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연우의 뜰 Sep 25. 2022

농부의 아내로 산다는 건

[연우의 뜰_농장 일기]


모든 몸의 흉터는 사연을 가지고 있다.

누구나 상처에 얽힌 이야기를 한다면 몇 날 며칠도 모자랄 것이다.


나에게도 흉터가 있다. 손가락에 상처는 처음으로 구두를 신던 날 계단에서 굴러 떨어져 찢어진 상처를 제대로 치료하지 못해서 생긴 흉터이고, 얼굴에 그을린 상처는 3년 전 퇴근길에 넘어져 얼굴을 땅바닥에 부딪쳐 생긴 흉터다. 난소 혹을 떼어내느라 수술해서 생긴 오른쪽 아랫배 흉터도 있다.

그 상처들은 이미 지나간 일이고, 약을 먹고 연고를 바르고 도려내어 치료를 했다.


하지만 마음의 상처는 어떡해야 하나.

누구나 몸의 상처처럼 마음에도 흉터 하나 없는 사람은 없다. 빨간약을 발라줄 수도 없고, 수술처럼 도려낼 수도 없다.

그 상처와 마주 대하기가 쉽지 않고,  남에게 보여주기는 더욱 어렵다. 계속 숨기고  감추며 살다가 결국 곪아서 터져 버리기도 한다. 그렇다고 매번 외면하고 도망칠 것인가.


한계를 넘지 못하고 상처를 극복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진정 어른이 될 수 없다.

명심해야 한다. 우리가 이겨내지 못할 상처는 없다고.

의심하지 말고 자신의 내면의 힘을 믿어야 한다.

 '그때의 나'의 이야기를 귀담아 들어주고, 그 아픔을 내 것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그렇게 이겨내려고 노력하는 과정 속에서 우리는 어른이 된다.

자신만의 꽃으로 피어나는 것이다.




오늘 무사히 다육식물들이 서울에서 전북 고창에 있는 [연우의 뜰_치유의 농장]으로 이사를 했다.

걱정했던 높은 고개 하나를 잘 넘었다. 몸이 아픈 사위가 고생하는 게 안쓰럽다며 친정 부모님들까지 거들어주셨다. 엄마는 농막 청소와 쓰레기 정리를. 아버지는 꽃밭을 만들 모래 치기를.



남편과 나는 소망한다. 지금처럼 서로를 위로하고 격려하며 힘이 되어주기를. 아프고 힘든 이들에게 스스로 내면의 힘을 믿고 다시 일어설 수 있게 도와주는 '연우의 뜰'이 되기를. 그럴 수 있도록 우리 두 사람 온 마음과 정성을 다해 준비하기를.


이전 10화 잘라내야 더 잘 자라는 나무처럼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