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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우의 뜰 Sep 30. 2022

잘라내야 더  잘 자라는 나무처럼

[농부의 아내로 산다는 건]


식물이나 나무를 키워본 사람들은 안다. 잘라내야 더욱 잘 자란다는 걸.

가지를 자르면 그 옆에서 새 가지가 자라고, 잎을 따주면 그 자리에서 새순이 돋아난다는 것을.


10년 전, 고창 밭에 구찌뽕 200그루를 심었다. 남편이 암에 걸린 후 어디서 들었는지 항암효과에 좋다며 무조건 심는다 할 때만 해도 그다지 기대하지 않았다. 서울에서 직장 다니면서  때마다 고창으로 내려가기도 쉽지 않았고, 나도 남편도 농사의 '농'자도 모르던 때여서 우려하는 마음이 컸었다. 안되면 할 수 없지 하는 마음으로 심었다.


예상했던 대로 심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었다.

때가 되면 가지를 쳐줘야 하고, 비료도 줘야 했다. 흙과 물, 그리고 햇빛만 있으면 되는 줄 알았는데 착각이었다. 철마다 부는 바람이 나무를 자라게 했고 뜨거운 태양도 필요했다. 한 겨울 폭설과  한여름 폭우들도 꾸지뽕나무를 단단하게 만들어주는 묘수였다.



2013년에 어린 묘목을 심고 2016년 추석  첫 열매를 만났을 때 얼마나 뿌듯했는지 모른다.

첫 농사를 이렇게 훌륭하게 해낼 줄이야.

모든 농작물들은 주인의 발자국 소리를 듣고 자란다는데, 자주 찾아가 돌봐주지도 못했는데 이렇게 잘 자라주어서 기특하고 대견했다.

꾸지뽕 열매 맛은 또 얼마나 달고 부드러운지.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한다.


 

우리도 살아가는 동안 가지치기가 필요하다.

무성하게 자라고 있는 마음밭에 잡초도 뽑아줘야 한다.

슬픔이나 우울한 감정이 웃자라거나, 걷잡을 수 없이 분노가 뻗어 나갈 때,  그런 감정의 무수한 잔가지들을 쳐낼 줄 알아한다. 그래야 그 자리에 아름답고 선한 마음이 싹틀 수 있다. 담담한 어른이 될 수 있다

 

너무 복잡한 인연에 얽혀 있을 때도 가지치기는

중요하다. 지나치는 인연이라면 상처받을 필요 없다. 혼자가 될까봐 두려워 할 필요없다.  

나를 살게 해 주는 목숨 같은 귀한 인연에는 늘 한결같은 마음으로 최선을 다해야 한다. 

도리이며 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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