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타인의 거울 속에서 발견하는 진짜 나

'러빙 크리틱'을 통해 확장되는 나의 아이덴티티

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서~


로 시작하는 가사를 기억하실 겁니다. 이건 연인 사이에만 통용되는 이야기는 아니지요. 우리 안에도 매우 다양한 자아의 모습이 있습니다.


회의실에서는 냉정하고 전략적인 이미지였는데, 구성원과 1:1 미팅을 할 때는 아재개그로 허당의 모습을 보입니다. 또 회사 밖 취미 모임에서는 열정적인 총무 역할을 하고, 집에서는 츤데레 아빠가 됩니다.


앞의 글에서 '나의 정체성'을 인지하고 일관된 모습을 보일 때 신뢰가 만들어진다고 강조했는데(#3. 나는 어떤 리더가 되고 싶은가?), 그렇다면 이런 상반된 모습을 보이는 리더는 신뢰를 주기 어려운 걸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현실에서 우리가 마주하는 리더의 스타일은 하나의 고정된 모습으로만 정의될 수 없습니다. 리더가 추구하는 방향성은 일관되지만, 상황과 사람에 따른 스타일은 달라져야 하지요. 3040 직장인들이 경험하는 오늘날의 조직 환경은 그 어느 때보다 다양하고 역동적이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일관된 원칙을 지키되 상황에 따라 다양한 정체성을 꺼낼 수 있는 리더의 유연성은 중요한 역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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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내가 보는 나, 남이 보는 나의 차이

조직심리학자 타샤 유리크(Tasha Eurich)는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사람들의 95%가 자신을 잘 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10-15%만이 진정한 자기인식을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녀에 따르면 자기 인식에는 두 가지 축이 있습니다:

내적 자기인식: 자신의 가치관, 강점, 약점, 열정을 스스로 아는 것

외적 자기인식: 다른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보는지 아는 것


그리고 놀랍게도 이 둘 사이에는 상관관계가 매우 낮다고 하네요. 다시 말해, 명상을 즐기고 일기를 꾸준히 쓰며 자기 성찰을 하지만 동료들이 자신을 어떻게 평가하는지는 전혀 모르는 사람들은 자신에 대해 잘못된 자아상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이죠.

타인에게 '경청을 강조'하는 분들 중 '경청'이 정말 안되는 누군가가 떠오르지 않으시나요?


2. 거울자아: 타인을 통해 발견하는 나

우리의 정체성은 관계 속에 만들어집니다. 사회학자 찰스 쿨리(Charles Cooley)는 '인간은 다른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보는지에 따라 나 자신을 인식한다'는 의미로 '거울자아(Looking Glass Self)' 개념을 제시합니다. 마치 거울을 보고 나의 모습을 확인하듯이 다른 사람들의 반응을 통해 나 자신을 발견한다는 것이죠.


looking-glass-self-theory.webp 사회학자 찰스 쿨리에 따르면, 우리는 타인의 시선에 비친 모습으로 우리 자신의 개념을 재구성합니다. 타인의 긍정적 반응이 얼마나 중요한 지 새삼 느끼게 됩니다.


예를 들어, 제가 회의에서 발표를 했는데, 동료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집중해서 들었다면 "나는 설득력 있는 발표자구나"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반대로 사람들이 딴짓을 하거나 무표정했다면 "내 발표가 재미없었나?"라고 자신을 평가하게 되죠.


거울자아는 세 단계로 작동합니다:

상상하기: '저 사람이 나를 어떻게 볼까?'

해석하기: '내 행동을 어떻게 평가할까?'

반응하기: 그 평가에 따라 자신감을 느끼거나 위축되는 것


이는 인간이 본질적으로 타인의 반응에 의존적이라는 사실을 시사해줍니다. 하지만 우리는 다양한 관계에서 얻는 피드백을 의식적으로 분석하면서 나의 정체성을 객관적으로 인식하고 확장하는 도구로 접근할 수 있습니다.


회의실에서의 전략적 모습, 1:1에서의 유머러스한 면, 취미 모임에서의 추진력 - 이런 다양한 모습들이 각각 다른 사람들에게 어떻게 인식되는지를 파악함으로써, 우리만의 독특한 패턴을 만들어 나갈 수 있습니다.


3. 나를 구성하는 요소들 파악하기

나의 정체성을 탐색하고 풍부하게 하는 방법 중 하나는 내 안의 다양한 요소들을 작은 것부터 큰 것까지 적어보는 것입니다.

컬럼비아 경영대학원의 폴 잉그램 교수(Paul Ingram)의 직업적 역할, 가족 역할, 개인적 특성, 핵심 가치관, 관심사와 취미, 사회적 관계, 꿈과 비전의 7개이 요소를 정체성의 핵심으로 제시하며, 각 영역에 해당하는 자신의 정체성 요소를 구체화 하라고 제안합니다. 7개의 각 영역은 독립적이면서도 상호 연결되어 있어, 리더의 다면적 정체성을 통합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도와줍니다.


R2502G_INGRAM_IDENTITYMAP_360.png 나를 중앙에 놓고, 7개 주요 요소에 들어가는 요소를 적습니다. 이 요소들이 구체적이고 풍부할 수록 다양한 사람들과 연결될 수 있다고 폴 인그램은 말합니다. @HBR 이미지


이를 통해 우리는 아래 정체성들을 폭넓게 이해할 수 있어요:

역할별 정체성: 리더, 동료, 부모, 친구 등 각각의 역할에서 나타나는 모습

상황별 정체성: 공식적 미팅, 비공식적 만남, 위기 상황 등에서의 반응 패턴

가치 기반 정체성: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들이 행동으로 나타나는 방식

강점 기반 정체성: 나의 핵심 역량들이 발휘되는 영역과 방식


이 모든 요소들을 종합해서 보면, 어떤 부분은 서로 상충하고, 또 어떤 부분에서는 보완되는 요소가 있다는 걸 이해하게 됩니다.


회의실에서의 전략적 리더, 1:1에서의 유머러스한 멘토, 취미 모임의 열정적 총무, 가정에서의 따뜻한 아빠 - 이 모든 모습이 바로 당신입니다. 그리고 이 다양한 면들은 각각이 고유한 자원이 됩니다. 전략적 사고력, 유머 감각, 추진력, 따뜻함 등은 모두 리더로서 활용할 수 있는 훌륭한 자산들이며, 이는 이후 다양한 사람들과의 연결과 새로운 기회로 확장되는 발판이 됩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앞서 '일관된 정체성'이 신뢰를 만든다고 했지만, 이것이 획일적인 모습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리더십의 일관성은 방향성에 있지, 스타일에 있지 않습니다. 나의 자아상은 단일한 모습이 아니라 상황과 관계에 따라 다양하게 발현되고 때로는 모순되기도 하는 복합적 존재라는 걸 수용하고 인지할 때, 우리는 내 안의 다양성을 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동시에, 이 모든 다양한 모습들을 연결하는 일관된 방향성을 찾아 그 방향성 안에서 상황에 맞는 리더십 스타일을 의식적으로 선택해 나가게 되겠죠.


4. 원하는 리더의 모습으로 성장하기 위한 'Loving Critics'의 중요성


타샤 유리크 박사는 진정한 자기인식을 가진 사람들의 공통점을 발견했습니다. 그들은 모두 '러빙 크리틱스(Loving Critics)'라고 부를 수 있는 '피드백 지원군'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들은 두 가지 조건을 만족하는 사람들입니다:

내 편이라는 것을 확신할 수 있는 사람: 나의 성장을 진심으로 바라는 마음

듣기 어려운 진실도 말해주는 사람: 불편하더라도 필요한 피드백을 주는 용기

아무에게나 받는 성의 없는 피드백이 아닙니다. 나를 신뢰하고 지지하는 사람들의 솔직하고 성의 있는 피드백. 러빙 크리틱스는 우리의 거울자아 형성에 결정적 역할을 합니다. 이를 통해 우리는 자신이 인식하지 못했던 리더로서의 장점 뿐 아니라 보완점을 발견하고, 의식적 노력을 통해 내가 원하는 나로 나아가려는 노력을 하게 됩니다.


5. 실천을 위한 4단계 접근법

1) 1단계: 나의 정체성 맵 그려보기

나를 가운데 놓고, 7개 영역에 맞춰 내가 가진 다양한 역할들을 나열해 보세요.

상황별로 다르게 나타나는 나의 스타일 파악

내가 원하는 정체성 키워드를 선별하고 우선순위 정해서 내가 추구하는 리더상을 정리하기


2) 2단계: 다양한 관계 속에서 나 관찰하기

서로 다른 상황과 사람들과의 만남에서 자신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관찰하기

상사와의 미팅, 동료와의 협업, 후배와의 대화, 가족과의 휴식 등 관찰한 사항 기록하기


3) 3단계: 러빙 크리틱스로부터 피드백 요청하기

신뢰할 수 있는 몇 명의 사람들에게 구체적인 피드백 요청하기

"내가 어떤 상황에서 가장 리더다운 모습을 보이는지"

"내 리더십에서 개선이 필요한 부분은 무엇인지"

"나의 어떤 행동이 예상과 다르게 받아들여지는지"


4) 4단계: 리더십 실험하기

다양한 상황에서 의식적으로 다른 리더십 스타일을 실험하기

때로는 더 경청하는 스타일로, 어떤 때는 더 결단력 있는 스타일로,

어떤 모습이 가장 효과적었는지, 성찰하고, 피드백 추가 받기




관계가 만드는 리더십의 힘: 다양성 속에서 찾는 일관성

쿨리의 거울자아 이론과 잉그램 교수의 정체성 맵, 그리고 유리크 박사의 러빙 크리틱스 개념을 종합하면, 리더십 개발의 핵심은 '관계를 통한 자기 발견'임을 알 수 있습니다. 우리의 정체성과 리더십은 혼자만의 성찰이 아니라 타인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끊임없이 형성되고 발전합니다.


95%의 사람들이 착각하고 있는 자기인식의 함정에서 벗어나려면, 용기를 내어 피드백을 구하고, 다양한 관계 속에서 자신을 발견하며, 의식적으로 원하는 리더의 모습을 선택해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연결의 리더십이 시작되는 지점입니다.


다음 편에서는 이렇게 발견한 다면적 정체성을 바탕으로 어떻게 전략적으로 네트워크를 확장하고, 더 깊이 있는 관계를 구축해나갈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다뤄보겠습니다.


당신의 러빙 크리틱스는 누구인가요? 그들로부터 어떤 피드백을 받고 싶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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