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월 18일
"네? 정말요?"
자전거여행을 마치고 3개월이 지난 때. 나는 운전 중이었다. 행정 선생님과 통화를 하다가 다소 충격적인 소식을 들었다. 학교 운영비용 카드가 해킹을 당한 것 같다는. 에어*앤비에서 돈이 빠져나갔다고 한다. 우리 중에 누가 실수를 한 건 아닐까? 어떻게 그게 해킹이 가능하지? 누구도 결제한 적이 없는 돈이 빠져나간 것이다.
"제가 이 건 때문에 10일째 고생하고 있어요. 일단 이사장님과도 말씀을 드렸고 내일 경찰에 신고할 거예요."
보통 심각한 일이 아니었다. 학교살림도 빠듯한데 이렇게 털리다니.
"얼마나요?"
"50만 원 정도 돼요."
세상에. 50만 원이나. 잠깐. 이 금액 왜 낯설지가 않지.
"저, 그 돈이 나간 게 혹시 언제쯤이에요?"
"1월 초였어요. 10일 정도 됐으니까."
몸의 반응은 머리보다 빨랐다. 등줄기를 타고 서늘한 무언가가 올라왔다.
"저... 그거 어쩌면 저일 것 같아요."
예상 밖의 답변. 예상 밖의 전개. 나도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2024년 1월 6일
2024년 설 연휴 기간 동안 우리 가족은 장인장모님을 모시고 부산여행을 갈 예정이었다. 연휴다 보니 숙소가 많지 않을 터라 1월 초부터 여기저기 알아보기 시작했다. 해운대에서 가깝고 위치도 적당한 곳이 있을까. 역시나 가까우면 비쌌고 적당한 가격이면 예약이 차 있었다. 너무 늦었나. 그때 갑자기 떠오른 하나. 그래, 맞아. 에어*앤비. 자전거 국토종주할 때 활용하려다가 안 됐었지. 그걸로 한 번 찾아보자. 앱을 열고 검색을 했다. 그리고 찾았다. 아주 적당한 곳을. 가격도 괜찮았고 위치도 해운대 바로 뒤였다. 마음이 급했다.
예약은 생각보다 쉬웠다. 날짜를 선택하고 예약 버튼을 눌렀던가. 이메일이 왔다. 예약 완료라고. 오, 이게 이렇게 쉬운 거였구나.
다시 2024년 1월 18일
나는 퍼즐을 맞추기 시작했다. 작년 자전거 국토종주 중이었던 10월 8일. 대구로 들어가면서 숙소를 잡으려고 사용했던 에어*앤비. 당시 예약하는 과정 중에 신용카드 등록이 있었다. 나는 학교 운영비 카드 번호를 입력하고 신분증을 등록했다. 그런데 뭐가 문제였는지 예약은 실패로 끝나고 결국 행정 선생님께 전화를 드려서 계좌이체를 부탁드릴 수밖에 없었던 그날. 예약을 무사히 마치고는 안도했다. 하지만 학교 운영비 카드가 내 계정에 그대로 등록되어 있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고 있었다.
나는 보이지 않는 땀을 뻘뻘 흘리면서 핸드폰을 붙들고 있었다. 차는 집에 도착했지만 내리지는 못한 상태. 행정 선생님과 이렇게 맞춰보고 저렇게 맞춰봐도 분명히 내가 '범인'이었다. 하루만 늦었더라면... 행정 선생님과 통화를 안 했더라면... 우리는 경찰서에서 만날 뻔했다. 나는 분명 뭘 잘못해서 온 건지 모르는 어벙벙한 표정이었을 거다. 그리고 행정 선생님은 경찰서에 있는 나를 보고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셨을 테고. 지금 생각해도 등줄기가 오소소해진다.
덧붙이기. 내가 예약 완료 메일을 받았음에도 결제에 대해서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던 이유. 에어*앤비를 처음 사용해 보는 나로서는 예약 완료 후 결제에 대한 연락이 따로 오는 줄로만 알았다. (결제 완료라는 문구가 있었다면 돈이 어디서 나갔는지 눈치를 챘을 텐데) 그리고 예약을 해냈다는 안도감에 취해서 더 깊이 생각을 하지 않았던 게 문제라면 문제.
나는 무엇보다 10일 동안 마음고생을 하셨던 행정 선생님께 죄송한 마음에 몸 둘 바를 몰랐다. 며칠 후 커피를 대접해 드리기는 했지만 그게 어디 그렇게 간단한 일이던가. 선생님, 저는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죄송하답니다. 그리고 정말 다행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경찰하고 통화하기 전에 선생님과 통화를 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