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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쥐방울 Nov 26. 2022

세 아이 가정보육, 주민센터 가정방문도 3년 차

진짜 복지는 양육의 환경이 편안하게끔

주민센터 가정방문의 첫 경험은 첫째 아이가 한국 나이 5세 되었을 해였다.

어느 날 모르는 전화로부터 갑작스럽게 전화를 받고 나서 자녀의 이름을 묻고, 가정 방문의 약속이 정해졌다.

별안간 아이의 안위를 확인하러 온다는 취지의 연락을 받고서는 가정에서 양육하는 현실에는 나라에서 공식적으로 학대를 조기 발견하기 위한 취지에도 동참해야 한다는 현실을 체감했다.

그리고 이러한 방문조사가 나만 겪는 현실인지 오프라인에서는 어느 누구에게도 물을 사람이 없었기에 온라인에 검색을 하기 시작했다.


검색을 통해서 알아낸 e아동행복지원사업은 매분기 단위로 시행되었다.

그중에 4분기 10월에는 만 3세 아동에 대한 전수조사가 시행되는데 여기에 해당되는 것이었다.


만 3세 아동 소재/안전 전수조사

만 3세는 영아에서 유아로 전환되는 시기로 근육이 발달하고 언어 구사능력이 향상되는 시기이다.

만 3세 아동 소재/안전 전수조사는 아동의 소재와 안전을 확인하고 양육환경 개선에 필요한 서비스를 지원하는 정책이다.




자녀가 기관(어린이집, 유치원)에 다니지 않아 양육수당을 받지만 학원업종으로 속해있는 영어유치원이나 놀이학교도 다니지 않아 직접 방문하시기로 했다.

영유나 다른 센터에 다니는 어린이는 재원 중이라는 서류를 제출하거나, 코로나 시국이라 외부인과의 만남이 염려되는 가정에서는 영상통화 등으로 대체된다고 말씀해주셨다.


아이들에게는 당일 아침에 나라에서 집집마다 어린이가 건강하게 잘 생활하고 있는지 확인할 겸 얼굴을 보러 잠시 오시는 것이라고 알려주었다. 

약속된 날짜에 시간 맞춰 주민센터에서 오신 여자 두 분은 공무원증을 목에 걸고 조심스럽게 방문해주셨다.

자세한 내막은 모르지만 우리 집에 손님이 방문했다는 사실에 아이들은 인사를 드리고 마냥 기분이 좋았다.


마스크, 물티슈 등 생활용품 몇 가지를 선물로 건네주시면서 거실에 앉아 이야기를 짧게 나누었다.

아이가 기관에 다니지 않는 이유가 무엇인지?

혹시 다니게 된다면 언제쯤 계획하고 있는지?

양육하시는데 어려움은 없으신지?

이렇게 10~15분가량의 대화를 나누었다.

무언가 특별히 준비할 것은 없었지만 하나의 숙제를 해결한 기분이었기에 세로토닌 활성화를 위해 아이들과 바로 환복 후 놀이터로 나가 일상으로 돌아왔다.




어느새 처음 가정방문을 경험하게 해 준 첫째 아이는 초등학교에 입학했고, 막내가 5살이 되었다.

찬바람이 부는 늦가을에 올해도 어김없이 휴대폰이 울렸다.

당연히 잊고 살았다.

아이의 음악학원에 데려다주고 승강기 앞에서 대기하던 중 거주지 행정복지센터의 연락을 받았다.

만 3세(한국 나이 5세) 자녀의 이름과 보호자 여부를 확인한 후, 익숙하게 방문 예정 일자와 대략적인 시간을 묻고 약속을 잡았다.


며칠 후 첫째는 아침 일찍 학교에 등교했고, 늦잠 자는 둘째와 셋째의 기상을 기다리며 집안을 정리해두었다.

다행히도 방문 전에 기상해준 어린이들에게 역시나 잠시 후 손님이 오시는 목적에 대해 간략히 말해주었다.


방문 30분 전 한 번 더 혹시나 갑작스러운 외출 여부는 없는지 전화를 해주시고 방문해주셨다.

젊은 남자분과 중년의 여자분이 함께 두 분이서 방문해주셨고, 아이들의 마스크 착용을 요청해주셨다.

인사를 드리고 선물로 건네받은 작은 종이가방에는 친환경 장바구니와 치약 두 개, 비누 두 개가 들어있었다.


잠시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어도 되는지 여쭤보시며 앉아서 방문하시게 된 경위를 빠르게 설명해주셨다.

"이번 조사는 복지부에서 주관하여 주민센터 담당 공무원이 만 3세 대상 아동 가정으로 직접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소재와 안전을 직접 확인하여 방문 후 양육환경 개선이 필요한 곳에는 복지 서비스를 안내해드립니다."라는 말씀을 함과 동시에 두 명의 아이들이 안방 침대로 들어가서 신나게 트램펄린에 있는 것처럼 뛰고 있었다.


공식적인 방문 목적을 말씀해주시고, 아이들이 뜀과 동시에 마지막 말씀을 끝으로 일어나셨다.

"아이들이 잘 있는 것 같네요. 어머님이 건강 잘 챙기세요."

그렇게 의자에 앉으셔서 말씀 후 다시 일어나시는데 10초 정도 걸린듯하다.

나의 마지막이 될 가정방문이 순식간에 끝나 싱거웠다.




당혹스러웠던 그 처음 감정이 고스란히 기억난다.

'아이를 엄마가 키우는 게 조사받을 일인가?'

'기관에 보낸다고 모든 아이가 다 안전하다고 확신할 수 있는 건가?'

'서류상, 통화로 충분히 대체되는 이러한 조사는 아동학대 예방 및 조기발견에 도움이 되는 것일까?'


여전히 이런 모든 의구심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그러나 매년 지속적으로 포털과 뉴스를 뜨겁게 달구는 아동학대 사건과 복지의 사각지대로 뒤늦게 발견되는 이들의 참담한 결과를 볼 때면 이내 이런 조사라도 이루어지고 있어서 다행인 듯싶다.


이러한 가정방문으로 아동의 소재나 안전이 확인되지 않은 경우 혹은 아동학대의 징후가 육안으로 보이는 경우 수사기관으로 의뢰를 하여 다음 단계를 진행할 것이다.

그러한 경우는 정말 흔치 않을 것이고, 없어야 하지만 본질은 가정 양육의 여부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어린이가 가정에서 양육되어도, 기관에서 생활하여도 학대는 부모나 교사 등 어디에서 생길지 알 수 없는 부분이다.

중요한 것은 어린이의 행복과 안전을 위해서 주양육자와 보육시설의 교사에게 편안한 양육을 할 수 있는 환경과 복지가 우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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