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 매니징' 뒤에 숨은 리더의 인정 욕구
마이크로 매니징
제가 회사에서 팀장으로 일할 때, 상사에게 가장 많이 들었던 지적이었습니다.
당시 저는 상사의 지적에 할 말이 많았습니다.
팀원들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다.
내가 지시하지 않으면 업무 속도가 늦어진다.
책임을 분산하려 해도 결국 중요한 건 내가 다 결정해야 한다.
사람들이 여기저기서 제 이름을 부르고, 제가 미팅에 참석하지 않으면 일이 해결되지 않는다고 느낄 때,
저는 제가 일을 정말 잘하는 사람이라고 믿었습니다.
‘내가 손을 놓으면 일이 안 돌아가는데, 어떻게 자율성을 보장하라는 거지?’
마이크로 매니징(Micro-Managing)이란 팀원의 모든 일을 세세하게 통제하고 직접 관여하는 리더십 스타일을 말합니다. 하지만 당시에는 이 생각의 이면에 '내가 팀의 중심이어야 한다'는 무의식적 인정 욕구가 숨어있다는 사실을 몰랐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저의 생각 때문에, 팀원들의 자율성이 살아날 수 없었다는 사실도 말이죠.
팀장이 되기 전에는 '내가 어떻게 하냐'에 따라 성과가 나왔지만, 팀장이 되고 나서는 '남이 어떻게 하냐'가 성과를 좌우하게 됩니다. 그러다 보니, 답답함과 조율의 피로가 찾아오고, 결국 '혼자 하는 게 낫겠다'며, '마이크로 매니징을 시작하게 되지요.
생각해보세요. 모든 일에 세세히 간섭하지는 않을 거예요. 중요한 일일수록 더 관여하고 싶은 것이죠. 이는 결국 '내가 중요한 일을 해결하는 사람'이라는 인정을 받고 싶은 욕구에서 비롯됩니다.
마이크로 매니징은 결국 불안에서 비롯됩니다. '내가 관여하지 않으면 실패할 것 같다'는 불안이 팀원을 신뢰하지 못하게 만들고, 결국 모든 것을 통제하려는 욕구로 이어집니다.
리더의 인정 욕구와 마이크로 매니징
Harvard Business Review와 Forbes 등 다양한 연구에 따르면,
마이크로 매니징의 이면에는 ‘내가 팀에서 꼭 필요한 존재’임을 확인받고 싶은 인정 욕구가 자리합니다.
내가 개입할수록 일이 잘 돌아간다는 착각이 내 존재 가치를 증명해준다고 믿게 되는 것이죠.
심리학에서 말하는 자기확인 이론(Self-verification theory)도
사람이 타인에게 ‘필요한 존재’임을 확인받고 싶어하는 심리적 욕구가 있음을 설명합니다.
과거에는 '관리자가 모든 걸 챙겨야 한다'는 문화가 당연했지만, 이제 조직은 변화하고 있습니다. 더 이상 구성원들은 '통제'하려는 리더를 따르고 싶어하지 않습니다. 자신의 역량에 대해 신뢰하지 않고, 자신의 인정 욕구에 집중하는 리더 앞에서 굳이 주어진 일 이상의 열정을 보이려는 직원은 흔치 않겠지요.
심리학자 캐럴 드웩(Carol Dweck)은 『마인드셋』에서 ‘성장형 마인드셋’은 관계와 실패, 실험을 통과하며 형성된다고 말합니다. 혼자 일 잘하던 사람은 결과 중심 사고에 익숙하지만, 리더십은 과정과 관계의 리듬에 민감한 역할입니다. 여기서 '신뢰'는 관계를 다져나가는 필수적인 조미료 역할을 하지요. 나의 능력을 인정받고 싶다는 인정 욕구가 신뢰를 좀 먹고 있는 건 아닌지 점검해 봐야 하는 이유입니다.
내가 마이크로 매니징을 하려 할 때 먼저 떠올려보세요.
"이건 나의 인정을 위한 걸까, 팀원의 성장을 위한 걸까?"
어떤 리더분은 "그럼 저는 어디서 인정을 받나요?"라고 질문합니다.
리더의 진짜 인정은 일을 직접 처리하는 것이 아니라, 얼마나 구성원들이 발전해 나가는지, 자율성을 가지고 집단 지성을 발휘했는지에서 얻어야 합니다.
완벽주의 성향이 높은 리더들이 마이크로 매니징 경향성이 높습니다. 다른 사람의 장점을 잘 보지 못하거든요. 저도 남을 인정하는 건 제 부족함을 인정하는 거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지금은 부족함을 잘 인정합니다. 그래야 연결된다는 걸 알게 됐으니까요 -)
먼저 칭찬하는 것부터 시작하세요. 나의 욕구를 나의 효능감이 아니라 조직 효능감으로 전환시키세요. 신뢰를 기반으로 위임과 자율을 주는 '똑게리더(똑똑하고 게으른 리더)'가 되는 것입니다.
"혼자 했던 일 vs 팀과 했던 일" 비교 리스트를 작성해보세요. 둘의 차이점(속도/결과/감정/성장)을 적어보며, 혼자보다 연결이 낫다고 느꼈던 순간을 떠올려 보세요.
팀원의 성숙도를 고려해 위임할 것과 직접 할 일들을 정리해 보세요.
기존 방식: "이 일은 이렇게 해라."
새로운 방식: "이 일을 어떻게 하면 좋을까?"
실리콘밸리의 80% 룰 - "리더가 80% 확신이 들어도, 남은 20%를 팀원에게 맡긴다." 완벽하지 않아도, 팀원 스스로 결정하게 만들면 역량이 성장합니다.
"이번 프로젝트에서 00님에게 기대하는 건 A와 B입니다. 어떤 방식으로 진행하실 건가요?"처럼 목표는 명확히 하되 방법은 열어두는 것이죠.
"보고서 작성 방식은 00님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생각하는 방법으로 해주세요. 대신 금요일까지 초안을 보여주시면 함께 검토해보겠습니다"처럼 결과에 대한 책임은 분명히 하면서도 과정의 자율성을 보장합니다.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중간 피드백 시점을 미리 설정해보세요.
실수에 대해서도 '이 실수로 무엇을 배울 수 있었는지'를 질문하며 학습으로 연결시킨다면, 실수에 대한 두려움 보다는 도전과 성장에 대한 가치를 더 크게 여기게 될 겁니다.
마이크로 매니징은 리더인 당신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혼자 일 잘하던 사람’에서 ‘관계 안에서 일하는 리더’로 옮겨가는 과정에서 반드시 겪게 되는 ‘전환의 혼란’입니다.
하지만 마이크로 매니징이 팀 내에서 고착되면, 관계의 단절을 불러오며 팀의 성과와 팀워크가 약해집니다. 신뢰를 높이는 대화를 통해 자율과 위임의 범위를 넓혀나갈 때, 비로소 사람과 사람이 연결되고 일과 의미가 연결됩니다.
팀장의 역할은 '컨트롤러'가 아니라 일과 의미,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커넥터'라는 사실을 기억하세요.
다음 회차에도 나 자신, 팀원, 조직의 연결로 나아가는 리더십 여정에 대해 이야기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