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나는 팀장인가, 샌드위치인가

'역할 갈등'에서 벗어나 맥락을 연결해 시너지를 만드는 '커넥터'가 되자

위에서는 성과 때문에 쪼면서,
동시에 아래 직원들 감정 케어 못한다고 뭐라 하시고...
끼어 있는 팀장은 누가 케어하나요?"


요즘 이런 고민 푸념을 가진 3040 팀장님들을 자주 뵙게 됩니다. 이때 빠지지 않는 표현은 '위와 아랫사람 사이에 끼어 있다'는 것이지요. 팀원의 고충은 고충대로 듣지만, '일이 너무 많아요'라고 말하는 팀원들 앞에서 KPI를 책임지는 팀장이 감정케어만 할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12830301760166811530_0_66132d94-0504-4c50-89e1-63b275875a46 위아래에 끼여 '샌드위치 속 햄'처럼 느껴지는 중간관리자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Pictured by Genspark


팀원 때는 같이 투덜거릴 수 있는 동료들도 많았는데, '팀장'이라는 타이틀을 달고나니 팀원들과 같이 상사 욕을 하는 것도 하루 이틀이고. 어느 순간부터 자기 목소리를 잃고, 피로감을 느끼며 샌드위치 속 햄처럼 스스로가 느껴지는 하루하루가 버겁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질문을 던져보고 싶어요. 정말 우리는 '끼어 있는' 존재일까요? 아니면 서로 다른 관점을 '연결하는' 존재일까요? 관점을 바꿔보면, 우리가 느끼는 갈등이 연결의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1. 샌드위치가 된 리더들

M세대와 X세대 어딘가의 나이에서 팀장이 된 중간관리자들에게 위의 사례는 매우 친숙합니다. 위로는 전통적인 성과 중심의 상급자가 있고, 아래로는 일과 삶의 균형을 중시하는 밀레니얼-Z세대 직원들이 있어요. 서로 다른 가치관과 기대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을 맞춰야 할지 막막하실 겁니다.


팀원들은 '팀장님이 우리 편이 되어주세요'라고 하고, 임원은 '팀 성과에 책임져'라고 해요. 여기에 더해 최근에는 조직문화와 직원들 동기부여가 중요해지면서, 위에서도 '성과는 성과대로, 팀원들 사기는 사기대로 올리라'는 압박을 받고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서로 상반되는 기대를 동시에 받으며 "팀장이라는 직책은 있는데, 내가 진짜 리더인지, 아니면 위에서 시키는 일을 하는 사람인지 모르겠어요"라며, "영혼을 내려놓고 일하고 있어요"라고 말씀하시는 분들도 종종 뵙습니다.


이런 상황을 심리학에서는 '역할 갈등'이라고 부릅니다. 조직심리학자 Robert Kahn이 제시한 개념인데요, 서로 상충하는 기대와 요구로 인해 정체성 혼란을 겪는 현상을 말해요.


중간관리자는 본질적으로 여러 역할을 동시에 수행해야 하거든요. 상급자 앞에서는 부하직원이고, 팀원 앞에서는 리더이고, 때로는 동료들과는 경쟁자이기도 해요. 이런 다중 역할 자체가 갈등을 만들어내는 구조적 요인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런 갈등이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점이에요. 갈등은 성장의 신호이기도 하거든요. 마치 서로 다른 두 지점을 연결하려는 다리가 양쪽의 압력을 받으면서도 더 견고해지는 것처럼 말이에요. 다만 이 갈등을 어떻게 다루느냐가 관건입니다.


2. 자율성과 연결성의 균형 - 진정한 연결을 위한 기초


모든 사람을 만족시키려다 보니, 내가 누구인지 모르겠어요.


최근에 만난 한 팀장님의 고백이었습니다. 이분은 위아래 눈치만 보다가 자신의 중심을 잃어버린 경우였습니다. 일과 관계 속에서 많이 지치셨고, 그러다 보니 일과 조직에 대한 만족도도 고갈되셨죠.


하지만 진정한 연결은 자신의 중심을 잃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자신의 중심을 바탕으로 다른 사람들과 연결점을 찾는 것입니다. 이런 신호가 왔을 때가 바로, 샌드위치 속 햄이 아닌 '다름을 연결하는 커넥터'로서 나의 리더십을 다시 점검하고 세워야 할 시점입니다.


심리학자 Edward Deci와 Richard Ryan의 '자기결정이론(Self-Determination Theory, SDT)'에서 흥미로운 통찰을 얻을 수 있어요. 사람은 자율성(나 자신으로서 존재하려는 욕구)과 연결성(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으려는 욕구)을 동시에 추구한다는 거예요.


사람들은 자신의 행동을 스스로 결정하고 내적 동기를 유지할 때 가장 높은 수준의 성장과 만족을 경험합니다.



리더도 마찬가지입니다. 나만의 가치와 신념을 유지하면서(자율성), 동시에 상급자와 팀원들과 의미 있는 관계를 맺어야 해요(연결성). 문제는 많은 리더들이 연결성에만 치중하다가 자율성을 잃어버린다는 점입니다.


커넥터는 단순히 압력을 전달하는 도구가 아닙니다. 서로 다른 두 지점 사이에서 의미 있는 소통과 가치 창출이 일어나도록 돕는 역할이에요. 마치 번역가가 두 언어 사이에서 단순히 단어만 바꾸는 게 아니라, 문화와 맥락까지 전달하는 것처럼 말이에요.


3. 내 리더십 중심을 찾는 실천 가이드


1) 내가 중시하는 리더십 가치 명확히 하기

먼저 자신이 중요하게 여기는 리더십 가치를 명확히 해보세요. 다음 중에서 현재 상황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순서대로 5가지를 선택해 보시고요.

성과 달성 / 팀원 성장 / 혁신 추구 / 안정적 운영 / 소통과 협력 / 정직과 투명성 / 도전 정신 / 배려와 공감 / 전문성 개발 / 조직 충성도 / 개인의 자율성 존중 / 효율성 추구

5가지를 선택하셨다면, 지난 한 달간 실제 행동과 얼마나 일치했는지 점검해 보세요. 10점 만점으로 점수를 매겨보시고요.

예를 들어, '팀원 성장'을 중요하게 여긴다고 선택했는데 실제로는 3점밖에 안 된다면, 그 간극이 역할 갈등의 원인일 수 있어요. 반대로 '성과 달성'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는데 실제로는 8점의 행동을 하고 있다면, 이것도 내적 갈등을 만들어내죠.

리더십의 가치를 명확히 하는 것만큼이나, 내가 어떠한 리더가 되고 싶은지에 대한 리더상을 정리해 보는 것도 중요하니, 이에 대한 글을 참고해 보시는 것도 좋겠습니다. #3. 나는 어떤 리더가 되고 싶은가.


2) 이해관계자의 니즈 맵핑하기

A4 용지 한 장에 나를 중심에 두고, 주변의 이해관계자들을 그려보세요. 상사, 팀원, 동료, 고객, 가족 등 나에게 기대를 가지고 있는 모든 사람들을 포함시키고요.

각 이해관계자가 나에게 어떤 기대를 하는지 써보세요. 그리고 그 기대들 중에서 서로 상충하는 것들을 찾아보시고요.

예를 들어:

상사: "팀 성과 향상"

팀원: "업무량 조절과 배려"

가족: "일찍 퇴근"

이렇게 시각화하면 내가 왜 갈등을 느끼는지 명확해집니다. 그리고 여기서 중요한 것은, 모든 기대를 다 만족시킬 필요가 없다는 걸 깨닫는 거예요.

그다음 단계는 이 이해관계자들 사이에서 내가 어떤 '의미의 브릿지' 역할을 할 수 있는지 생각해 보는 겁니다. 단순히 모든 요구를 들어주는 게 아니라, 서로 다른 기대들을 조율해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의미의 커넥터가 되는 것이죠. '커넥터'로서의 역할은 비즈니스 맥락뿐 아니라 조직 전체의 흐름, 일의 전문성, 위아래의 인적 자산을 가지고 있는 중간관리자이기에 잘 해낼 수 있는 일이거든요.


3) '완충재'가 아니라 '커넥터'로 바라보기

6개월 간의 코칭을 받으신 한 팀장님에게 놀라운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이제는 위아래 눈치를 보는 게 아니라, 제 나름의 관점으로 상황을 정리해서 제안해요"라고 하시더라고요.

상사의 의견이 무리라고 생각될 때는 단순히 '어려울 것 같습니다'라거나 '알겠습니다'라고 말하고 수동적으로 일을 받는 게 아니라, 본인의 가치와 생각을 정리해서 말하기 시작하셨다고 합니다.


팀원들에게도 마찬가지였어요. "회사 상황상 업무량 조절은 어렵지만, 대신 우선순위를 재정리하고 불필요한 업무를 제거해서 핵심 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습니다"라고 구체적인 해결책을 제시하셨다고 해요.

물론 항상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건 아니죠. 그럴 때도 본인의 감정과 생각을 솔직하게 전달하려고 노력하면서, 예전에 느꼈던 무력감이 많이 사라지셨다고 해요.


"나는 끼인 게 아니라, 연결하는 사람이다"라고 관점을 바꾸면서 일어난 변화입니다.





리더는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학습과 성찰을 통해 되어가는 존재입니다.

리더는 위와 아래를 만족시키는 '완충재'가 아닙니다. 연결의 리더는 자신의 중심을 잃지 않고, 상반된 기대 사이에서 새로운 가치를 조율하는 '의미의 브릿지'가 되어야 해요.


샌드위치 속 햄이 되지 마세요. 대신 다리가 되세요. 서로 다른 두 지점을 연결하면서도, 그 자체로 견고한 구조를 가진 다리 말이에요.


자신만의 리더십 가치를 명확히 하고, 그 가치를 바탕으로 상황을 재정의해보세요.

여러분이 나의 가치에 중심을 잡고 서 있을 때, 비로소 진정한 연결이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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