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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우의 뜰 Oct 23. 2022

삶은 안개다.



머그잔을 깨뜨렸다.

이틀 전 출근하자마자 커피를 마시려고 들다가 그만 떨어뜨리고 말았다.

왠지 새벽부터 컵을 깼다는 게 기분이 좋지 않았지만 애 땜했다고 여기니 그나마 위로가 되었다  

하지만 커피 맛도 예전 같지 않고 은은한 커피 향도 나지 않았다.

애정 하는 컵 하나를 잃어버려도 마음이 헛헛한데, 하물며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을 했을 때야 보고 싶은 마음이 오죽 간절할까.  


     


지난주였다. 새벽 4시 고창에서 서울로 올라오는 데 짙은 안개 때문에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았다

엉금엉금 기어가듯 시골길을 겨우 빠져나와 서해안 고속도로를 탔는데 안개가 사라지기는커녕 더 심해졌다. 비상등을 켜며 시속 10km 속도로 달렸다. 너무 무섭고 두려웠다.

사고 날까 봐.


한참을 그렇게 서행하고 있는데, 희미하게 내 앞에 차 한 대가 나타났다.

그 차도 쌍라이트를 켜가면서 천천히 달리고 있었다. 얼마나 반갑고 고맙던지. 그제야 나는 마음 놓고 차 간 거리를 두면서 앞서가는 그 차를 따라갔다.





그랬다. 내게 삶은 늘 이렇게 짙은 안개 같았다.

어디로 가야 하는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도무지 알 수 없는 인생을 헤매며 여기까지 왔다.

내 앞에 나타난 자동차처럼 누군가 내 앞에 서서  잘 따라오라고 해주었다면 이렇게 혼란스럽고 방황하고 두렵지 않았을 텐데.      


성경에도 그랬다고 한다. “너희는 내일 일도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다. 하물며 일 년 후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겠느냐? 너희는 잠깐 보이다가 없어지는 안개와 같다”라고.


인생사 새옹지마라고 말한다. 우리 인생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새옹지마와 같아서 예측을 할 수 없다는 뜻이다.

슬픈 일이 기쁜 일이 되고, 기쁜 일이 슬픈 일이 되어 도무지 뭐가 뭔지 모르겠는 것.


사직서를 냈다.

올해 12월 말까지 병원 근무하고 남편이 있는 고창으로 삶의 터전을 옮기려고 한다.  


정말 알 수 없는 인생이다.

안개처럼 보이지 않는 미래, 난 앞으로 또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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