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아웃을 넘어, '이상적 자아'와 '현재의 나' 사이의 간극 다루기
굳이 '리더상' 같은 게 필요한가요?
리더십 코칭 첫 번째 세션, 주제 '리더상' 찾기 주제를 시작하려는 데 참가한 팀장님이 던진 질문입니다. VUCA로 대변되는 불확실성의 시대, 한낱 중간관리자인 내 신념이 무슨 의미가 있겠냐는 푸념이지요.
무척 공감됩니다. 사실 미래의 리더상이 없다 해도, 회사 다니는 데 큰 문제가 되지 않거든요. 그 시간에 밀린 보고서 준비를 하는 게 나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당장 시급한 문제들에 끌려 하루하루를 마감하는 것, 그것이 우리 일상이지요.
하지만 그 일상이 우리가 종종 겪는 정서적 소진, '번아웃'의 원인이지 않나요? '해야 할 일' 속에 파묻혀 '하고 싶은 일'을 잊고 사는 삶. 내가 선택하기 보다 선택당한 것들에 의해 이끌려 가는 삶 속에서 시들시들해지지 않으셨나요?
그렇다면 또 다른 질문이 찾아옵니다. '내가 되고 싶은 리더의 상을 만든다고 리더로서의 삶이 달라질까?' 저의 대답은 'Yes'. 굳이 생떽쥐베리의 <어린왕자>에서 언급된 '진짜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아'라는 말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우리를 활력있게 만드는 것은 '내가 선택했다'는 주도성에서 시작됩니다. 상황에 단순히 반응(React)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주도적으로 대응(Response)할 때 심리적 웰빙과 활력이 생겨나고, 이에 따라 우리의 감정도 긍정적인 방식으로 바뀝니다. 우리는 실질적인 가치 뿐 아니라 정신적 가치를 추구하는 전인적인 존재니까요.
#1 글에서, 리더에게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씀드렸습니다. 나의 삶의 스토리를 탐색해 건져 올린 자기인식과 자아 개념은 내 행동 패턴을 이해하고, 타인의 비판에도 열린 마음을 가질 수 있는 토양이 됩니다.
'정체성'이 현재의 나라면, '리더상'은 미래에 도달하고 싶은 리더로서의 나 입니다. 현재의 나와 동떨어진 모습일 수 없겠죠. 현재의 내가 지향하는 나(Becoming-self)를 하나의 문장으로 표현하면 일상에서 더 명확한 기준이 되고, 행동에 일관성과 주도성이 생깁니다. 그 결과 구성원의 신뢰도 높아지고, 나의 활력으로 이어집니다. 리더상을 '북극성'이라 부르는 이유입니다.
문장력에 대해 너무 걱정마세요. 워크숍이나 코칭에서 '리더상'을 탐색할 때, 리더분들이 직접 적는 키워드 중 기발한 것은 별로 없으니까요. 문장의 수려함은 절대 중요하지 않아요. 내가 중시하는 가치를 담고 있고, 현재의 나에게 설렘을 준다면,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Grounding & Connecting' - 저의 리더상 문구입니다. 자기 이해를 기반으로 사람과 사람, 일과 의미를 연결해 변화를 돕는 사람이 되겠다,는 저의 방향성은 제가 길을 잃었다고 느낄 때 마다 묵직한 앵커(Anchor)가 되어 줍니다. 힘이 빠졌다가도 바닥을 짚고 일어나 다시 가던 길을 찾아갈 수 있는 나침반이 되어줍니다.
나의 리더상이 회사가 추구하는 방향과 충돌하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가장 어려운 질문입니다. 변화는 예고 없이 찾아오죠. 회사의 방향이 항상 내가 예상한 대로 흘러가지 않습니다.
내가 '신뢰'와 '투명성'을 중시하는 데 회사가 정보 공유에 소극적이다. 이럴 때 리더로서 무기력감, 번아웃, 냉소주의에 빠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 변화와 성장은 '내가 바뀌거나 회사를 바꾸거나'와 같은 양자택일의 상황이 아닙니다. 하버드비즈니스리뷰에서 말하는 ‘양자택이’(두 마리 토끼를 잡는 리더십)처럼, 리더는 가치와 유연성이라는 두 축을 동시에 잡아야 합니다.
이화여자대학교 윤정구 교수는 자신의 책 <급진거북이>에서 “목적과 신념에 대해서는 급진적으로, 실천 방법에서는 거북이처럼 점진적으로”를 말합니다. 이렇듯, 나의 리더상 덕분에, 현재 주어진 상황에서 나의 리더상을 실현하기 위해 내가 미칠 수 있는 영향력을 활용하는 전략을 짜는 것을 고민해볼 수 있습니다. 나의 상사와 소통을 통해 필요한 정보를 얻는다던가, 나의 핵심가치를 지키기 위해 최소한의 마지노선을 고려한다든가, 아니면 멘토와 상의해 조직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얻는다든가 하는 것이죠. 필요한 경우 이직 등 결단을 할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그 선택의 중심을 내가 가져갈 수 있다는 것, 이를 통해 나의 활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얼핏 두 가지가 상반되는 내용처럼 들릴 수 있지만, 변화가 많은 시대에는 ‘방향성은 명확하게, 방법은 유연하게’라는 두 가지가 모두 필요합니다. 실제로 다양한 시도를 하면서도 흔들리지 않는 중심이 있다면, 실패도 소중한 학습이 되고, 또 다른 도전의 밑거름이 됩니다.
최근 리더십을 발휘했던 구체적인 상황과 행동, 느낀 점을 간단히 기록해보세요.
(예: 팀 갈등 중재, 동기부여 시도 등)
이 과정에서 중요하게 여긴 가치와 반복적으로 나타난 행동 패턴은 무엇이었나요?
동료나 팀원, 상사에게 내가 리더로서 잘한 점과 개선할 점을 솔직하게 물어보세요.
나의 의도와 실제로 비춰지는 리더십에는 어떤 차이가 있나요?
여러 피드백을 모으면 내 리더십의 강점과 특징이 더 명확해집니다.
경험과 피드백을 바탕으로 ‘나는 ~한 리더다’처럼 내 리더상을 한 문장으로 써보세요.
이 문장을 책상, 다이어리, 휴대폰 등 잘 보이는 곳에 적어두고 리마인드하세요.
예시:
“나는 팀원 한 명 한 명의 성장을 돕는 리더다.”
“나는 소통과 신뢰를 중시하는 리더다.”
이렇게 하면 리더상이 단순한 이상이 아니라, 나만의 경험과 행동, 그리고 일상 속 실천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 있습니다.
리더십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내가 되고 싶은 나를 향해 살아가는 '연결의 여정'입니다.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쓰는 나의 일에서 의미와 방향성을 제시해주는 나침반을 발견할 때, 좌절과 불안이 찾아와도 나의 중심을 갖고, '내가 중요한 사람'이라는 자존감과 자신감을 가지고 나의 길을 활력있게 갈 수 있습니다.
당신은 어떤 리더가 되고 싶으신가요?
연결을 통해 만들어가는 <커넥트 리더십> 나와의 연결을 위한 '리더상'이었습니다.
다음 편에도 나 자신과 타인과의 연결을 위한 글을 이어가겠습니다.
<참고도서> <Languishing - 무엇이 나를 살아있게 만드는가>, 2024, 코리키스, 더 퀘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