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야경증’과 부모되기의 어려움

소리질러서 미안하구나

by 산토끼

야밤에 아이가 잘 자다가 갑자기 크게 소리를 지르며 울기 시작했다. 지금껏 분리수면을 잘 해온 아이였기에 조금 놀란 마음이 들었다. 그래도 아이가 운다고 해서 섣불리 아이방으로 가면, 도리어 잠을 깨울 수도 있기에 신중할 필요가 있었다. 월령이 아주 어린 아기였다면 혹시나 모를 ‘영아돌연사’를 걱정하며 서둘러 달려가보았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럴 시기는 지난지 오래였기에 신중에 신중을 더 했다.

조금 더 기다려보고, 약 5분정도 기다려보자. 계속 울면 그 때 살짝 가보자.

이렇게 생각을 정리하고, 놀란 마음을 다시금 눌러 안정시키려 애썼다. 얼마간의 시간이 흐른 뒤 아이는 다시 잠에 들었는지 조용해졌다. 휴대폰 후레시를 켜고 빛이 나오는 곳을 손가락으로 틀어막았다. 이렇게 하면 너무 빛이 찌르듯이 나오지 않고 사물을 겨우 식별할 수 있을 정도로 어두워진다. 아이방에 가서 안전문 틈새로 살짝 빛을 쪼여보니, 아이는 평화로운 얼굴로 잘 자고 있었다. 정말 다행이었다.


왜 갑자기 이런 증세가 생기는 거지? 해결 방법은 또 있는 걸까?


인터넷을 켜고 실시간 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사이트에서 검색을 해보았다. 대부분의 육아 전문가와 의료인들은 이런 증세를 가리켜 ‘야경증’이라고 했다. 사람은 잠을 자면서 하루 동안 받아들인 데이터를 머리 속으로 정리하는 시간을 가진다고 한다. 아이들의 경우는 아직 뇌가 자라는 과정이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을 경우나 에너지를 과도하게 소비했을 경우, 그리고 잠이 부족했을 경우 악몽을 꾼다고 한다. 놀란 아이는 실제로 목소리를 내어 소리치고 짜증낼 수 있다고 한다. 특히, 예민한 성향의 아이들이 야경증에 시달릴 확률이 높다고 한다. 놀랍게도 아침에 되면 자신이 지난 밤에 소리치고 난리쳤던 일은 전혀 기억하지 못한다고 한다. 같은 증세가 꽤 오래되면 소아과를 방문해서 ‘수면제’를 처방받는 것도 필요하다고 한다.

무슨 일이 이 아이에게 큰 스트레스를 주었을까, 생각을 해보니 원인은 나 인 것 같았다. 최근에는 아이가 자아가 성장해서 스스로 해보겠다고 하는 일이 많았다. 위험한 일과 더러움을 유발하는 일들을 자기가 해보겠다고 마구 떼를 쓸 때는, 여러 번 타이르다가 나도 모르게 벌컥 화를 내며 아이에게 소리를 쳤다. 아이가 어른처럼 의젓하고 차분하길 기대하는 나는 정말 바보구나. 부모는 아이에게 감정의 안정을 주는 존재가 되는 편이 좋은데, 나는 그러지 못했다. 아직 교육하기에 어린 아이를 붙들고 가르치려 하니 그것은 나의 욕심이다.

만 3세 이전 아이에게 무언가를 알려줄 때는 최소 5번 이상은 인내심을 가지고 설명하는 것이 좋아 보인다. 부모는 아이보다 더 오래산 사람이니까 충분히 기다려주는 것이 필요하지. 우리 아이의 경우는 뭔가 자기가 해보고 싶은데, 위험하거나 더러움을 유발하는 일이라 못 하게 하면, 화가 나는지 손에 들고 있던 물건을 집어 던지는 경향이 있다. 아이가 물건을 던질 때 내 마음 속에 있는 인내심도 날아가는 느낌이다.

물건 던지기는 내가 화가 날 때 종종 그런 행동을 하는 편인다. 어쩜 알려준 적도 없는 데 이런 걸 다 따라할까. 내 자신이 너무 부끄럽다. 너무 놀란 마음에 인터넷을 찾아보니 부정적인 감정을 느낄 때는 어떻게 비폭력적으로 표현할지 알려주라고 한다. 가령, 속상할 때는 ‘안아주세요.’라고 하는 거야. 라는 식으로 교육하라고 한다. 나도 몰랐던 사실인데 아이 덕분에 하나 배워간다. 우리 부모님은 나에게 질책만 할 뿐, 부정적인 감정을 어떻게 처리할지 알려주신 적이 없었다. 오히려 부정적인 감정을 표출한다고 혼나기만 했다.

새벽을 꼴딱 세우며 인터넷을 뒤지며 열심히 육아에 대해서 공부한 뒤, 눈을 뜨면 새로운 마음으로 육아하자고 다짐한다. 소리치고 회초리로 아이의 발바닥을 몇 차례 정해진 횟수만큼 때린 적이 있는데, 반성되었다. 나는 아이가 어긋나지 않길 바라며 훈육했다고 생각했지만, 소리를 지르는 것은 참 영혼을 해치는 나쁜 행동이었구나.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우리 아이는 놀이터에서 다른 친구들에게 먼저 적극적으로 따라다닌다. 혹여 내가 너무 아이에게 소리를 질러서 불안한 심리가 생겼나, 무작정 친구에게 달려드는 것은 사회성이 부족해서라던데. 염려가 되었다. 보통은 무작정 다른 친구들에게 가까이 가는 것이 아니라, 먼저 상대방이 뭐하는지 관찰하다가 옆에 슬적 가서 같은 활동하면서 서서히 친해지는 것이 사회성이 길러지는 것이라고 한다. 엄마도 사람이니까 화가 날 수는 있는데, 소리치기는 정말 하지 말아야겠다.

육아 가이드에는 아이가 저지를 여러 사고들을 구두경고 한 후, 계속해서 같은 행동을 반복하면 재미 있는 활동을 하지 못하게 분리해두라고 했다. 우리집의 경우는 안전문이 있는 잠자는 방으로 ‘Time out'식으로 분리해둔다. 가능한 아이에게 소리치거나 폭력을 쓰지 않겠지만, ’밥 먹을 때 돌아다니지 않기‘같이 타협할 수 없는 규칙을 자꾸 어기면 바로 식사를 치우고, Time out한다. 아이들이 처음에는 소리지르지 않는 나를 보고, 더 말을 안 들으면 어쩌지 하는 걱정이 있었다. 의외로 아이들은 차근히 말을 해주면 규칙을 잘 따르는 편이었다. 역시 내 새끼인가. 라는 생각을 하면서 육아도 공부를 해가면서 해야겠구나. 역시 육아는 쉬운 것이 아니군.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에메랄드 색 물빛과 파라다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