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체력은 에너자이저
‘야야야야!’ ‘우우우우!’ ‘어음마......’ ‘빠바바바빠!’ ‘냥!’
휴대폰 알람은 안 들리는데, 저 멀리서 들려오는 아이들의 소리가 아주 또렷하게 귀에 박힌다. 사람도 동물이라서 그런지 제 새끼의 소리에 잘 반응할 수 있도록 어떤 매커니즘이 있는 듯 하다. 만약에 어미가 새끼동물의 생존과 관련한 비명을 못 듣도록 진화했다면, 인류의 역사는 굉장히 짧았을 것 같다. 먹는 것과 자는 것 그리고 배설 등 생존과 관련된 일에 있어서는 신생아때부터 아주 우렁차게 제 어미에게 알려는 것이 새끼 동물의 본능인 듯도 싶다. 몇 시인가해서 벽에 걸린 시계를 바라보니 벌써 8시이다.
8시로구나......
어젯밤에 아이들을 9시가 채 안 되어서 재웠다. 대략 12시간 가까이 잤으니 일어날 때도 되었구나. 머리 속에는 방금까지 꾸고 있던 꿈의 내용과 지금 마주한 현실이 마구 뒤섞여 비몽사몽이다. 아까 꿈 속에서 버스를 타고 서점에 갔었었지. 간만에 고향에 갔던 듯, 그 지역 특유의 버스색상이 기억난다. 고향에 대한 꿈을 꿀때면 나는 꿈 속에서 늘 20대 정도 되는 나이다. 내가 고향을 떠나온지 꽤 되는데, 꿈에서는 고향에서 주로 활동할 때의 나이대로 돌아간다.
마음으로는 이제 8시니까 그만 자리에서 일어나서 독서도 하고, 스트레칭도 하고, 아이들 밥을 챙겨줘야 하는데 싶다. 그러나 나의 비루한 체력은 이 마음을 받쳐주기에는 역부족이다. 무언가가 자꾸 이불 안으로 내 정신을 빨아들이는 것 같다.
안 돼......
마지막 남은 정신력을 쥐어 짜내서 다시 잠들지 않도록 애써본다. 가장 위험한 건 겨울철의 극세사 이불이다. 참 포근하고 따뜻하다. 최대한 몸에서 멀리 떼어내고 가능한 서늘한 온도를 느끼며 멀리서 들려오는 아이들의 소리를 듣는다. 저희들끼리 이불 위에서 뒹굴면서 꺄르륵 하다가도 간간히 배가 고픈지 우는 것도 같다. 다른 소리보다도 아이들의 우는 소리에 가장 위기의식이 든다. 이런, 우리 아기가 많이 배고프구나! 내 자신과의 싸움 속에서 고군분투하다가 다시 시계를 보니 9시대이다.
벌써 1시간이나 지났다고?
정말 일어나야 할 것 같다. 일단, 자리에서 일어나서 책상 위에 놓인 보리차 한 잔을 마신다. 가만히 앉아서 왜 내 체력이 이렇게 좋지 않은 지 잠시 생각해본다. 어제 나의 일상을 돌아보면, 잔잔하고도 꾸준하게 아이들과 함께 부대꼈었다. 4식구라 그릇 몇 개 쓰면 산처럼 수북하게 쌓이는 설거지를 했다. 아이들과 어른들 먹는 음식을 각각 별도로 요리했다, 어린이용 매트를 들어내고 구석구석 청소를 했는데, 자꾸 부스러기가 나와서 하루 종일 거의 수시로 청소했다, 밤에는 하루 동안 쌓인 배변훈련팬티 20장여 남짓을 뜨거운 물에 손빨래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