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여섯이 모이면 생기는일

남자는 철이 들지 않고, 이래서 끼리끼리 어울린다고 한다

by wordsbyme

혈기왕성하던 시절, 같은 동네에 살던 나와 친구들은 주 3~4일을 만났다. 시간 되는 한두명이 만나고 있으면, 하나 둘 자주 가던 카페로 모여들곤 했다. 만나서 딱히 하는 이야기도 없이, 그냥 커피 한잔을 시켜놓고 주구장창 앉아서 각자 할일을 하곤 했다. 그러다 슬슬 배가고파지면, 조선시대 붕당정치를 연상시키는 한판 토론이 벌어지곤 했다.


1) 식사 메뉴를 두고 나뉘는 6인

저녁시간이 되기 전까진 서로 관심도 없던 친구들은, 6시를 기점으로 급격히 전투적으로 변하곤 했다. 무조건 닭도리탕, 제육과 같이 제대로된 한끼를 먹어야하는 파와, 반대파로 나뉘곤 했다. 이 논쟁에 있어 가장 큰 문제점은, 반대파가 별다른 대안 없이 무조건 반대만 하고 봤다는 점이다.


나는 열정적인 반대파였는데, 왜 그랬는진 모르겠지만 제육과 닭도리탕을 향해 무한히 돌진하는 친구를 무조건 막고싶었다. 그렇게 우리는 6시부터 약 한시간가량 무슨 메뉴를 먹을지로 한껏 소리를 높히곤 했다.


2) 어렵게 정한 식사, 그리고 또 나뉘는 6인

이렇게 한바탕 논쟁을 치르고나선, 대부분 김밥*국으로 향했다. 제육을 비롯한 모든 메뉴가 있는 몇 안되는 곳이니까. 핏대 높히며 서로의 의견을 반박하던 나와 친구들은, 어느새 식당 이모의 음식 솜씨를 칭찬하며 한껏 만족스러운 얼굴로 배를 두드리곤 했다.


배가 부르면 이제 또 다른 논쟁의 시작이다. 우리는 이제 밥을 먹었으니 소화시킬겸 몸을 움직이자는 "운동파"와, 간만에 다 모였으니 술 한잔하며 이야기를 나누자는 "낭만파"로 나뉘곤 했다. 이 안에서 운동파는 볼링과 당구로, 그리고 낭만파는 소주와 맥주파로 또 분리되어 한참 말다툼을 하곤 했다.


3) 결론은 "가위바위보"

배불리 먹은 밥이 다 꺼질정도로 다음 행선지를 놓고 고민하다가, 결국 우린 항상 가위바위보를 하곤 했다. 각자 가고싶은곳 하나를 미리 정하고, 가위바위보를 이긴 사람이 정한 곳으로 가는 형식이었다. 패배한 무리들은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처럼 슬픈 눈으로 따라오곤 했는데, 또 한두시간만 지나면 얼굴 가득히 미소지으며 놀곤 했다.


제 3자가 볼땐 미련해보이는 행동들일텐데, 정작 우리는 길바닥에서 몇시간이고 어딜갈지 정하는 시간들이 즐거웠던것 같다. 사실 어딜가도 크게 상관없는데, 그냥 괜히 객기와 고집을 부리며 보낸 시간들이 행복했다. 지금처럼 사회생활과 업무에 찌들지도 않았기에 에너지가 넘쳤고, 그걸 서로에게 맘껏 발산했다.


다들 30대가 된 지금, 우리는 이제 식당을 예약하고 만나기전 뭘 할지 미리 정해두기까지 한다. 대화 주제는 어느새 연봉, 주식 등 어른의 주제가 되었고, 제법 철든 남자 어른들의 모임인가 싶기도하다. 하지만 한두시간 있다보면, 어느샌가 우리는 눈에 불을키고 서로의 의견을 반대하고 괜한 승부욕을 부린다. 이래서 남자는 철이 안들고, 끼리끼리 모인다고 하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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