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급은 회사의 선물이 아닌, 노력의 대가이다
난 작년에 잘 다니던 대기업을 그만두고, 새로운 기회를 찾아 떠났다. 퇴사의 이유야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주된 이유 중 하나는 바로 보상에 대한 고민이었다. 대기업 다니는 사람의 배부른 고민이라고 여겨질 수 있어 조심스러운 주제이나, 최근 "공저한 보상"이라는 주제에 대한 의견들을 보면 한번쯤 이야기 해볼만한 주제가 아닌가 싶다.
연말이 되면 블라인드의 대기업 그룹 계열사 게시판은 매우 핫해진다. 그룹 내 계열사 성과급이 어떻게 나눠지는지부터, 다른 대기업은 어떻다더라하는 소식까지 폭넓은 대화가 오고간다. 나같은 경우는 예상보다 낮은 성과급 퍼센티지에 항상 실망하는 케이스였지만, 그래도 혹시 모른다는 기대감에 가장 기분이 오르락 내리락하는 기간이기도 하다.
최근 SK하이닉스의 한 사원이 경영진을 포함한 전체메일로 "회사의 성과급 체계의 기준"에 대한 토로글을 써서 보냈다. 작년보다 회사의 성과가 좋아졌음에도 줄어든 성과급에 대한 당찬 불만제기였다. 기성세대 뿐만 아니라 동년배들까지 화들짝 놀라게 만든 이 패기는 경영진을 제법 당황스럽게 만들었다. 그리고 이 작은 메일이 틔워낸 불씨는, "MZ세대가 바라는 보상"이라는 주제를 향한 불꽃을 피워냈다.
1. 끊임없이 평가받는 경쟁의 시대
90년대와 달리, 나를 포함한 2030에겐 평생 직장이라는 개념이 많이 희석되었다. 힘들게 입사한 대기업이라도, 내 가치를 더 평가받을 수 있다면 당차게 사표를 내고 이직을 한다. 실제로 나와 함께 입사했던 동기들의 60%정도는 이미 퇴사해서 다른 회사를 다니고 있다.
이런 과감한 결정이 가능한 이유는, 이미 지금의 2030은 인생의 절반을 경쟁하며 보내온 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고등학교, 대학교 입시를 넘어 중학교 입시까지 경험한 세대이고, 학교에서도 사교육과 내신, 수행평가 등으로 끊임없이 평가를 받는데 익숙한 이들이다. 대학에 들어가서도, 어학연수, 교환학생, 인턴, 공모전 등 수많은 추가 평가를 받아야만 대기업 허들을 넘을 수 있다.
보통 인생의 큰 시험을 잘 넘기면, 어느정도 순항했던 기성세대들과는 확연히 다른 흐름이다. 예전에는 몇번의 큰 시험을 통과하면, 그걸 기반으로 다음 스텝이 수월해지는 경향이 있었다. 좋은 대학을 졸업하면, 좋은 기업에 입사할 수 있는 큰 자산이 된다. 요즘도 대학 타이틀은 좋은 무기가 되지만, 당락을 결정지을 요소는 아니다. 시험보다 더 꾸준한 활동과 경험치를 어필해야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2. 2030이 바라는 성과에 대한 보상
끊임없이 평가를 받으며 성장해와서인지, 나를 비롯한 2030은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이 넘친다. 어차피 평생 다닐 직장이 아니라는 생각 때문인지, 당당하게 스스로 이뤄낸 성과에 대한 보상을 바란다. 그리고 그 보상이 마땅찮으면, 새로운 기회를 찾아 떠난다.
전에 다니던 기업에서 퇴직한 임원이 "멘토링"을 한다는 명분으로, 과장 이하급에게 전화를 걸어 상담을 한적이 있다. 고민 상담을 편히 하란 말에 나는 당연스럽게 낮은 성과급으로 인한 동기부여 결여를 언급했다. 그리고 퇴직임원은 "성과급은 당연하게 아니고, 회사가 판단하고 결정하는 것"이라는 코멘트를 했다.
하이닉스의 사례는 세대의 모습을 정확히 보여준 사례라고 생각한다. 이전 세대들은성과급을 회사가 주는 선물정도로 생각했다. 선물이기에, 별다른 토를 달지않고 받았다. 하지만 지금은 회사의 성장과 비례해 내가 누려야하는 "권리"로 받아들인다. 그리고 이러한 인식의 차이는 세대간의 격차를 더욱 벌리곤 한다.
3. 보상, 그 달콤한 유혹
이런 인식의 차이는 많은 젊은 대기업 직원들을 스타트업이나 외국계 기업으로 이동하게 만들었다. 나 역시도 비슷한 분야로 이동을 했는데, 투명한 보상체계와 지원은 일에 대한 동기부여를 확실히 높혀준다.
물론 후유증도 있을 수 있다. 스스로 성과를 내지 못할 것이라고 판단하면, 보상이 없기에 빠르게 포기할 가능성도 생긴다. 말 그대로 "보상"을 위해서만 달리기 때문에, 빠른 포기와 번아웃 증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그렇기에 보통 "선망의 직장"으로 불리는 회사들은 당근과 채찍을 적당히 활용하곤 한다.
MZ라 불리는 세대의 등장은, 우리사회에 세대간의 융합의 과제를 던져줬다. 다소 저돌적으로 경쟁하고 보상을 요구하는 그들을, 마냥 철없게 보지만은 말고 서서히 바꿔나가는 작업이 필요하다. 스타트업의 성지처럼 여겨지는 미국은, 과하다 싶을정도로 철저한 성과에 따른 보상주의를 따르고 있다. 미국이 무조건 옳은건 아니지만, 시대가 변하는 만큼 "한국식 보상체계"에 대한 깊은 생각과 논의가 필요할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