를 살피고 따져보곤 했는데, 그런 유별난 관찰은 결국 스스로를 고독하게 만든다는 것을 언제부턴가 어렴풋이 느끼게 되었습니다. 돌이켜보면 몇 명의 하일너와 또 몇 명의 엠마를 만나며 사랑에 빠졌고 그 편향적인 감정에 휩싸일 때면 비슷한 점은 특별함으로 다른 점은 신선함으로 느껴지다가 이내 임계점을 지나면 감정의 경계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진 채 결국 남는 것은 무감정의 감정들뿐이었습니다. 그건 마치 수레바퀴에 살짝 스친 달팽이가 더듬이를 거두고 달팽이집 속으로 기어들어 가는 것처럼 새삼스레 움츠러들었다가 천천히 고개를 빼고는 어쩌면 짓이겨질지도 모를 바퀴 자국 위를 말없이 기어가고 있는 것과 같아서, 누군가에겐 위태로워 보이겠지만 그제야 비로소 저는 가장 안전한 상태가 되곤 합니다.
누군가와 함께 있고 싶은 마음과 혼자이고 싶은 욕망은 공존할 때가 많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