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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ordsbyme Feb 24. 2022

퇴사를 결심한 당신에게

퇴사, 무언가의 끝보다는 새로운 시작

"월급쟁이"가 인생의 목표였던 시절의 글들을 요즘도 가끔씩 꺼내보곤 한다. 뭐가 그리 절박하고, 간절했던지 문장 하나하나에 정성이 가득하다. 이 회사가 아니면 당장 내일이 없는것 같은 느낌, 그리고 어떤 위기가 와도 "취업"이라는 하나의 목표만 달성하면 모두 극복할 수 있다는 뉘앙스의 각오들. 


하지만 모든 꿈이 그러하듯, 이뤄내고 나면 깊은 허무함이 찾아온다. 신입사원 연수 때 평생 함께할 것 같던 동기들이 하나 둘 새로운 곳으로 떠나고, 나 역시도 떠날 시점이 다가왔구나를 느끼게되면 회사의 모든것이 구태의연하게 느껴진다. 새로운 무언가를 찾아 떠난 동기들은 나보다 앞서나가는것 같고, 손에 익어버린 일을 기계처럼 처리하는 나는 정체된 느낌. 


퇴사를 결심하는데는 다양한 이유가 있다. 아마 가장 대중적인 이유이자, 첫번째로 떠오르는건 아마 사람문제일 것이다. 전 직장의 한 동기는 숨도 못쉬게 몰아치는 상사와 사업부 분위기에 지쳐서 완전 다른업계로 떠났다. 퇴사 후 결혼식장에서 만났을 땐, 잔뜩 찌들어있던 얼굴이 한결 나아져서 왠지 모르게 나도 마음이 놓였던 기억이 있다.


두번째는 아마 돈, 바로 연봉일 것이다. 혹자는 대기업 다니는 이들의 배부른 소리라고 할테지만, 비슷한 스펙의 다른 기업의 친구가 나보다 더 많은 연봉, 그리고 성과급을 받는다는건 제법 배 아픈 일이다. 지금 내가 받는 돈이 내 노동의 가치보다 훨씬 높을 수도 있지만, 이미 배 아픈 월급쟁이들에겐 그닥 좋은 설득의 근거는 되지 못한다.


세번째는 아마 가장 대중적이지 못한, 그리고 어찌보면 가장 이상적인 "하고싶은 일"을 찾고자하는 마음일 것이다. 쳇바퀴 도는듯한 일상에 지쳐서, 그리고 내가 고작 이런 일을 하기 위해 열심히 산게 아니라는 생각이 머리를 지배하면 그들은 회사를 떠나 새로운 삶을 생각하게 된다. 


나의 퇴사 사유는 돈과 하고싶은 일, 그 중간 어디즈음이었다. 명확하진 않지만, 입사하고 5년이 넘어가면서 "떠나야한다"라는 생각이 강하게 뇌리를 스쳤던것 같다. 누군가는 안정된 월급과 복지를 포기하고 떠나는건 미친짓이라고 했지만, 글쎄, 나는 내 자신에 대한 확신이 컸던것 같다. 실제로 여러 회사에서 러브콜을 받으며 콧대가 하늘 높은줄 모르고 올라갔던 시기도 있었다.


여러 회사를 두고 저울질 하던 나는 그렇게 나는 더 높은 연봉, 그리고 스스로의 성장을 위한 새로운 직장을 찾아 왔다. 5년 후, 아니 어쩌면 그보다 더 짧은 시간안에 전 직장에서 느꼈던 "퇴사 욕구"를 느끼게 될 수 있지만, 현재로선 제법 만족스럽다. 무언가 비교할 수 있는 새로운 것이 생기면, 모든 평가의 기준은 상대적으로 변한다. 장고 끝에 선택한 직장인만큼, 아무래도 대부분의 측면에서 전 직장보다 괜찮은듯 하다.


감히 한번의 퇴사 결심을 먼저 했다는 이유로, 앞으로 퇴사할 누군가에게 조언을 하고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족한 N회차 퇴사자이지만, 여기까지 글을 읽었다면 한번즘 같이 고민해보면 좋을 것 같다는, 그런 이기적인 나의 마음이다.


퇴사는 무언가의 끝이 아니다. 그렇기에 갖다 붙이기 좋은 그럴듯한 이유보다는, 나의 미래와 연결된 생각을 해보는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일례로 나의 전 직장은 성장 속도가 더딘, 어느정도 완성된 산업군에 속해 있었다. 새로움을 통해 매출을 만들어야하는 나에겐, 어느정도 시장의 흐름이 보이자 더 이상 재미와 흥미가 사라졌다. 연봉에 대한 욕심도 분명 존재했지만, 내 스스로의 커리어 욕심이 컸던 나에겐 새로운 도전이 매우 절실했다. 그리고 나는 이걸 이직 면접을 보며 뼈저리게 느꼈던 것 같다.


앞서 슬쩍 자랑했듯, 나는 나름 여러군데의 회사에서 최종 오퍼를 받았다. 그만큼 면접 숫자도 몇십번이 될 정도로 많았는데, 그 과정 속에서 나는 "진짜 원하는것이 어떤것인지"를 생각해 볼 수 있었던것 같다. 처음에는 형식적으로 잘 만들어진, 예쁜 대답들로 내 경력을 포장하는데 급급했다면, 어느순간부터는 "왜 이직을 원하는지", 그리고 "이직을 통해 무엇을 얻고 싶은지"라는 본질적인 질문에 좀 더 포커스를 맞춘 대답을 하기 시작했던것 같다.


전 직장이 이러이러해서 싫어서, 이 회사로 왔다라는 생각의 플로우는, 결국 이직을 해도 또 다른 퇴직의 사유를 만들 수 밖에 없는것 같다. 세상에 완벽한 회사는 없기에, 내 커리어가 무기가 되어야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진짜 무엇을 얻고싶은지에 대한 명확한 생각과 의견이 필요하다.


나는 언제가 될 지 모르지만, 또 새로운 도전을 할 것이다. 그리고 그때의 내 발걸음은, 첫 이직때보다 한결 가볍지 않을까 감히 추측해본다. "좋은 회사"를 찾기위한 여정이 아닌, "나를 위한" 새로운 출발이 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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