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려 하지 말고, 배우려 할 때 '갈등'은 '연결'이 됩니다.
굳이 얘기해봤자 변하는 건 없고,
저만 나쁜 사람 될텐데요...
팀원과의 갈등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던 한 팀장님에게 팀원과의 1:1 대화를 제안드리자 돌아온 반응이었습니다. 상사와의 갈등에도 마찬가지이죠.
직장 내에서 팀원을 지적해야 할 순간, 후배의 감정이 걱정되어 조심스러워진 순간, 상사의 부당한 발언을 들었지만 그냥 넘긴 순간—
이처럼 리더는 “말해야 하는가, 말하지 말아야 하는가” 사이에서 수없이 망설입니다.
35세 전후, M세대와 X세대의 경계에서 리더 역할을 맡은 분들은 ‘아랫사람에겐 미안하고, 윗사람에겐 불편한’ 딜레마를 매일 경험합니다.
결국 우리는 불편한 대화를 피하는 게 더 나아 보인다는 결론에 이르게 되죠.
하지만 불편한 대화를 피하는 건, 문제를 피하는 게 아닙니다.
그건 신뢰의 기회를 미루는 것입니다.
여기에는 중요한 갈등의 구분이 존재합니다.
바로 관계 갈등과 업무 갈등의 차이입니다.
관계 갈등은 감정, 신뢰, 인격 등 사람 사이의 감정적 문제에서 비롯됩니다.
반면 업무 갈등은 역할, 책임, 방법, 목표와 같은 업무 그 자체에 대한 의견 차이에서 시작됩니다.
리더가 피하고 싶은 대화 대부분은 ‘관계 갈등으로 번질까 봐’ 두려워하는 업무 갈등입니다.
하지만, 업무 갈등을 내버려 둘 경우, 오히려 관계 갈등으로 번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업무갈등은 시간이 지나면서 증가했다가 다시 감소합니다. 프로젝트나 과업 초기에 아이디어와 방법에 대한 논의(건설적 논쟁)가 활발해지다가, 시간이 지나며 합의나 해결로 인해 줄어듦을 의미합니다. 다시 말해, 팀 내에서 적정 수준의 '업무갈등'은 중요하지요.
하지만, 관계갈등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오히려 감소했다가 다시 증가합니다. 초기에는 개인적 감정 충돌이 적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업무갈등이 잘 관리되지 않거나, 피로 누적으로 인해 감정적 마찰(관계갈등)이 다시 늘어날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적절한 수준의 건설적인 업무 갈등은 오히려 팀의 문제 해결 능력과 창의성, 성과를 높입니다.
반대로 이를 회피할 경우, 갈등은 쌓이고 감정의 앙금으로 남아 진짜 관계 갈등으로 악화됩니다.
이 그래프는 '성과가 낮은 팀(low performing groups)' 에서 흔히 나타나는 패턴으로, 리더가 업무 갈등에 대해 피하기 보다 이슈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것이 왜 중요한 지를 보여줍니다.
<씽크 어게인>의 작가이자 심리학자인 애덤 그랜트는 '과학자처럼 말하라'고 제안합니다. ‘틀릴 수도 있다는 열린 마음’과 ‘이기려 하기보다 배우려는 태도’, 바로 ‘생산적 불일치 (productive disagreement)’를 만드는 것이죠. 즉, 대화는 주장보다 탐구, 설득보다 호기심이 먼저여야 한다는 뜻입니다.
심리학자 에이미 에드먼슨(Amy Edmondson)도, '심리적 안전감(psychological safety)'이 높은 팀은 갈등이 더 많지만, 결과적으로 성과와 학습 수준이 더 높다고 말합니다. 갈등이 없는 게 아니라, 갈등을 대화로 처리할 수 있기 때문이죠.
Carrie의 커넥트 소통 워크숍에서는 아래와 같은 4단계 대화 습관을 연습합니다.
1) ‘나도 틀릴 수도 있다’는 마음 준비
– 내가 옳다기보단, 상대의 관점을 알고 싶다는 태도로 시작해요.
→ “내가 놓친 게 있을지도 몰라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2) 사실과 감정을 분리해 말하기
– “회의 중간에 말을 끊으셨을 때, 제가 당황스러웠어요.”
→ 판단이 아닌 관찰과 느낌으로 표현하면 방어를 줄일 수 있어요.
3) 공통의 목표에 주목하기
– “우리 둘 다 좋은 결과를 바라는 건 같잖아요. 그렇다면…”
→ 방향을 ‘논쟁’이 아닌 ‘공동 해결’로 돌리는 힘이 생깁니다.
4) 상대의 관점을 요약하고 확장하기
– “말씀하신 건 이런 거죠? 그 점은 공감돼요. 한 가지 제안드려도 될까요?”
이 네 가지는 말솜씨보다 태도의 힘에서 나옵니다.
과학자는 틀릴 용기가 있기에, 더 나은 해답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리더도 마찬가지입니다.
결국 ‘말하지 않음’은 일도 망치고, 사람 사이도 멀어지게 합니다.
불편한 대화는 갈등의 시작이 아니라, 신뢰를 쌓는 첫 걸음이 될 수 있습니다.
리더십의 시작은 '말할 수 없는 순간'에 스스로에게 묻는 것입니다.
“나는 지금, 무엇을 두려워하고 있는가?”
말을 해야 할까 말아야 할까, 망설이게 되는 딜레마의 순간,
아래 애덤 그랜트의 말을 기억해주세요.
논쟁을 이기려 하지 말고,
함께 더 나은 생각을 만들어라.
– 애덤 그랜트, 『Think Again』
불편한 대화는 피할 것이 아니라, 연습해야 하는 것입니다.
관계는 편할 때보다 불편할 때 더 많이 성장하니까요.
다음 글에서도 일과 사람, 사람과 사람의 연결에 대해 적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