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조건에서 성과를 내기보단, 최선의 조건에서 최상의 결과로
맹모삼천지교(孟母三遷之敎) 중국의 유명 사상가인 맹자의 어머니가 교육을 위해 세번이나 이사를 갔다는 교훈을 담은 말이다. 단편적으로만 보면, 자식 교육을 위해 열과 성을 다한 지혜로운 어머니의 이야기지만, 조금만 더 생각해보면 환경의 중요성을 말하는 예시가 아닐까 싶다. 그만큼, 사람에게 환경은 정말 큰 영향을 미친다.
거창하게 말할 것 도 없기에, 나는 내 10여년의 자취 생활동안 겪었던 환경의 변화를 한번 써보려한다. 나중에는 지금의 집도 추억이자, 내 성장의 기록이 되길 바라면서 말이다.
1. 첫 자취, 아방궁 같이 호화롭던 아파트
유학을 떠난 뒤 홈스테이와 기숙사를 전전했던 나는, 성인이 되자마자 자취를 시작했다. 학교 근처의 월세 40달러 수준의 저렴한 아파트였는데, 돌이켜보면 정말 거대한 사이즈였다. 넓직한 거실과 오븐이 딸린 주방, 아늑한 안방과 옷장까지, 당시 환율을 생각하면 40만원도 안되는 수준인데 갓 성인이 된 나에겐 정말 아방궁급의 자취방이었던것 같다.
더 만족스러웠던건, 아파트 내의 수영장과 헬스장, 세탁실이 무료였다는 거였다. 미국스럽게, 종종 커뮤니티 이벤트로 피자나 핫도그를 무료로 나눠주기도했어서, 여러모로 가격대비 가장 만족도가 높았던 자취생활 스타트가 아니었을까 싶다. 물론 대학 4년간 더욱 저렴한 곳을 찾아 수없이 이사해야했지만, 그래도 항상 넓직한 환경에서 지낼 수 있었다.
2. 강서구의 자그마한 오피스텔
졸업 후, 약 8년의 시간이 지난 후 나는 직장인이 되어 다시 자취를 시작했다. 항상 효율성을 우선시 시켜온 삶의 여파였을까, 나는 다른 무엇보다 5호선 라인에 있는 회사를 고려한 교통편, 그리고 역과의 거리를 중요시하고 집을 알아봤다. 두어달을 발품을 팔다 발견한 곳은, 매우 저렴했던 강서구의 한 오피스텔. 평소 미니멀리스트를 나름 지향(?)하던 나였기에, 작은 사이즈는 크게 문제가 될게 없다고 생각했다. 외국에서도 혼자서 거의 5~6번을 이사했던 경력도 있으니, 자신감 넘쳤다.
하지만 내가 미처 고려하지못했던건, 나는 더 이상 20대 학생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30대 직장인이 된 나는 해야할 것도, 필요한 것도 훨씬 많아져있었다. 약 2년간 살았던 생활 속에서 내 짐은 처음 대비 제법 늘어났고 작은 오피스텔은 내 의도와 달리 너저분했던것 같다.
그리고 평소 산책하고 걷길 좋아하는 나에게, 이곳은 썩 좋은 여건은 아니었다. 좁은 골목이 많고 언덕길이 많다보니 차를 피하고 신호를 건너는데 제법 많은 시간을 들여야했다. 루틴을 중요시 여겨서 매일같이 걷고 뛰었지만, 이런건 나도 모르는새 은근 스트레스가 되었던것 같다.
3. 그리고 지금, 송파구
그리고 난 최근 이직과 함께 송파구로 이사왔다. 그간의 고충을 반영해 충분히 시간을 가지고 집을 알아봤고, 그 덕에 나름 만족스런 위치의 오피스텔에 들어올 수 있었다. 나중에 한번 글로 소개하겠지만, 이직을 하며 직장의 분위기도 많이 달라져 매일매일이 새로워 진듯 하다.
이사를 온 후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오전이든 오후든 마음 편히 걷고 달릴 수 있다는 점이다. 근처에 있는 올림픽공원과 석촌호수를 가볍게 뛰고 돌아오면, 환경이 왜 중요하다고 말하는지 새삼 깨닫게 된다. (내가 살았던 강서구 동네가 유독 골목길이 좁았고, 근처에 공원이 없었다)
일이 많아서 늦게 집에 오더라도, 5분거리에 있는 마음 편히 뛸 수 있는곳에서 스트레스를 풀 수 있다는 점은 나에게 매우 큰 위로이자 삶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 물론 이곳 역시 계속 살다보면 단점도 보이겠지만, 그것 역시 삶의 일부이자 내가 더 나아가야 하는 원동력이 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